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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기영 Sep 21. 2017

핸드드립을 하려면 뭐가 필요한가요?

[커피 만들기] 1. 핸드드립 도구

요즈음은 집에서 커피를 즐기는 이른바 홈카페족들이 꽤 있다. 특히 캡슐커피의 발전으로 많은 사람들이 집이나 사무실에서 편하게 커피를 내려 마신다. 캡슐 커피는 분쇄한 지 시간이 좀 지난 원두에서 커피를 추출하는 것이어서, 갓 볶은 원두를 금방 갈아서 내린 커피보다는 맛이나 향이 떨어진다. 사실 간단한 도구로 집에서 핸드드립을 해 먹을 수 있는데 잘 모르거나 귀찮다고 느껴져서 그리 보편적이진 않다. 핸드드립을 위해 필요한 간단한 도구들은 아래와 같다. 1,2번 도구는 무조건 있어야 하지만 3번부터는 없어도 대체방안이 있다.

1. 드리퍼
2. 필터
3. 그라인더
4. 드립 서버
5. 드립 포트



1. 드리퍼 (Dripper)


제대로 된 드리퍼가 없던 시절에는 coffee percorlator라고 부르는 여과기로 커피를 내려 마셨다고 한다. 일반 커피포트처럼 생긴 이 여과기는 끓는 물을 계속해서 커피가루에 통과시켜서 커피를 뽑아 내는데, 특성상 과추출되거나 커피에 가루가 섞이곤 했다. 이를 참다 못한 독일의 Melitta Bentz 여사는 마침내 드리퍼를 고안하게 된다. 처음에는 주전자에 구멍을 내고 아들의 종이 연습장을 찢어서 커피를 걸러 마셨다. 커피 찌꺼기가 없는 깔끔한 커피를 즐기던 멜리타는 이를 사업화했고 그로 인해 최초의 드리퍼인 멜리타 드리퍼가 탄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멜리타(Mellita) 드리퍼는 추출구가 한 개 있다. 다른 드리퍼들에 비해 구멍도 작아서 물 빠짐이 느리다. 따라서 추출 시간이 오래 걸리며, 투입하는 물의 양을 아주 섬세하게 조절해야 한다. 물이 드리퍼 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서 커피가 물에 푹 잠겨 있다가 추출이 되므로 멜리타로 내린 커피는 바디감이 묵직하고 맛이 진하다.

멜리타 드리퍼 *Image from kurasu.kyoto


칼리타(Kalita) 드리퍼는 멜리타 드리퍼를 변형해서 일본 업체 칼리타가 만든 드리퍼이다. 멜리타와 마찬가지로 추출구의 크기가 작지만 구멍이 세 개이고 리브 - 드리퍼 안쪽의 골 같이 되어 있는 선 - 가 위에서 부터 추출구 부분까지 길게 이어져 있어서 물의 흐름이 좋다. 그래서 멜리타에 비해 사용하기가 비교적 용이하고 추출된 커피의 맛도 부드럽다. 초보자들이 많이 사용한다고 하는데 나도 칼리타 드리퍼를 사용한다.

칼리타 드리퍼 *Image from kurasu.kyoto


고노(Kono) 드리퍼는 앞의 두 드리퍼와는 다르게 원추형으로 생겼다. 그리고 추출구 구멍이 커서 물이 빠르게 내려간다. 그냥 물을 부으면 물이 커피와 닫는 시간이 너무 적기 때문에 원두의 충분한 맛과 향이 우러나오기가 어렵다. 그래서 점 드립으로 뜸 들이기를 우선 한 다음에 물을 붓는다. 커피가루를 담은 중앙 부분에 물방울을 한 방울씩 떨어뜨려서 뜸을 들이기 때문에 추출 시간은 더 오래 걸린다. 내려진 커피도 좀 더 진하고 향이 풍부하며 쓴맛이 강하게 나는 특징이 있다.

고노 드리퍼 *Image from kurasu.kyoto


고노 드리퍼와 비슷하게 생긴 하리오 드리퍼도 우리나라에서 많이 사용되는 드리퍼라고 한다. 같은 브랜드에서 새로운 형태의 드리퍼들이 계속 출시되고 있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칼리타에서 내놓은 칼리타 웨이브 라고 하는 제품이 있다. 드리퍼의 재질도 플라스틱, 자기, 동 등 다양하다. 뜨거운 물을 사용해야 하므로 플라스틱 보다는 동 이나 자기로 되어 있는 드리퍼를 개인적으로 더 선호한다.



