야야야~ 내 나이가 어때서?
(2023. 01.02. 페북에 썼던 글)
왜 도대체 뭐 때문에 만 나이를 쓰라고 한다는 걸까? 이놈의 굥정부가 다 마음에 안 들지만, 그중에도 짜증 나게 마음에 안 드는 것 중 하나가 2023년부터 만 나이를 쓰게 한다는 거다. 내 페친들은 대부분 개혁,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분들이 많지만, 만 나이를 쓰는 것에 대해서, '젊어지게 해 줘서 고맙다' 정도의 반응이다. 참 이상하다.
도대체 왜 정부가 설날 대신 '신정'을 쓰라고 강제하고, 평 대신 제곱미터를 쓰라는 거냐? 전두환 때 양력설로 쓰라고 강제했다가, 결국 지금은 음력설과 휴일을 더 길게 쓰고 있다. 서양놈 들도 미터법을 안 쓰고 지들 맘대로 피트니, 온스니, 마일이니, 에이커니, 화씨 등을 쓰고 있는데, 왜 우리는 굳이 평을 없애라고 난리인가. 그러니까 아파트 분양광고에는 '평'이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못쓰고, 24PY이라는 둥 족보도 없는 이상한 용어를 쓰게 된다.
MB때, 도로명 주소를 강제해서 만들었다. 왜 바꿨을까? 그즈음에 '무한도전'에서 도로명으로 바꾸면 얼마나 길 찾기가 편해지는가를 홍보하는 에피소드를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누가 요즘 어디를 찾아갈 때, 도로표지판을 보고 가나? 내비로 가지. 도로명을 한다고 할 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
1. 도로명을 쓰면 주소표기가 더 길어진다.
-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서천동 000-0
-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서천동로 00번길 00-00(서천동)
2. 도로명을 쓰고 동을 또 괄호 열고 따로 쓴다.(동이라는 지역단위에 대해 사람들이 여전히 알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3. 도로명을 쓴다고 신도시를 제외하고는 꼬불꼬불한 옛길들이 많은 지역은 도로명을 보고 길을 찾을 수도 없다.
4.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좀 오염되긴 했지만 역사와 기억이 쌓여있는 동, 리 지명 대신, 급조한 OOO로와 번호로 바꿨다.
5. 도로옆에 있는 곳은 그나마 도로명이 의미가 있으나, 수없이 쪼개진 맹지들의 도로명 주소는 무슨 의미가 있나.
6. 그러다 보니, 여전히 도로명과 지번주소를 같이 쓴다.
문화와 역사를 도외시하고, 실리도 없는 쓸데없고 짜증 나는 행정비용 낭비가 아닐 수 없다. MB의 모든 게 싫지만, 도로명 주소를 입력할 때마다 짜증이 난다. 이 수구꼴통 대통령들은 왜 쓸데없는 짓거리들을 벌이는 게냐.
우리는 '만 나이'와 '연 나이', '세는 나이'를 쓰고 있다고 한다. Korean Age라고 불리는 나이는 '세는 나이'라고 한다. 이번에 '연 나이'라는 게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당분간은 병행해서 일부분만 '세는 나이' 대신 '만 나이'를 쓰게 한다는 것 같은데.. '세는 나이' 대신 '만 나이'를 쓰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1. 세는 나이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 밖에 없는 유일한 한국만의 나이다.
- 지식이 짧아 모르겠지만, 전 세계에서 세는 나이를 쓰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을 거다. 이게 외국인 눈에는 참 이상하지만, 이제는 한국을 좀 아는 외국인이면 오히려 먼저 이 특징을 알고 얘기하는 경우도 있다. 2022년 산티아고길에서 만난 독일인 나딘이 그랬다. 내 딸들의 만 나이를 얘기해 주려고 열심히 계산해야 하는 내 모습이 이상하게 비칠까 봐 설명하려 하니, 한국 나이 때문에 그런 것을 이미 알더라.
- 왜 우리는 이렇게 세는 나이를 쓰게 되었을까? 그에 대한 문화/역사/철학적 맥락을 설명하는 내용도 있다. 우리는 아이가 잉태된 시점부터 생명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고, 백일잔치 즈음이 실제로 잉태시점부터 대략 1년이 되는 시점이란 얘기도 있다. 얼마나 아름다운 설명인가.
- 서양에서는 임신기간을 9 months라고 한다. 우리는 '10달 배 앓아 낳았다'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숫자를 세는 개념이 다른 것도 같다. 생명이 태어났고 존재하는 아이가 되었는데, 그 아이를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동시에 가진 '0살(영)'이라고 부르는 게 맞을까?
2. 우리는 언어적으로 나이에 따른 위계와 존댓말 문화가 있다.
- 우리는 또래문화가 강하고, 같은 나이면 친구고, 다른 나이면 언니, 누나, 오빠, 형으로 관계가 설정된다.
- 그래서, 사람을 처음 만나면 나이를 묻는다. 동갑인지, 윗사람인지 아랫사람인지가 결정되어야 대화하는 존댓말, 반어의 셋을 선택해서 쓸 수 있다. 이 문화의 장단점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문화와 언어가 '세는 나이'에 상당히 연결을 갖고 있단 얘기를 하는 거다.
- 그런데, 만 나이를 쓰면 누가 나의 동갑이 되나? 1년 중 어느 날인지에 따라서 나와 동갑인 사람들의 그룹이 달라진다. 나랑 혼돈 없이 같은 나이인 사람은 나랑 생년월일이 같은 사람뿐이다.
- 3월 1일 자로 만 나이로 학교에 들어가게 되니, "빠른 년생"들로 족보가 꼬인다는 얘기도 하던데, 차라리 그러면, "세는 나이"를 기준으로 학교에 들어가게 하면 된다. 그리고, 이미 십수 년 전부터 본인의 선택에 의해 그렇게 시행하고 있다.
3. 만일 우리의 고유한 나이문화가 이러저러한 단점이 있으니 일부러 깨뜨리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먼저 있어야겠지.
- 지금은 별 의미도 없고, 혼돈이 정리되는 것도 아니고, 세는 나이가 사라질 것도 아니다. 차라리, '연 나이'라는 중간의 이상한 나이를 없애고, 법적으로는 만 나이, 그 외에는 세는 나이를 쓰도록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 도대체 왜 수구꼴통 대통령들은 이상한 허튼짓들을 벌이는 것이냐. 이러다가는 '경규 박'으로 이름 순서도 서양식으로 바꾸자고 하고, 결혼하면 남편성 따라가라고 하는 거 아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