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과 이해 사이
도서관에서의 행정은 조용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항상 작은 긴장 속에 놓여 있다. 특히 시설과 관련된 업무는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다가도 한 번 문제가 생하면 곧바로 이용자의 불편으로 이어진다. 그때 행정은 서류의 문제가 아니라 현장의 문제로 다가오며, 담당자는 절차보다 태도로 평가받게 된다. 00도서관 승강기 고장 역시 나에게는 그런 경험으로 남아 있다.
정기 검사는 2025년 12월 초에 준비되었다. 검사비를 납부해야 하며, 가급적 도서관 휴관일에 맞춰 일정을 조정하여 이용자의 불편을 최소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시설 점검은 그 자체보다 시기와 방식이 더욱 중요하다. 특히 도서관과 같이 다양한 계층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에서는 하루의 불편도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검사 준비 과정에서부터 일이 매끄럽지 않았다. 정기검사와 함께 분동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고, 이 검사는 승강기안전관리협회 소관으로 별도의 수수료를 사전에 납부해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전임자가 알고 있던 내용과 달랐다는 점이었다. 전임자는 분동 검사 수수료를 사후에 납부해도 된다고 알고 있었다. 나는 승강기안전관리공단 인근 지사에 문의했으나, 다시 협회에 문의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협회에서는 사전 납부가 원칙이라고 답변했다.
행정 실무에서는 이러한 일이 적지 않다. 하나의 업무를 두고도 기관마다 설명의 결이 다르고, 담당자가 바뀌면 전달받은 정보 역시 달라진다. 외부에서는 행정이 항상 정확하고 일관되게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그 사이의 미세한 어긋남을 담당자가 하나하나 확인하고 메워야 할 때가 많다. 그 과정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일이 꼬이기 시작하면 결국 그 부담은 현장 실무자에게 돌아간다.
검사는 2026년 2월 첫 휴관일에 진행되었다. 그날 정기검사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급격한 추락 방지 브레이크 잠금장치에서 작동 오류가 발생하여 승강기는 즉시 운행 정지 상태에 들어갔다. 검사원은 수리 후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안내한 뒤 자리를 떠났다. 그 순간부터 승강기는 단순한 시설물이 아니라 도서관 이용 불편의 중심이 되었다.
유지보수 업체는 이전 관리업체의 점검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 말을 들으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과연 지난 1년 동안의 정기 점검은 무엇을 확인한 것일까? 이 장치는 원래 일반 점검 대상이 아니었는지, 아니면 점검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닌지 의문이 생겼다. 시설 업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일수록 더 어렵다. 평소에 문제가 없으면 관리가 잘된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고장이 나면 그동안의 관리 이력이 모두 의심받게 된다.
재점검을 위해서는 다시 수수료를 납부해야 했다. 고지서 발급 문제를 거쳐 2월 설 연휴 전에 재검사 수수료를 납부했다. 다행히 설 직후 일정이 비교적 빠르게 잡혀 두 번째 휴관일에 재검사가 예정되었다. 그러나 그 과정도 순탄하지 않았다. 나는 그날 큰딸의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식과 자취방 이사를 돕기 위해 포상휴가를 사용하고 있었다. 검사 일정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진 듯했고, 이후 유지보수 업체로부터 또 다른 설명을 듣게 되었다.
그들의 설명에 따르면, 검사 과정에서 전원을 차단했다가 다시 켜는 과정에서 엘리베이터 운영 프로그램에 오류가 발생했고, 검사원이 후속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다고 했다. 처음에는 나 역시 그 말에 마음이 기울였다. 현장을 떠난 검사원의 태도가 무책임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재 과정에서 팀장은 중요한 지적을 했다. 특별한 수리나 보수가 없는 상태에서 동일한 검사를 세 번째 진행한다면, 그 비용 집행이 감사 대상이 될 수 있으니 정확한 사유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지적은 옳았다. 나 역시 상황을 충분히 확인하지 못한 채 실무를 서두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현장에서는 빨리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지만, 공직에서의 판단은 억울함이나 조급함이 아니라 사실관계에 근거해야 한다. 나는 다시 승강기안전관리공단 인근 지사에 연락했고, 당시 검사원과 직접 통화할 수 있었다.
