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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길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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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기영 Oct 14. 2016

가을, 샌프란시스코 #1

2016년 가을. 또 왔다. 샌프란시스코에.


이번 출장엔 저녁 자투리 시간 + 마지막 날 반나절의 여유시간이 생겼다. 알차게 보낼 예정이다. 공교롭게도 샌프란시스코는 올 때마다 가을이다. 낮에 따뜻하고 밤에는 쌀쌀한, 내가 좋아하는 가을.


유니언 스퀘어 (Union Square)



공항에서 바로 오느라 점심을 먹지 못했는데, 호텔에서 먹자니 갑갑해서 바람도 쐴 겸 밖으로 나섰다. 호텔이 유니언 스퀘어 바로 옆이어서 시내 구경을 하며 좀 걷다 보니 스타벅스가 보인다. 곧 회사 일정으로 Evening Reception (주류와 간단한 애피타이저가 제공된다. 음료 한잔씩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네트워킹하는 시간.) 이 시작되니 간단하게 먹을 요량으로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커피와 샌드위치를 받아 들고 창밖이 잘 보이는 자리에서 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옆자리 외국인(?)이 말을 건다. 자기는 이 동네가 처음인데 피셔맨즈 워프가 어디냐고 물어본다. 오 내가 미쿡 현지인처럼 보이나 보다! 나도 여기 지리에 익숙지는 않지만 거기가 어딘지는 안다며 구글맵에서 찾아서 보여줬다. 고맙다며 엄지척 하더니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서 떠나는 외국인.

간간이 샌프란시스코 시티투어 버스가 지나간다. 커피를 마시며 도시의 일상을 감상하는 것이 은근히 재미있다. 그 도시가 어디이던 간에.


해가 지고 있어서 카디건을 걸쳐야 할 만큼 쌀쌀한 날씨인데도, 웃통을 벗고 다니는 사람 몇이 눈에 띈다. 좀 있으니 몸의 생김새가 적나라하게 다 드러나는 흰색 쫄바지를 입은 남자도 거리를 활보하고 다닌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둘째 날. 회사 일정이 다 끝난 후 저녁 산책에 나섰다. 사실 미국에서 밤에 돌아다니는 것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간간이 노숙자들이 보이고 어디선가 총알이 날라 올 것만 같은 음산한 분위기. 내가 기억하는 미국의 밤 풍경이다. 샌프란시스코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좀 더 활기가 넘치긴 한다. 젊은이들이 거리에 많다. 유니언 스퀘어 한 복판에 뉴스에서나 보던 애플스토어가 보인다.


근처의 빌딩 조명도 근사하다. 아마도 호텔인것 같다. 거리 한쪽에서는 젊은이 서너 명이 공연을 하고 있다. 힙합 공연 같은데 래퍼의 솜씨가 꽤 수준급이다. 자연스레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사람들이 너도나도 카메라를 꺼내 들길래 나도 한 장 찍어 봤다. 그런데 래퍼는 안 찍히고 사진 찍는 구경꾼들만 찍혀네...


베이브릿지 (Bay Bridge)

셋째 날 저녁엔 우리 팀만 따로 모여서 저녁을 먹었다. 장소는 Bay Bridge 근처의 Prospect라는 레스토랑. 뭘 시킬까 고민하다가 생선요리를 주문했다. 4만 원이 넘는 가격인데 요리가 쥐꼬리만 하다. 맛은 좋다. 분위기도 괜찮고 음식과 와인도 나쁘지 않았다. 비싼 게 좀 흠이다.


저녁을 먹고 나오니 Bay Bridge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Bay Bridge와 Golden Gate Bridge를 착각한다고 한다. 대충 비슷하게 생겼으니 여기서 사진 찍고는 금문교에 다녀왔다고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고.

Bay Bridge옆 산책로에는 엄청 큰 활과 화살이 땅에 박혀있다. 작품명은 Cupid's Span이고 샌프란시스코가 사랑의 신 에로스의 도시라는 것에 영감을 받아 제작된 작품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거대한 큐피드의 화살이다. 안타깝게 땅에 박혀있지만.

이 해변가 산책로를 따라서 한시간 가량 쭈욱 걸어 올라가면 피셔맨즈 워프가 나온다. 다들 의기양양 그곳까지 갈 것처럼 발걸음을 재촉했다. 채 100미터도 가기 전에 포기했다. 날도 춥고 내일 일정도 있으니 이쯤에서 그냥 호텔로 돌아가자며.


케이블카 (Cable Car)

호텔까지는 걸어가기로 했다. 여럿이 함께 걸으니 예의 그 스산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이제 보니 샌프란시스코는 야경이 참 예쁘다. 특히 시내 곳곳을 오가는 트램(샌프란시스코에서는 케이블카라고 부른다)이 있어 더욱 낭만적이다.




누군가 케이블카를 타 보자고 제안했다. 한번 타는데 7달러나 되고 호텔까지 몇 정거장 되지 않지만 이때 아니면 언제 타 보겠냐며 다들 동의한다. 현장에서는 현금만 받는데 다들 지니고 있는 현금이 얼마 없다. 어쩔 수 없이 돈 많은 우리 보스가 모든 사람들의 차비를 지불하고 케이블카에 올랐다.


덜컹덜컹 케이블카가 움직인다. 아기자기한 도시의 조명들을 헤치며 언덕을 오른다.


차장 아저씨(conductor)는 활기차게 사람들과 큰소리로 얘기를 나눈다. 승차하는 사람들도 반갑게 인사를 하며 오르고, 하차하는 사람들도 정겹게 인사를 하며 내린다. 마치 우리네 시골 마을버스 같은 느낌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케이블카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수동운행 시스템이라고 한다. 한 케이블카에는 보통 두 명의 직원이 탑승한다. Gripman과 Conductor이다.


앞쪽에는 그립맨 (gripman)이라고 불리는 운전사가 그립레버로 케이블을 잡았다 놓았다 하면서 케이블카를 운행한다. 그립맨이 되려면 힘이 좋아야 한다. 위 사진의 뒷모습은 차장아저씨(conductor)의 뒷모습이다. conductor는 차비를 걷고 승객들이 오르고 내리는 것을 봐준다. 또 내리막길에서 뒤쪽에 위치한 후방 브레이크를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1873년부터 시작되어 한때 23라인까지 운행이 되던 케이블카는 현재 세 라인만이 운행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하루 이상 머무르면서 케이블카도 이용하고 하려면 Muni Passport를 사는 것이 좋겠다. 하루, 사흘 혹은 일주일 패스를 구입하면 케이블카를 포함한 모든 시내 교통수단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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