2. 커피 필터 (Coffee Filters)


만일 드리퍼에 커피가루를 담고 물을 붓는 다면 커피와 함께 찌꺼기가 그대로 떨어질 것이다. 그래서 찌꺼기를 걸러주는 필터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필터는 역시 종이 필터이다. 대량으로 구매해서 하나씩 꺼내서 사용 후 그냥 버리면 되므로 매우 간편하다. 하지만 일회용 사용에 따른 환경오염의 문제가 있다. 또 필터 구멍이 매우 촘촘하므로 찌꺼기뿐 아니라 커피의 오일 등도 함께 걸러내어 묵직한 맛이 덜 난다는 단점이 있다. 깔끔한 맛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이게 큰 단점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종이로 만들어져 있어서 펄프의 맛이 커피 맛을 해친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커피가루를 필터에 넣기 전에 필터를 뜨거운 물로 한번 푹 적셔서 펄프 맛을 뺀 후에 커피를 내리라고 권고한다. 개인적으로 크게 펄프 맛이 느껴지지 않고 또 귀찮기도 해서 나는 그냥 내려 마신다. 필터는 드리퍼의 종류와 크기에 따라 맞는 것을 사용해야 하니 잘 보고 구매해야 한다.

내가 집에서 사용하는 칼리타용 필터


천으로 된 융 필터도 많이 사용된다. 반복해서 여러 번 사용이 가능하므로 환경친화적이고 커피에 잡맛이 섞일 우려가 거의 없다. 오일 성분도 함께 추출되므로 종이 필터로 내렸을 때 보다 커피 맛이 깊고 중후해진다. 융 필터는 커피 찌꺼기가 남아 있을 경우 산패할 우려가 있으므로 세척과 보관을 잘해야 한다.


금속필터는 필터의 구멍이 다른 필터들에 비해 커서 작은 찌꺼기가 커피에 섞여서 같이 내려진다. 그래서 프렌치 프레스로 내린 것 같이 묵직하고 강한 맛이 난다. 좀 텁텁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금속 재질이니 반영구적으로 몇 년 동안 사용이 가능하지만 융 필터와 마찬가지로 세척을 잘 해야 하고 가격이 조금 비싸다.



3. 그라인더 (Coffee Grinder)


커피를 내리기 위해서는 우선 생두를 볶아야 한다. 볶은 원두는 분쇄기로 잘게 부수어야 커피를 우려낼 수 있다. 원두를 분쇄하는 도구가 그라인더이다. 손으로 돌려서 분쇄를 하므로 핸드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핸드밀 말고 전동 그라인더도 있는데 이는 주로 카페 등의 업소에서 사용한다. 그라인더가 집에 없다면 커피 원두를 구입할 때 갈아 달라고 하면 분쇄해서 포장해 준다. 다만 분쇄를 미리 한 원두는 향이 금세 날아가 버리고 산화도 쉽게 진행되기 때문에 되도록 빨리 소비해야 한다.

그라인더 *photo by Mrtvolka666 | pixabay.com



4. 드립 서버 (Drip Server)


드립 서버는 추출한 커피를 담는 도구를 말한다. 보통 강화유리로 만든 것을 많이 사용한다. 얇아서 깨질 위험이 있으므로 조심해서 다루어야 한다. 모양과 크기가 가지각색인데 드리퍼 아랫부분과 서버 입구의 사이즈만 맞는 다면 아무 것이나 사용하면 된다. 서버가 없을 경우에는 드리퍼를 얹을 수 있는 머그컵 등에 내려서 마실 수 있다.

서버 *photo by andrew welch | unsplash.com



5. 드립포트 (Coffee Pot)


드립 커피를 내릴 때 가장 중요한 기술이 분쇄된 커피 가루에 물을 붓는 것이다. 같은 원두를 사용해도 물줄기의 굵기, 떨어지는 속도, 물의 온도 그리고 물을 붓는 방법 등에 따라 맛이 미세하게 달라진다. 당연히 핸드드립을 하는 사람에 따라 커피 맛이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 이렇게 드립을 하기 위해서는 드립포트라고 불리는 주전자가 필요하다. 일반 주전자에 비해서 코가 길고 가늘다. 약간 곡선으로 휘어져 있기도 한데, 물이 좀 더 천천히 나오도록 하기 위한 디자인이다. 드립포트가 없다면 그냥 집에 있는 주전자로 조심 조심 물을 부어서 커피를 내리면 된다. 아쉽지만 그런대로 먹을 만한 커피가 내려질 것이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도 포트를 따로 구매하지 않고 일반 주전자로 내려 먹는 사람이 있다.

드립포트 *photo by Athena Lam | unsplash.com


여기에 열거된 도구를 구비하는 데는 그리 큰 돈이 들지 않는다. 물론 도구의 재질이나 브랜드에 따라서 가격 차이가 좀 나긴 하겠지만 적당히 쓸만한 도구를 구매한다는 가정 하에서 말이다. 도구를 다 갖추었다면 근처의 로스터리 카페에 가서 갓 볶은 원두를 사 오자.


주말 아침 느즈막히 일어나 직접 내려 먹는 커피의 즐거움을 만끽할 시간이다.


*Cover image by Joshua Davis |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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