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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기영 Jul 13. 2017

핸드드립? 콜드브루?? 더치커피???

[커피의 종류] 2. 브루드 커피

덥다. 그야말로 무더위다. 이럴 땐 시원한 더치커피 한잔이 제격이다. 더치커피는 찬물로 커피를 우려낸다. 참 신기하다.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뜨거운 물도 아닌 찬물로 내린다니. 더치커피는 브루드 커피의 한 종류이다. 커피는 크게 나누면 에스프레소 베이스드 커피와 브루드 커피가 있는데 찬물이건 뜨거운 물이건 압력을 주지 않고 내리는 커피를 브루드 커피라 부른다.


브루드 커피 (brewed coffee)는 분쇄한 원두에 물을 부어서 내리는 방식으로 만든 커피 종류를 말한다. 강한 압력으로 뜨거운 스팀을 빠르게 통과시켜서 추출해 내는 에스프레소와는 다르게 중력의 힘을 이용하여 천천히 커피를 우려낸다. 물이 천천히 내려오면서 좀 더 오래 커피 원두와 접촉을 하므로 원두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맛을 추출해 낼 수가 있다.


브루드 커피 *Photo by Matthew Henry | burst.shopify.com



드립 커피 vs 핸드드립 커피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드립 커피(drip coffee 또는 autodrip coffee)는 기계를 이용해서 내리는 커피이다. 분쇄한 원두를 필터에 올려 커피메이커에 넣으면 자동으로 커피가 내려진다. 이 드립 커피는 커피숍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는데 '오늘의 커피'로 부르는 곳이 가장 많다. 이름 때문인지 '오늘의 커피'가 - 식당에서 파는 런치 스페셜처럼 - 커피 메뉴 중에서 그날 특정 종류의 커피를 싼 값에 파는 것인 줄 알고 있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여러 원두를 혼합해서 사용하는 에스프레소에 비해 한 종류의 원두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드립 커피를 '싱글 오리진'이라 부르는 커피숍도 있다. 


아메리카노와 매우 비슷하지만 맛이 좀 더 깔끔하고 다양한 풍미가 나기 때문에 나는 드립 커피를 선호한다. 게다가 값도 아메리카노에 비해 저렴하다. 맛이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왜 더 저렴할까를 생각해 봤는데, 아마도 원두를 갈아서 기계에 넣기만 하면 되니까 바리스타의 노동력이 적게 들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핸드드립 *Photo by Karl Fredrickson | unsplash.com


핸드드립 커피(hand drip coffee)는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는 잘 팔지 않는다. 주로 소규모 카페에서 맛볼 수 있다. 말 그대로 바리스타가 직접 드리퍼를 이용해서 내려주는 커피이다. 분쇄한 원두를 필터에 담아 드리퍼 위에 올려서 드립포트로 물을 내려 제조한다. 원두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즉석에서 내려주므로 갓 내린 커피만의 신선함도 있다. 바리스타의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고 노동력과 시간이 좀 더 많이 소요되므로 핸드드립 커피는 아메리카노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된다. 


아이스 핸드드립 *Photo by Andrei Bocan | stocksnap.com


드립퍼에 얼음을 넣고 내린 아이스 핸드드립(ice hand drip) 요즘같이 더운 여름에 딱 어울리는 별미이다. 커피가 추출되면서 바로 얼음과 만나도록 서버에 얼음을 넣고 뜨거운 물로 내리면 된다. 우리 동네에 있는 로스터리 카페에서 처음 맛보았다. 깔끔하면서도 향기롭고 또 시원했다. 사장님에게 비법을 물으니, 얼음이 녹으면서 희석이 되는 것을 감안하여 짧고 진하게 추출해 내는 게 키포인트라고 했다. 집에서 몇 번 해 보았는데 카페에서 먹었던 것만 못하다. 내공의 차이인 건가...



콜드브루 vs 더치커피


요즘 더치커피가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뭔가 좀 더 부드럽고 깔끔한 뒷맛이 나서 좋아들 한다. 커피는 너무 써서 싫다고 하는 사람도 더치커피는 마시는 경우가 많다. 작년인가 음료를 만드는 모 회사에서 콜드브루 커피를 내놨다. 시판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바야흐로 차가운 커피의 시대이다.


더치커피 *Photo by Jason Bon | pixabay.com


콜드브루와 더치커피는 기본적으로 같은 종류이다. 동양의 식민지에서 커피를 재배하여 유럽으로 운송할 때 장기간의 항해 동안 선원들이 마시기 위해 고안된 커피가 콜드브루(cold brew coffee)라고 한다. 뜨거운 물을 구하기 어려워서 찬물로 커피를 내렸더니 맛이 더 부드러웠고, 시간이 지날수록 숙성이 되면서 더 맛있어져서 선원들이 즐겨 마셨다는 이야기다. 그 식민지는 인도네시아였고 콜드브루를 발견한 선원이 네덜란드인이어서 더치커피(dutch coffee)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는 건데, 이게 사실 정확한 근거는 없다고 한다. 이 일화를 이용하여 일본의 한 사업가가 마케팅용으로 만든 브랜드가 더치커피라는 설도 있다. 정작 네덜란드 인들은 더치커피 이야기를 들으면 신기해들 한다고.


