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4일(월) 베네치아(베니스) 탐방, 돌풍과 폭우.
기차를 타고 Mestre역에서 산타 루치아역으로 이동했다.
베네치아 섬 내에는 허가받은 차량 외에는 차량통행이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수로들을 다닐 수 있는 작은 배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다. DHL 택배 보트, 앰뷸런스 보트, 택시 보트 등이 보인다. 정말 신기했다.
오늘은 영어로 진행하는 Free Walking Tour를 하기로 해서, 약속장소인 Campo Santi Aposteli로 갔다. 역사학 석사과정을 전공했다는 안나라는 젊은 여성이 가이드를 했는데, 관광객들이 모르는 Hidden Place를 소개한다고 했다. 베네치아는 원래 섬이 뻘로 되어 있어서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곳이었는데, 소나무나 참나무를 수백만 개를 뻘 속에 박아 넣고 그 위에 기초를 깔고 그 위에 집을 지었다고 한다. 뻘 속에 박힌 나무는 공기와 접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오랜 기간 튼튼한 기초가 될 수 있었다고 한다. 참 대단한 사람들이었던 듯.
좁은 공간에 인공적으로 조성된 섬이다 보니, 건물과 사람들이 밀도가 높고, 골목들은 좁았다. 유리공예품, 가면무도회에 쓸 것 같은 화려한 가면들도 판매하고 있었다. 10~13유로 정도여서, 사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짐을 쉽사리 늘릴 수 없었다. 이런 짠물 바다와 닿아있는 건물들이 도대체 어떻게 버틸 수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나름 재미는 있었지만, 고민이 점점 커졌다. 우리가 원하는 건, ‘촌스럽게도’ 남들이 다 가는 그런 유명한 관광지다 보니, 이러다간 이 투어가 끝난 후에는 정작 베니스에서 꼭 봐야 할 것을 놓칠 것만 같았다. 1시간 만에 작별을 고하고, 우리끼리 Trip Adviser와 구글 맵을 기초로 경로를 다시 짰다.
그렇게 Chiesa Dei Gesuiti, 화려했던 산티 조반니에 파올로 성당과 엄청난 높이의 종탑, 사람이 바글바글하던 리알토 다리, 카날 그란데, 산마르코 대성당&광장, 두칼레궁전을 보고 역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점점 검은 먹구름이 보였다. 오랜만에 그늘이 생겨 시원해서 좋다고 느낀 건 잠시, 이게 돌풍과 폭우의 전조였는데 미처 몰랐다.
그런데, 두 세 사람이 겨우 지날 좁은 골목 밖에서 비명이 들리면서 골목 안으로 모래바람이 몰아쳤다. 비 예보는 되어 있었지만, 이렇게 돌풍이 불지는 전혀 생각 못했다. 광장 노천에서 식사하던 사람들의 천막과 테이블이 날아가고 음식과 접시가 깨졌고, 우리가 걷던 좁은 골목으로 국지풍이 몰아쳐 불었다. 모래가 사정없이 얼굴을 때렸고, 뒤로 돌아서자 옷 안 틈새를 통해 흙모래가 들이쳤다. 그리고는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소나기겠거니 하고, 10,20분간 비를 피하고 기다렸지만, 비가 점점 강해지고 그칠 기미가 없어서 그냥 비를 맞고 역으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구글맵에서 도보 경로를 찍어 걸어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베네치아를 가로지르는 바다가 나타났다. 구글맵을 다시 보니, 중간에 ‘페리 이용구간’이라고 되어 있었다, 제길. 폭우를 맞으며 스마트폰을 보기가 쉽지 않았고, 점점 체온은 떨어졌다. 내가 신은 크록스는, 비 내리는 베네치아 길바닥에서 계속 미끄러졌다. 베네치아에서 모래바람과 비바람을 맞고, 폭우에 체온이 떨어지는 경험이라니.
겨우겨우 기차를 타고 비 맞은 생쥐 꼴로 숙소로 돌아왔다. 중국식품점에서 김치를 살까 하다 너무 비싸서 포기하고 9유로짜리 순대와, 8.5유로짜리 쑥송편을 보며 군침만 흘렸다. 숙소 근처 제법 큰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면서 함께 사 온 딸기케이크로 아내의 때 지난 생일을 축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