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물방울이 전해준 이야기

현상과 원인 사이에서

by 육손

26년 1월 어느 날, 도서관 정면 배관 끝에서 물이 한 방울씩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한겨울이 잠시 누그러진 날이어서 처음에는 얼음이 녹아 생긴 현상쯤으로 여겼다.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다음 날에도 물방울은 계속 떨어졌고 바닥에는 얇은 얼음이 깔리기 시작했다. 며칠이 지나자 빙판은 점점 넓어졌고, 얼음은 아래에만 맺히는 것이 아니라 위로 솟아오르듯 자라났다. 그제야 단순한 해빙 현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접근 금지 노끈으로 주변을 막아 안전사고를 예방했다. 그러나 눈앞의 위험을 임시로 막는 것과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나는 현장 사진을 찍어 부서 단체 대화방에 올렸다. 여러 도서관을 함께 관리하는 부서이다 보니, 이런 정도의 사안은 전체 공유까지 할 필요는 없으며, 팀장에게 보고한 뒤 업체를 불러 처리하면 된다는 의견이 돌아왔다.


그 일을 계기로 나는 다시 한번 자리의 차이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당시 나는 퇴직을 1년 반 정도 앞두고 있었고, 승진과는 이미 거리가 먼 상태였다. 건강검진 후 큰 수술도 겪은 터라 이전보다 스트레스를 줄이며 일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예전에는 팀장으로서 실무자의 보고를 받고 처리 방향을 함께 판단하는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그때의 나는 직책을 내려놓고 다시 실무자의 자리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있었다. 같은 일을 두고도 실무자는 눈앞의 현상에 먼저 반응하는 반면, 관리자는 처리의 순서와 범위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나는 그 단순한 차이를 현장에서 다시 체감했다.


당시 내 시선은 눈앞에 나타난 누수와 결빙에 집중되어 있었다. 처리 매뉴얼의 순서나 무엇을 먼저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한 시야는 오히려 좁아져 있었다. 팀장의 의견을 듣고 우선 업체의 견적을 받아 보았다. 업체는 배관 자체를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중앙도서관 시설 담당 주무관의 판단은 조금 달랐다. 한겨울에 배관 공사를 진행하기는 어렵고, 공사를 하더라도 날씨가 풀리는 4월쯤에야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배관을 교체하는 일이 아니라, 얼어 막힌 상태를 풀어 빙판과 누수를 막는 일이라는 설명이었다.


그 판단은 현실적이었다. 이에 따라 배관을 녹이는 설비업체를 불러 점검과 작업을 진행했다. 문제 구간은 정면 한 곳과 양측면 각 한 곳, 총 세 군데였다. 정면과 북측 배관은 구조가 비교적 단순하여 작업이 어렵지 않았다. 옥상에서 내려가는 구간의 꺾임이 적어 비교적 쉽게 관통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남측 배관은 달랐다. 위에서 녹이고 아래에서 녹여도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첫날 작업은 밤 9시까지 이어졌다.


둘째 날에는 내시경 장비까지 동원하여 점검을 실시했다. 그 결과, 남측 배관 내부 구조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옥상에서 4층 열람실 천장으로 이어지는 꺾이는 지점에 공사 잔재물로 보이는 시멘트 덩어리가 걸려 있었고, 그 주변에 물이 고여 얼어붙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었다. 4층에서 3층으로 내려가는 구간과, 다시 3층에서 2층 사무실 천장을 거쳐 1층으로 이어지는 구간에도 비슷한 잔재물이 남아 있었다. 결국 문제는 단순한 얼음 생성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배관 내부의 이물질과 구조적 불합리가 함께 누수와 결빙을 악화시키고 있었다.

작업 과정을 지켜보며 든 생각은 분명했다. 단순히 얼음만 있었다면 하루 만에 끝났을 일이었다. 그러나 실제 문제는 얼음보다 설계와 시공 구조에 있었다. 특히 남측 배관은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꺾이고 이어져 있었다. 옥상의 빗물은 가급적 직선으로, 외부에 가깝게 빠져나가야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 배관은 실내 천장과 층간 구조를 여러 차례 경유하며 물길을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이물질이 걸릴 가능성도 커지고, 겨울철 결빙에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


