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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기영 Dec 19. 2017

상상과 현실의 경계 <강철비>

브런치 무비 패스


브런치에서 메시지가 왔다. <강철비> 시사회 때 배우들 무대인사가 있어서 예정보다 10분 일찍 시작할 거라고. 오... 그럼 연예인들의 연예인이라는 정우성도 실물로 볼 수 있다는 건가.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퇴근하자마자 코엑스로 달려가 줄을 섰다. 영화를 보기 좋은 곳은 앞에서 5열 정도이겠지만 맨 앞 가운데 자리로 달라고 했다. 스크린을 올려다봐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라도 더 가깝게 배우들을 보고 싶었다.


정우성은 어둠속에서도 빛이 났다


무대인사가 끝나고 영화가 시작되었다. 방금 전에 출연 배우들을 실물로 본 뒤라 영화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아는 사람이 티브이에 나온 것처럼 어색했다. 북한군 요원이 아니라 그냥 정우성으로 보였다. 한 10분 정도는 그 상태가 지속되다가 강철비가 떨어지는 장면부터 급속도록 몰입이 되었다.


여의도 면적 1/3을 순식간에 초토화시킬 수 있는 강철비


강철비(steel rain)는 다연장 로켓포(MLRS: Multiple Launch Rocket System)의 별칭이다. 공중에서 폭발하면서 수만 발의 강철 탄환이 뿌려지기 때문에 이런 별칭이 붙었다고 한다. 두 주인공들의 이름인 철우도 중의적으로 steel rain을 암시하고 있는 듯하다. MLRS는 살상 반경이 매우 넓고 - 약 30만 평, 즉 여의도 면적의 1/3 정도 - 무차별적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용 금지협약을 맺은 무서운 무기이다. 남과 북의 대치상황이 언제든지 무서운 상황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 제목을 이렇게 지었다고 한다. 영화에서도 이 강철비가 쏟아짐과 동시에 정세가 급변한다.

 


핵전쟁을 막기 위한 필사의 노력


강철비를 신호로 쿠데타가 일어난 북한에서 '장군님'을 모시고 남한으로 탈출한 엄철우(정우성)는 청와대 외교안보 수석 곽철우(곽도원)와 우연히 만나게 된다. 서로 다른 신념을 가지고 있지만 둘은 전쟁을 막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인다. 이 땅에 전쟁 - 그냥 전쟁이 아니고 핵전쟁 - 이 발생한다는 것은 곧 두 나라 모두의 공멸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전쟁을 막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남북한 내부의 문제뿐 아니라 주위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서로 얽혀 있다. 당연하게도 주변국들은 자국의 이익만을 생각한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다고 해도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상상과 현실 사이


영화지만 상황 묘사가 매우 실감 났다. 북한에서 여러 차례 미사일을 쏘고 미국과 서로 말폭탄을 주고받는 현재 상황과 자연스레 오버랩이 되었다. 현실인지 영화인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였다. 액션이 전달하는 스릴보다 상황 자체가 주는 긴장감이 더 컸다고나 할까.


사실 영화에서처럼 급박했던 상황이 우리한테도 여러 번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회를 거듭하면서 우리는 점점 무뎌지고 "뭐 별일 있겠어?"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되었다. 흔히 말하는 안보 불감증에 걸려 있다. 영화에서도 전쟁으로 치닫는 상황 사이로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는 시민들이 겹쳐 보인다. 하긴 일상을 영위하는 것 말고 딱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느 영화나 그렇듯이 <강철비>에도 옥에 티는 존재한다. 우연의 연속인 스토리 전개, 좀 무리다 싶은 곽도원과 정우성의 브로맨스 등등. 그렇지만 재미있다. 잊을만하면 미사일을 쏘아 대는 북한을 지척에 두고 있으니, 영화 속 상상이 현실과 어우러져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가 없었다. 허구임을 알면서도 "저럴 수도 있겠구나" 싶은 긴박한 상황 전개는 그야말로 공포스럽다.


분단국가의 국민은 분단 그 자체보다 그걸 이용하는 권력자들에 의해 더 고통을 받는다.

우리나라에는 이렇게 공포스러운 상황을 정치에 이용해 먹는 인간들이 참 많았다. 말해 봐야 입만 아프다. 미국이나 중국, 일본 등의 주변국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래서일까. 영화에서는 "분단국가의 국민은 분단 그 자체보다 그걸 정치에 이용하는 권력자들에 의해 더 고통을 받는다"는 대사가 두 번이나 나온다.



<강철비>는 전쟁 자체를 소재로 한 영화는 아니다. 상황관리가 안되면 그것이 어떻게 전쟁으로 이어질지를 보여주고, 전쟁을 막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화두를 던지는 영화이다. <강철비>가 현실이 되지 않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해 본다.




*all still images from Daum Movie | https://goo.gl/cMm4eQ



강철비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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