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X-06] 70년 개띠 아재의 개소리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2)

by 딸삼빠

선진국은 보행자, 사람 중심이잖아.


2010년대 어떤 예능 프로그램에서였던 것 같은데, 정확하지 않고 검색해도 못 찾겠다. 일본에 간 출연자들이 차도를 주행하는 차량에 갑자기 뛰어드는 척을 했다. 우리나라 같으면 차창이 열리면서 운전자가 아마 손가락질을 하면서 쌍욕을 할게 거의 틀림없다. 그런데, 일본은 달랐다. 차가 급정지를 하면서 오히려 창문을 내려 보행자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운전하는 사람은 전방주시의 의무가 있고, 언제든지 사람이 차도로 들어올 수 있으니 서행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아, 그렇구나. 선진국은 이렇게 차보다도 사람이 중심인 사회구나.' 했다.

2016년 가을부터 1년간 캐나다에 있을 때에도 횡단보도로 돌아가기가 힘들 때 무단횡단하는 경우가 제법 있었다. 그렇지만 거의 한 번도 경적소리를 들은 기억이 없다. 우리는 그나마 눈치 보면서 뛰어 건너는데, 현지인들은 무단횡단을 해도 느긋하게 걸어서 건넜다. 무단횡단의 낌새가 보이면, 차들은 바로 속도를 줄였다. 동네에 시각이나 청각 장애아동이 사는 경우에는 길가에 혹시 모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살짝 감동했다. 한 아이를 위해서 공적인 도로에도 별도로 표지판까지 설치해 주다니. 오랜 선진국들에 비해, 우리나라는 보행자나 사람은 뒷전이고 너무 차량 중심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요즘은 약간 다른 이야기가 들려온다. 국뽕 채널에 자주 언급되기는 하지만,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사회학과 샘 리처드 교수는 '미국 사람들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차도를 가로지를 횡단보도를 대부분의 시민들이 잘 지킨다며, 한국의 시민의식을 칭찬한다.


처음에 그 영상을 봤을 때, 왠지 좀 낯설었다. 내가 가진 기존의 상식과 다른 얘기 같았기 때문이다. 예전엔 한국의 도로문화는 차량중심이고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시민들의 높은 준법정신을 칭찬받고, 예전에는 서양의 사람과 보행자를 우선시하는 훌륭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부러워했는데 이제는 민도가 떨어져서 그런 것처럼 설명된다.


물론 횡단보도에서 눈치 봐서 건너도 되는 나라들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은 것 같긴 하다. 하지만, 그건 지금이나 예전이나 달라지지 않았다. 그동안 뭐가 달라진 걸까? '사실'은 달라진 게 없다. '보는 눈'과 '해석'이 달라졌다.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만화 '송곳'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서는 곳이 달라지면, 보이는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 우리나라의 소위 소프트파워가 높아지면서, 같은 사실과 풍경도 달리 해석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시간도 흐르고 사물을 보는 자리도 달라진다. 상식도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