건물은 이미 준공된 지 16년이 지났다. 언젠가 리모델링 예산이 편성된다면, 옥상 빗물 배관을 외부로 직접 연결하는 방식으로 다시 설계하고 시공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근본적인 개선은 어렵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구조 자체를 보완하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일단 배관을 뚫은 뒤 4층 열람실 천장에 누수 대비용 물받이 통을 설치했다. 비용만 놓고 보면 배관 한 개를 재설치하는 견적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장기적인 정비보다 당장의 피해를 줄이는 임시 조치가 더 시급했다. 그렇게 겨우 한숨을 돌리는 듯했지만, 며칠 뒤 강추위가 다시 찾아오자 남측 배관이 또 얼어붙었다. 옥상 조경 구간에서 조금씩 떨어지는 물도 영향을 주는 듯했고, 스테인리스 배관이 온도 변화에 더 민감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문제는 끝난 것이 아니라 잠시 봉합된 상태에 가까웠다.


늦겨울 비가 내리던 어느 날, 그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많은 비는 아니었지만, 배관을 타고 내려와야 할 빗물이 사무실 천장에서 쏟아졌다. 큰 쓰레기통으로 떨어지는 물을 받았고, 바닥에 넘친 물은 걸레로 닦아내며 급한 상황을 수습했다. 동시에 사무실 바닥 일부의 전기가 차단되었다. 전기 업체를 불렀고, 누전차단기를 올리자 곧바로 큰 소리와 함께 다시 차단되었다. 처음에는 다른 전기 계통의 문제를 의심했다.

그러나 원인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물이 떨어진 구역 주변의 플러그는 모두 뽑아둔 상태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다른 원인을 찾고 있었다. 그런데 바닥 정리를 하던 중 멀티탭을 들어 보니 그 안에서 물이 흘러나왔다. 천장에서 떨어진 물이 멀티탭 안으로 스며들어 전기 쇼트를 일으킨 것이었다. 원인을 확인한 뒤 멀티탭을 새것으로 교체했고, 며칠 후 충분히 마른 상태에서 다시 누전차단기를 올려보니 더 이상 이상 현상은 없었다.


돌이켜보면 답은 현장 안에 있었다. 그러나 천장에서 물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는 누구나 먼저 위를 바라보게 된다. 배관과 누수 구조에만 시선이 집중된 나머지, 정작 바닥에서 전기 문제를 일으키고 있던 멀티탭은 잠시 놓치고 말았다. 현장에는 종종 복잡한 원인과 단순한 원인이 동시에 존재한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한 가지 설명에만 집착하지 않고, 가장 가까운 곳부터 차근차근 확인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깨달았다.

이후에는 사무실 천장에도 물받이 통 설치를 의뢰했다. 만약 다시 누수가 발생하면 원인을 보다 정확히 파악하여 수리하고, 그에 따라 추가 조치를 취하기로 협의했다. 완전한 해결이라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우선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정리한 셈이었다.


이 일을 겪으며 나는 공직 실무가 얼마나 자주 작은 징후에서 시작되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처음에 물 한 방울을 가볍게 여긴 판단, 처리 순서를 놓친 실무자의 시선, 계절적 한계, 오래된 건물 구조의 문제, 그리고 결국 가까운 곳에서 발견된 전기 쇼트의 원인까지. 하나의 문제는 언제나 여러 층위의 이유를 안고 있다. 그래서 현장 대응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판단의 순서에 관한 일이기도 하다.


또 한 가지 분명해진 것은 실무자와 관리자의 시선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실무자는 당장 눈앞에 드러난 현상에 집중하기 쉽고, 관리자는 그 현상을 어떤 순서로 다뤄야 할지 먼저 생각한다. 어느 한쪽이 더 중요하다기보다 두 시선이 함께 있어야 문제가 제대로 해결된다. 나는 한때 팀장으로서 그런 판단을 내리는 위치에 있었고, 다시 실무자의 자리로 돌아갔을 때는 눈앞의 현상에 먼저 끌리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것은 직책이 바뀌면서 새롭게 배운 교훈이 아니라, 오랜 경험 끝에 다시 확인한 사실에 가까웠다.


누수는 물의 문제이자 동시에 구조의 문제였으며, 판단의 문제이기도 했다. 공직 현장은 이렇게 단순해 보이는 일 속에서도 여러 층위의 원인을 읽어내야 하는 자리였다. 도서관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은 시간이 지나면 잊힐 만큼 사소한 사건일 수 있다. 그러나 나에게 그 일은 다시 한번 묻게 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은 단지 현상인가, 아니면 원인으로 가는 길목인가. 공직의 시간은 결국 그 질문을 놓치지 않는 태도 위에 쌓여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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