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유-12] Ep#6-집, 짓겠다고?

집을 짓겠다는 친구, 훈에게 (1)

by 딸삼빠

살아봐야 알게 되는 것이 있다. 2019년 8월 12일에 나의 집, 소소유 살이를 시작했으니, 약 6년 반 정도를 살았다. 매우 꼰대스런 얘기지만, 집을 짓고 살아보니 시간이 지나니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다. 마침 대학 동기인 친구 훈이 자신의 집 짓기를 시작했다. 페이스북 댓글로 몇 마디 잔소리를 보태다가, 아예 글로 정리해서 알려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 외부와 구조 등 큰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소소한 생각까지 써 본다.


1. 보이지 않는 곳은 무조건 엉망이 된다.

건축 명장에 수년간 선정된 믿을만한 시공사라고 해서 맡겼다. 공사비를 박박 깎으려고 하지도 않았고, 잔소리도 많은 관여도 하지 않았다. 동네에 살면서도 자주 공사현장을 찾아가지도 않았다. 후회한다.


대형 건설사는 다른지 모르겠지만, 단독주택을 시공하는 규모의 건설회사는 금속, 목조, 미장과 도색, 설비, 창호, 유리 등 여러 공정을 맡은 팀의 단순합이다. 밖에서 보는 우리는 그 팀들이 모두 같은 건설회사 소속이라고 생각하지만, 각각 다른 팀들이 공정에 따라 들어왔다 빠졌다 한다. 각 팀의 기술력이나 경험, 신뢰도는 다 다르다. 그런 점에서 현장을 총괄하는 현장 소장이 가장 중요하다. 현장 소장을 잘 만나야 한다.


건축하는 분들은 보이지 않는 곳을 소홀히 한다. 난 단정 짓는 글쓰기를 잘하지 않는데, 이 문장은 감히 단정한다. 집 정원에 새로 마사토를 받아와서 마당을 조성했다. 과실수를 심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니 땅 속에 시멘트 슬러지 등이 없어야 한다 했다. 그러나, 요즘도 묘목을 심거나 옮기거나 정원을 파면 시멘트가 묻은 잡석들이 잔뜩 나온다. 리모델링을 했던 예전 집에는 욕실 하수구에 버려져 굳어진 시멘트 몰타르를 발견했다. 이해는 된다. 시멘트 몰타르 등으로 작업을 한 후에 그 남은 찌꺼기와 공구나 통에 묻은 시멘트를 어딘가는 버려야 했을 거다. 그러니 안 보이는 곳에 묻거나 버리는 게 관행일 거다. 한 번은 길 건너편 축대 아래에 시멘트 몰타르 남은 물을 버리는 것을 보았다. 나쁜 의도는 없었을 테고, 오히려 우리 집 쪽에 안 버렸으니 나름 노력한 것일 수도 있다.


다른 예를 들면, 싱크대 장 보이지 않는 뒤편이나 바닥, 보일러 배관이 통과하는 세면대 아래와 뒤편은 곳곳이 엉망이다. 싱크대 하부 배관이 나가는 곳을 대충 구멍을 내놓거나, 설치하다 부러뜨린 싱크대 상판 대리석을 슬쩍 표만 안 나게 붙여놓는 식이다. 예전 살던 집 앞 도로포장과 축대 공사를 할 때에는 배수를 위해서 기본으로 깔아야 할 잡석을 깔지 않고 위만 도로포장을 해서 아스팔트가 진흙처럼 꿀렁이거나 축대에 배수가 안 되는 일도 있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일이 없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예전 집 리모델링에 대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미 수 차례 건축가, 시공사, 현장 소장에게 부탁에 부탁을 했었는데도 그렇다. 그냥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인 건가. 계속 곳곳을 따라다니며 부탁과 잔소리를 해야 하는 건가. 그런데, 예전집 리모델링 때 아버지가 현장에 상주했었는데 몹시 싫어했었다고 들었다. 친구야, 넌 성공하기 바란다.


2. 처마는 있는 것이 좋겠다.

