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출간-06] 소시민 k로 살기

1999, 캄보디아

by 딸삼빠

서구 대학생들은 휴학하고 1,2년씩 여행을 하거나, 자원봉사를 하는 일이 자연스럽다고 들었다. 어떤 나라에는 gap year라고 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기 전 자유롭게 세상을 만날 수 있는 시기를 부여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배낭여행은커녕, 나이 서른이 되도록 제주도행 비행기를 한 번 타보지 못했다. 그런 우물 안 개구리 같던 내가, 1999년 나이 서른에 캄보디아에서 1년을 보내게 되었다.


자발적인 희생은 아니었다. IMF 경제 위기 속에 힘들게 취직했던 첫 직장에서 9개월 만에 해고를 당했다. 대입 실패, 예상치 않던 후기시험 합격, 점쟁이 말대로 선택했던 대학과 학과. 대학원과 졸업, 취업. 우연이 나를 이끌어 온 듯, 문제의식 없이 살아온 인생의 진로에 대해서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아는 지인을 통해서 캄보디아의 프놈펜 기술학교 자원봉사를 권유받았다. 솔직히 재취업을 위한 경력에도 도움이 안 될 가난한 나라, 후진국은 싫었다.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기도하며 눈물 흘리던 어느 밤, 배척받고 거절당하는 내 모습과, 내가 마음에서 밀어낸 가난한 나라 캄보디아와 겹쳐졌다.


그렇게 1년을 캄보디아에서 보냈다. 앙코르 와트라는 엄청난 문화유산을 가진 나라, 수백만이 동족에게 학살당한 킬링 필드, 아시아의 최빈국. 10대 후반부터 20대까지 청소년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쳤다. 심지어는 미안하게도 영어 수업까지.


사실, 내가 그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었을까? 아니. 오히려 느린 나라에서 순박한 청년들과 1년은, 30년간 좁은 시야에 갇혀 살았던 내게 큰 경험이었다. 고독과 외로움 속에서 삶에 대해 돌아보고 고민하는.


그렇게 나는 젊은 1년을 청년들을 위해서랍시고 캄보디아에서 살았다. 그저 그곳에서 살았었다는데 의미를 둔다. 그것이 효과적이거나 효율적이지 않았을지라도.


※ 1999년 캄보디아의 이야기는 브런치 매거진(https://brunch.co.kr/magazine/1999letters)에 글을 쓰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재출간-05] 소시민 k로 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