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이 알려준 조직의 힘
주말은 대체로 고요하게 지나간다. 일요일이면 집에서 인터넷을 둘러보거나 웹소설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더부룩한 속을 달래기 위해 산책을 나서기도 했다. 운동이라고 할 만큼 본격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걸었다. 태블릿으로 가벼운 글을 읽으며 평촌 1기 신도시 아파트 단지와 로데오 상가 주변을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오면,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유튜브에서 AI 프로그램 설명을 듣거나 음악을 감상하는 것이 일요일의 익숙한 흐름이었다.
그날도 다르지 않았다. 저녁 시간이 가까워질 무렵까지 평온한 주말의 분위기는 여전했다. 도서관은 오후 6시에 문을 닫는다. 마침 그 무렵, 당번 근무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도서관에 갑작스러운 정전이 발생했다는 내용이었다.
시설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에게 이런 전화는 주말의 여유를 단번에 앗아간다.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지금 바로 현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이었다. 그러나 당장 출근하는 것보다 우선 필요한 것은 정확한 연락과 초기 조치였다. 나는 먼저 알고 지내던 전기 업체 직원에게 연락했다. 다른 부서 업무를 통해 알게 된 분이었는데, 일요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출동이 가능한지 조심스럽게 부탁드렸다. 흔쾌히 응해주려는 태도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이어서 당번 근무를 맡고 있던 직원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전기 업체가 출동할 수 있도록 연락해 두었다는 사실을 알리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현장에 있던 직원은 이미 중앙도서관 시설 담당 주무관과 협의한 뒤, 우리 도서관과 유지보수 계약을 맺고 있는 업체에 긴급 연락을 취해 출동을 요청한 상태라고 했다. 상황을 듣고 나니 오히려 내가 안심하게 되었다. 즉시 판단하고 적절한 연락망을 가동한 점이 무엇보다 고마웠다.
나는 처음 연락했던 전기 업체 직원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 이미 계약된 유지보수 업체가 현장에 출동하기로 했으니, 일요일 저녁에 불편을 끼칠 필요가 없게 되었다고 말씀드렸다. 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주려 했던 그 마음 자체가 큰 힘이 되었다.
그날 저녁 7시 30분경 다시 연락이 왔다. 유지보수 업체가 긴급 조치를 완료했으며, 현장 상황도 일단 안정되었다는 보고였다. 늦은 시간까지 자리를 지켜준 근무자와 현장에 출동해 조치를 취한 업체 관계자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당시에는 마음속으로만 고마움을 전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날의 도움은 여전히 크게 남아 있다.
다음 날 전기 업체가 다시 도서관을 방문하여 전날 조치 상황을 확인했다. 이어 시공 기사 두 명이 옥상부터 각 층의 배전반을 차례로 점검했다. 원인은 3층 배전반에서 발견되었다. 천장 쪽에서 내려오는 배선 부위에 물기가 있었고, 바닥도 젖어 있었다. 누전차단기 하나는 이미 소손된 상태였다. 누수로 인해 과전압이 발생한 것으로 보였다. 다행히 현장의 물기는 대부분 마른 상태였으나, 그것이 결로인지 외부 누수인지 명확히 구분하기는 어려웠다.
나는 팀장에게 전날 발생한 정전 사실과 긴급 조치 결과를 구두로 보고했다. 팀장은 당번 근무를 맡았던 직원이 도서관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며, 이전에도 여러 도서관에서 시설 관리 업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크게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응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말은 현장 상황과도 잘 맞아떨어졌다.
공직 생활을 하며 자주 느낀 점은, 경험이 풍부한 사람의 업무 처리는 대체로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란하지도 않고, 생색내지도 않으며, 마치 특별한 일이 없었던 것처럼 지나간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런 사람들이 조직의 위기 순간을 조용히 지탱하고 있다. 주말 퇴근 무렵 발생한 정전 사고도 마찬가지였다. 현장에 있던 직원이 당황하지 않고 연락 체계를 신속히 가동했으며, 유지보수 업체가 제때 출동했고, 다음 날 원인 점검과 후속 조치까지 차질 없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사고가 더 크게 번지지 않았다.
시설 관리 업무는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문제가 없을 때는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불편과 책임이 집중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따라서 시설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기술적 이해뿐만 아니라, 상황을 신속하게 판단하는 침착함, 적절한 연락 체계를 숙지한 실무 감각, 그리고 맡은 바를 끝까지 책임지는 자세가 함께 요구된다.
그날의 정전은 큰 사고로 확대되지 않았고, 도서관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내게 오래도록 남은 것은 사고 자체보다 그 과정을 지탱한 사람들의 태도였다. 현장에서 흔들림 없이 대응한 당번 근무자, 늦은 시간에도 조치를 위해 움직여준 유지보수 업체, 그리고 다음 날 바로 원인을 확인하고 정리해 준 관계자들. 조직은 제도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결국 사람에 의해 움직이고, 사람에 의해 안정된다.
공직 생활을 되돌아보면, 기록에 남는 큰 성과보다 이런 조용한 대응이 더 깊이 기억에 남을 때가 많다. 눈에 띄는 공적은 아닐지라도, 조직의 일상을 무너지지 않게 지탱하는 힘은 대개 이런 자리에서 나온다. 평온한 주말은 우연히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몫을 다하는 사람들 덕분에 지켜진다. 그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