검사원의 설명은 유지보수 업체의 주장과 달랐다. 당시 승강기는 이미 고장 상태였으며, 검사 과정 중 여러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기종은 프로그램 오류가 발생하면 유지보수 업체가 백업 프로그램이 탑재된 전용 노트북으로 현장에서 즉시 조치해야 하는 설비였다고 한다. 그러나 현장에 나온 유지보수 업체 직원은 그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했고, 필요한 노트북도 지참하지 않았다는 설명이었다. 검사원은 약 30분 정도 조치를 기다렸으나 대응이 불가능해 이후 다른 검사 일정 때문에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사건의 윤곽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누군가의 무책임으로만 보였던 상황이 실제로는 준비 부족과 의사소통 미흡이 겹쳐 발생한 문제임이 드러났다. 공직 생활을 하며 자주 느낀 점이지만, 현장에서 벌어지는 문제는 한 사람의 잘못으로 단순히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각자의 입장이 있고, 각자의 설명에는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이 섞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실무자는 누구의 말을 먼저 들었느냐보다 마지막까지 사실을 확인했느냐로 평가받는다.
이 일은 단순한 시설 고장 처리에 그치지 않았다. 도서관 이용자들의 불편은 날이 갈수록 커졌고, 어느 날 한 이용자가 사무실로 찾아와 따져 물었다.
“승강기는 언제부터 사용할 수 있습니까?”
나는 승강기 앞에 안내문을 부착하고, 검사기관의 일정에 따라 진행 중임을 설명했다. 그러나 그 설명은 이용자의 불편을 해소하지 못했다. 그는 “안내문만 붙여 놓으면 공무원으로서 할 일을 다한 것인가?”라고 물었고, 이어 “공무원은 이용객이 불편하다고 하면 즉시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나도 감정이 흔들렸다. 내가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고, 검사 일정을 앞당길 권한도 없었다. 반복되는 질책 앞에서 억울함이 치밀어 올랐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라는 말을 다소 격한 감정으로 되풀이하고 말았다. 지금 돌아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충분한 설명은 아니었다.
민원 현장에서 자주 겪는 일이지만, 이용자는 제도에 대해 화를 낼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눈앞에 있는 담당자에게 감정을 쏟게 된다. 반면, 담당자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 계속 책임을 추궁받으면 방어적으로 변한다. 양쪽 모두 답답한 상황이지만, 결국 시민이 기억하는 것은 제도의 구조보다 공무원의 태도다. 그런 점에서 나는 그날의 대응이 완벽했다고 말할 수 없다.
한참 실랑이가 이어진 후, 그 이용자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화를 내서 미안해요.”
저도 곧바로 “저도 죄송합니다”라고 답했다.
짧은 말이었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그날의 대화는 승강기 고장보다도 공직자로서 내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공공의 자리에서 일하는 사람에게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앞에서도 상대방의 불편과 감정을 함께 감당해야 할 때가 있다. 그것이 행정의 비효율을 대신 책임지는 일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결국 시민이 만나는 행정은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공직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규정을 익히는 것보다 감정을 다루는 일이 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시설은 수리하면 다시 작동하지만, 말은 한 번 내뱉으면 오래 남는다. 나는 그날 승강기 앞에서 고장 난 것이 기계뿐만 아니라 설명과 이해 사이의 틈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 틈을 줄이는 일이 결국 공직자의 몫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승강기는 언젠가 다시 움직였다. 그러나 내 기억에 더 오래 남은 것은 점검 일정이나 수수료 문제가 아니라, 그 앞에서 오간 말들과 그때의 내 마음이었다. 나는 공직을 오래 지내며 수많은 민원과 상황을 겪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분명해지는 것이 있다. 공직은 단순히 일을 처리하는 자리가 아니라, 불편과 불만이 모이는 자리를 끝까지 버텨내는 일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버팀의 품질은 업무 능력뿐만이 아니라, 끝까지 사람을 놓지 않으려는 태도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