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만들기] 2. 핸드드립 커피 내리기
집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내려 마시기 위해서는 드리퍼, 필터, 그라인더, 드립 서버, 포트 등의 도구가 필요하다. 하나 더 추가하면 커피를 갈고 물을 부어 내리는 과정을 즐기는 마음가짐도 필요하겠다. 바빠서 여유가 없다면 집에서 커피를 내리는 자체가 고역일 테니까. 도구와 마음의 여유를 갖추었다면 향기로운 커피를 만들어 보자.
드리퍼의 크기에 따라 종이필터의 크기가 다양하다. 1~2인용과 3~4인용등이 있으니 확인하고 구매해야 한다. 처음 사용할 때에는 종이필터를 그대로 드리퍼에 넣었다. 밑의 오른쪽 사진처럼 필터가 어정쩡하게 들어가서 뭔가 안 맞는 느낌이었다. 사이즈를 잘못 구매한 것인가 싶어 당황스러웠다. 알고 보니 빗살 무늬 부분을 접어서 집어넣어야 했다.
종이필터를 접는 방법은 1. 밑쪽의 빗살무늬 부분을 한쪽으로 접고 2. 옆쪽의 빗살무늬 부분을 반대쪽으로 접는다. 순서를 바꾸어도 관계없다. 같은 방향으로 접는 것보다는 서로 반대로 접으면 좀 더 안정적으로 장착이 된다.
이제 드리퍼에 딱 맞게 종이필터가 들어간다. 원두를 넣기 전에 뜨거운 물로 전체 필터를 적셔서 특유의 종이 냄새를 제거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마도 냄새가 좀 심한 필터가 있는 것 같은데, 나는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그냥 이 상태에서 원두를 넣는다.
보통 커피 1인분용으로 원두 10g 정도를 사용하는데, 아래 사진의 계량스푼에 담으면 딱 10g이 된다. 항상 아내와 같이 마시므로 한 번 분쇄할 때 두 스푼을 넣어서 분쇄한다. 진한 커피를 좋아해서 원두를 반 스푼 정도 더 넣을 때도 있다. 원두를 분쇄할 때에는 아주 고소한 냄새가 사방에 퍼진다. 직접 내린 커피를 마시는 것만큼이나 원두를 핸드밀로 분쇄하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다. 드르르륵 커피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퍼져 나오는 향기. 갓 볶은 커피 원두를 분쇄할 때면 그야말로 무상무념에 빠진다.
원두를 분쇄한 후에 헤드를 분리하면 아래 오른쪽 사진처럼 통 안에 커피가루가 담긴다. 커피가루를 필터에 부어 넣고 드리퍼를 살짝 흔들어서 가루를 평형하게 만든다. 울퉁불퉁한 채로 내리면 아무래도 고르게 추출하기가 힘들다.
포트에 10g당 150ml의 끓는 물을 준비한다. 두 스푼의 원두를 분쇄했으므로 300ml의 물을 사용해서 두 잔 분량을 내린다. 물의 온도는 90~95도 정도가 적당하다고 하는데, 원두를 분쇄하기 직전에 물을 끓여 놓았다가 사용하면 비슷한 온도가 된다. 주둥이가 가늘고 긴 포트를 이용해 가루 전체에 물을 고르게 부어준다. 충분히 적셔주어야 커피가루가 잘 분다. 이렇게 해 놓아야 추출할 때 커피의 성분이 잘 녹아 나와서 향과 맛이 제대로 우러나온다.
약 30초 정도 기다리면 빵이 부푸는 것처럼 원두가 부풀어 오르는 것이 보인다. 오래된 원두는 커피 빵이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 신선한 원두를 사용해야 잘 부풀고 잘 내려진다. 당연히 커피맛도 더 좋다.
원두가 잘 부풀었으면 이제 본격적으로 드립을 할 차례.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내가 드립 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우선 중간 부분을 오백 원 동전 크기로 동그랗게 돌리면서 내려준다. 원두가 품고 있던 가스가 빠져나오면서 하얗게 거품이 일어난다.
이 상태로 드립포트에 담긴 물을 반 정도 소비할 때까지 내려주면 가루에 물이 차 오르기 시작한다.
전체적으로 차 오른다 싶을 때에 나선형으로 조금씩 넓혀가면서 내리다가 다시 안쪽으로 좁히면서 물을 부어준다. 이때에 필터 부분으로 물이 흘러내리게 되면 가루에 닿지 않고 그냥 내려가서 커피가 연해 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가운데로 다시 돌아왔으면 차올랐던 물이 내려갈 때까지 기다린다. 다시 한번 나선형으로 넓게 나갔다가 좁게 들어오는 형태로 내려준다. 이 정도 하게 되면 포트에 물이 거의 남지 않게 된다.
칼리타나 멜리타 드리퍼는 커피가 나오는 구멍인 추출구가 작아서 커피물이 천천히 떨어진다. 드리퍼에 물을 한 번에 많이 부으면 넘칠 우려가 있다. 그래서 물줄기가 가늘고 일정하게 나오게 물을 부어야 하는데, 이 물줄기 조절이 쉽지가 않다. 처음에는 손이 덜덜 떨려서 거의 물을 들이붓다시피 했었다. 커피도 그다지 맛있게 내려지지 않았다. 커피가루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대충 커피맛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그래서 처음 핸드드립을 시작했을 때에는 드립 커피보다 머신으로 추출한 에스프레소를 더 좋아했었다. 오랫동안 시간을 들여 연습을 했더니 어느 순간부터 일정한 맛을 내도록 추출할 수 있게 되었다.
드립 커피가 완성되었다. 연하고 부드러운 커피를 원하는 사람들은 여기에 뜨거운 물을 적당하게 섞어서 마시면 된다. 나는 물을 더 섞지 않고 그대로 마시는 것을 선호한다. 카페에서 드립 커피를 마실 때는 물을 추가하지 말라고 주문하곤 한다.
같은 원두를 사용해도 핸드드립 커피가 에스프레소에 비해 맛있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압력으로 한 번에 뽑아내는 것보다는 중력을 이용해서 천천히 내리는 것이 커피가 가진 맛과 향을 풍부하게 유지시켜주기 때문인듯하다.
정성스레 커피를 내려서 마시는 이 즐거움 때문에 늘 주말이 기다려진다.
*Cover image by Sabri Tuzcu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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