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9일(일) 오늘 하루는 좀 쉬자, Cunit 해변에서.
오늘은 일요일이기도 하고, 쉬는 날로 삼았다. 하늘이 맑고 해가 강렬하다. 우리가 묵는 Cunit라는 도시는 바르셀로나부터 서쪽으로 100km에 위치한 곳인데, 아이들과 함께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해변으로 향했다. 이 도시에서는 게이 커플들이 많이 온다는 ‘시체스’란 해변이 좋다지만, 뭐 별 차이 있을까 싶어서.
우리 입장에서는 별로 유명하지 않은 곳이라 한적할 줄 알았는데, 역시 여름의 지중해라 그런지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태양을 두려워하지 않는 스페인 사람들은 다들 태양을 향해서 의자를 펴서 누웠지만, 우리는 한국인이 아닌가. 아내와 나는 긴소매 옷을 입고 태양을 등지고 촌스러운 파란 우산에 숨어 있었다. 이 해변에 동양인은 거의 우리 밖에 없었다.
지중해는 전체적으로는 만처럼 가둬져 있는 바다인데 cunit 해변의 파도는 제법 셌다. 그래서, 아이들을 방파제 비슷한 곳 근처, 파도가 약한 곳에서 놀게 했다. 아이들은 바다, 모래만 있으면 행복한 듯하다. 5학년인 막내가 터질 듯이 입은 수영복은, 둘째가 초2 땐가 입었던 탄탄이 수영복(잘 헤어지지 않는 수영연습자용 수영복)을 물려 입은 것이다. 해변의 모래는 다소 칙칙하고 축축해서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은 서로에게 모래를 덮어 인어를 만들기도 하고, 성과 해자를 만들어 물을 부어놓기도 하면서 놀았다. 아이들은 아이들이다. 부모들은 뭔가 대단한 인류의 유산, 엄청난 자연광경들을 보여주려 하지만, 아이들은 그저 물과 모래로도 즐겁고 행복하다.
돌아오는 길에 슈퍼마켓에 들려 이것저것 샀다. 어제는 스페인 하면 ‘가우디’라고 했지만, 또 스페인 하면 ‘하몽’이 아닌가. 한 번 먹어봐야지. 과일도 저렴하고 갓 구운 바게트 빵은 40센트인데, 주먹보다 조금 작은 토막이 4유로가 좀 넘는다. 어제 사 온 체리와 납작복숭아와 함께, 하몽을 바게트 빵과 함께 점심으로 먹었다. 하몽 맛이 처음에는 뭔가 구리더니만, 뭐 먹을 만하다. 족발 같기도 하고 베이컨 같기도 하고. 다만 딱딱해서 얇게 자르기가 쉽지 않았다.
돌아와서 새맘교회 동영상으로 예배를 드리고, 저녁으로 아내가 짜장밥을 준비하고 있다. 땡볕이 약해지면 오후에 또 해변에 나가려고 했는데, 급속도로 피곤해져서 동네 마실을 나가 꼴뚜기 튀김과 맥주를 한 잔 했다. 한국에서도 그랬듯 아이들에게도 조금씩 맥주를 나눠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