콜드브루 *Photo by Jess Bonham | housefour.com


어쨌든 한국에서 많이 마시는 더치커피는 찬물을 이용해서 아주 천천히 내리는 커피이다. 전용 도구를 이용해서 1초에 한 방울의 물을 흘려보내서 점적식으로 우려낸다. 첫 커피 방울이 나올 때까지 거의 한 시간이 걸리고 다 우려내려면 10시간에서 12시간까지 걸리기도 한다. 요즘 커피숍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무슨 과학실험기구 같이 생긴 것이 그 전용 도구이다. 


한 방울씩 내리는 점적식 방법 말고 침출식도 있다. 커피가루에 찬물을 붓고 휘저은 다음에 열두 시간 정도 뒤에 커피 가루를 걸러내어 마시는 방법이다. 특별한 도구가 필요하지 않으므로 집에서도 내려 먹을 수 있다. 열몇 시간을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만 있다면 말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 내린 더치커피는 뒷맛이 깔끔하고 부드럽지만 원액은 진하게 내려진다. 그래서 우유나 물을 타서 먹는 게 일반적이다.


우유를 섞은 더치커피 *Photo by Demi DeHerrera |  unsplash.com


요즈음 인기를 끌고 있는 커피 중에 나이트로 콜드브루(nitro cold brew)도 있다. 콜드브루 커피에 질소를 주입시켜서 만든 커피인데 질소가 커피에 닿아 만드는 미세한 거품이 특징이다. 질소를 주입해서 나오므로 맥주처럼 탭에서 따라 준다. 자잘한 거품이 있어 부드럽고 고소한 커피맛이 일품이다. 질소와 커피가 만나서 물결치듯 떨어지는 캐스캐이딩 현상을 감상하는 것은 나트트로 콜드브루를 마시는 또다른 즐거움이다.



프렌치프레스


프렌치프레스(french press 혹은 plunger pot)는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핸드드립이나 극강의 인내심이 필요한 더치커피보다 비교적 간단하게 만들어 마실수 있는 커피 도구이다. 보통 유리로 되어 있는 컵에 금속 망사 필터가 달려있는 뚜껑으로 이루어져 있다. 커피 원두를 굵게 갈아서 유리컵에 담고 95도 정도의 뜨거운 물을 붓고 4분 정도 둔다. 커피가 충분히 우러나면 필터를 눌러서 커피물만 위로 올라오게 한 뒤에 컵에 따라 마시면 된다. 정말 간단하다. 인내심도 크게 필요치 않다. 컵라면 익을 시간만 기다리면 된다.


프렌치프레스 *Photo by Kris Atomic | unsplash.com


프렌치프레스로 커피를 내리면 아무래도 미세한 커피분말이 말끔히 여과되지 않아서 약간은 텁텁한 맛이 날 수도 있다. 그래서 컵에 따를 때 완전히 다 따르지 않고 분말이 나오지 않도록 조금 남겨놓는 게 좋다. 미세 분말을 완벽하게 거르지 못한다는 것은 오일 등의 다른 커피 성분이 여과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드립이나 콜드브루처럼 아주 깔끔한 맛이 나지는 않지만 그만큼 커피 본연의 풍부한 맛을 즐길 수가 있다. 


프렌치프레스를 이용해서도 콜드브루 커피를 만들 수도 있다. 뜨거운 물 대신 상온의 물을 부으면 된다. 그리고 12시간 뒤에 프레스 해서 마시면 된다. 매우 간단하지만 역시 극강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프렌치프레스의 또 다른 이점은 도구가 간편해서 여행용으로 들고 다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특히 캠핑 갔을 때 프렌치프레스로 갓 내린 커피를 자연을 벗 삼아 마실수 있다면 참으로 행복할 것 같다.



*사족: 드립용 원두

왼쪽이 드립용 오른쪽이 에스프레소용 원두. 왼쪽은 핸드밀로 오른쪽은 자동분쇄기로 분쇄했다.
일반적으로 물과 길게 접촉해서 커피를 우려내야 하므로 원두를 에스프레소용보다 더 굵게 갈아야 한다. 원두가 잘게 분쇄되면 표면적이 늘어나고 물과의 접촉면도 넓어진다. 이렇게 잘게 분쇄된 원두를 드립방식으로 내리게 되면 추출이 너무 많이 일어나게 된다. 이를 과다 추출이라 하는데, 과다 추출이 되면 커피의 좋은 향과 다양한 맛보다는 불쾌하고 쓴 맛이 과하게 나는 커피가 된다. 짧은 시간에 빠르게 추출을 하는 에스프레소용으로는 잘게 분쇄된 원두를 사용하고 드립 등의 브루드 커피용으로는 좀 더 굵게 분쇄된 원두를 사용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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