건축에도 유행이란 게 있다. 예전에는 싱크대 상판을 2장을 붙여 두툼했는데, 요즘은 1장만 써 얇은 게 벌써 한참 된 유행이다. 요즘 집들은 처마를 만들지 않고, 지붕과 벽면이 바로 이어지고, 우수관도 바깥으로 노출시키지 않는 것이 유행이다. 우리 집도 유행 따라 지었다. 후회한다.


처마가 없으니 비가 오면 벽을 타고 흐른다. 괜찮다고 했다. 물막이를 잘해서 누수가 생기지 않고, 창문틀에는 경사도를 주어서 집안으로 흐르지 않는다고 굳게 말했었다. 그건 너무 기본 중에 기본이라고. 1층 거실창 위로 물이 샜다. 운동실 통창 위에도 물이 새서 집안 벽면을 타고 흘렀다. 원인을 찾는데도 비가 많이 와 줘야 찾을 수 있으니,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그 사이에 곳곳이 부푼다. 오랜 시간이 걸려 누수 원인을 찾았다. 실리콘을 발랐다. 언젠가는 실리콘이 터지고 또 샐 거다. 화가 난다.


다른 문제는 창문틀 아래로 먼지자국이 생긴다. 황사, 송홧가루, 미세먼지가 창문 바깥틀에 쌓여있다가 빗물에 흘러내려 검은 눈물자욱이 된다. 아마 처마가 있으면 덜할 거다.


아직 우수관이 막히거나 물이 샌 적은 없다. 하지만, 밖으로 보여야 문제가 될 때 해결할 수 있다. 보이지 않고 우수관이 어딘가 벌어지거나 터지면 대책이 없다.


3. CCTV는 설치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친구는, 사람이 별로 없는 한적한 곳이어서 CCTV는 설치하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그런데, 집 밖을 확인해야 할 일들이 은근히 생긴다.


오밤중이면 우리 집으로 들어와서 데크와 잔디에서 쉬다가 정말 극악의 냄새가 나는 똥을 싸는 길냥이가 있었다. CCTV로 겨우 들어오는 경로를 찾아 막을 수 있었다. 동네 아이들이 집에 쓰레기를 투척하거나 담벼락에 빈 캔을 꽂아놓은 일도 있었다. 옆집 차량이 담벼락을 부숴 놓거나, 옆집에 배달온 차량이 사이드 브레이크를 하지 않아 그 집 주차장 셔터를 부서뜨리고 슬쩍 도망간 적이 있었다. 환기구로 담배냄새가 들어오거나, 계속 버려진 꽁초가 발견되거나 쓰레기가 집 주변에 있는 일이 심심치 않다.


사소한 일이지만, 왜 어떻게 그런지 알지 못하면 답답해서 미친다. CCTV를 보니 옆집에서 정상적으로 분리배출해 놓은 스티로폼이나 종이가 강풍에 날려 우리 집으로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재활용품 분리수거 아저씨가 미처 우리 집을 지나면서 길 반대쪽 집 물품을 수거하면서 우리 집 건 깜빡하셨다는 것도 알게 된다. 괜한 오해도 막아준다.


기왕 할 거면 돈이 좀 들어도 미리 하는 게 좋다. 나중에 설치하려면 따로 배선을 하느라 보기 싫고 집이 훼손될 수 있다. CCTV 설치할 때 일반적으로 배선을 최소화하려고 한 장소에서 양쪽을 살피도록 2개씩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그 아래는 사각지대가 생긴다. 배선이 좀 늘어나도, 사각지대가 없도록 시계방향이나 반대방향 등 한쪽 방향으로 바라보도록 설치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별도의 도어록과 결합된 현관 CCTV가 있는데, 그 CCTV회선은 전기선과 함께 묶이면 좋지 않다. 번거로워도 별도의 관으로 전기선과는 분리해야 한다. 안 그러면, 전기선의 전류나 전자파 등이 얇은 CCTV 회선에 전기적인 영향을 줘서 CCTV의 화질을 떨어뜨리고 고장의 원인이 된다. 이것도 6년 만인 작년 여름에 CCTV 수리 기사님이 오셔서 문제점을 알려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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