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일정 마지막 날. 오전에 모든 미팅이 끝나고 오후에 여유시간이 생겼다. 낮에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돌아볼 절호의 찬스.
일단 점심을 먹기 위해 유니언스퀘어에 있는 Cheese Cake Factory라는 곳으로 갔다. 현지인들에게 엄청나게 인기가 있는 곳이어서 거의 40분을 기다려서 들어갔는데 뭐 맛은 그저 그랬다. 같이 갔던 사람들 중에 아시아계 동료들은 시큰둥 했고 호주에서 온 동료들만 맛있다며 나리가 났다. 음식보다는 야외 테라스에서 보는 (낮에 보는) 유니언스퀘어 뷰가 훌륭했다.
피어39 (Pier39)
Pier39에 가면 바다사자를 볼 수 있다고 하길래 그리로 향했다. 차이나타운을 지나서 갔는데 그 규모가 상당하다.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1/3 정도가 차이나타운인 것 같다. 날씨도 화창하고 간간이 예쁘고 독특한 집들이 나타나서 눈을 즐겁게 해 준다.
20여분을 걸어서 드디어 Pier39에 도착. 39라는 숫자에 무슨 의미가 있나 했더니 저쪽 밑에서부터 Pier1을 시작으로 부두들이 쭉 늘어서 있고 여기가 39번째 부두인 거였다. 역시 Bay Area라 불리는 항구의 도시 샌프란시스코 답다.
바닷가 쪽으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이동하니 이곳의 명물 바다사자들이 도크위에서 쉬고 있는게 보였다. 바다사자 특유의 컹컹 거리는 울음 소리를 내며 옹기종기 모여 있다.
원래는 바다 곳곳의 바위에서 쉬곤 했는데 바위들이 점점 줄어들면서 1989년부터 이곳에 와서 쉬기 시작했다고 한다. 얘네들이 한참 많을 때는 도크가 가득 찰 정도로 몰려와서 쉬는데 한때 1,700마리 정도가 와서 쉬는 게 동물학자들에 의해 관측되기도 했단다. 완전 장관이었을 것 같다. 시끄럽기도 했을 거고.
바다 저 멀리에는 그 유명한 알카드라즈 감옥이 보인다. 이번에도 시간이 여의치 않아서 가 보지 못했지만 다음에 또 오게 된다면 알카트라즈 투어를 제 일 순위로 해 볼 생각이다. 안에 의외로 볼 것이 많다고 한다.
Pier39에서 나와 북쪽으로 피셔맨즈워프를 향해 무작정 걸었다. 사람들이 모여 있길래 뭔가 하고 보니 엄청 큰 악어 빵. 맛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신기하긴 하다. 악어 등위에는 게 빵과 붕어빵도 있다.
약간 쌀쌀하지만 걷기에 매우 좋은 날씨이다. 부두에 정박해 놓은 작은 배들이 평화롭게 보인다. 여기에서 배를 타면 알카트라즈를 돌아보는 투어를 할 수가 있는 듯하다. 오늘의 마지막 배가 출발할 거라며 어서 오라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기라델리 스퀘어 (Ghiradelli Square)
부둣가를 따라 계속해서 걷다 보니 기라델리 스퀘어가 나왔다. 초콜릿 공장도 있고 뭔가 대단한 게 있을 줄 알았는데 카페, 초콜릿 가게 및 기념품 가게가 몇 개 있는 게 다였다. 매우 실망했지만 초콜릿을 잔뜩 사는 것은 잊지 않았다. 기라델리 초콜릿은 워낙 유명하니까.
금문교 (Golden gate bridge)
지난번에는 골든게이트 브릿지를 차를 타고 건너기만 하고 가까이서 감상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사진에 나오는 그런 장면을 실제로 보고 싶었다. 우버를 이용하기로 했다. 어디로 가야지 멋진 뷰가 보일 지를 알 수가 없어서 구글맵을 찾아보니 가장 가까운 곳이 Marine Drive 인 것 같아서 그쪽으로 목적지를 설정했다. 10분이 채 안돼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시원한 바람이 분다.
노을이 붉게 물들고 있었고 다리 꼭대기에 구름이 드리워져 있어서 장관을 연출했다. 부둣가에서는 낚시하는 사람들과 데이트하는 연인들이 눈에 띈다. 모든 게 다 그림 같다.
바람이 너무 차가워져서 시내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우버를 불렀다. 멋진 광경을 뒤로하고 나가다 말고 운전수가 차를 멈춘다. 너무 멋져서 어쩔 수 없다면서 뒤로 돌아 사진을 찍어 댄다. 뭐지? 하고 보니 금문교에 불이 들어와 있다. 마치 다리 위에 엄청나게 많은 초를 켜 놓은 듯이 아름답다.
Marine Dr에서도 근사한 경관을 감상할 수 있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여행객이나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 곳은 Fort Point옆의 Hoppers Hands였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우리가 흔히 보는 골든게이트 브릿지의 모습이 나온다.
샌프란시스코 공항 런웨이
중간에 출장 일정이 꼬여서 마지막 밤은 공항 바로 옆의 호텔로 이동해서 묵게 되었다. 공항으로 출발하기전 아침에 짬을 내어 호텔 옆의 산책로를 따라 거닐었다. 바다를 보며 걷고 있는데 멀리서 비행기 두대가 동시에 나타났고 바다로 착륙을 시도하는 게 보였다.
자세히 보니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런웨이가 바다로 삐죽 나와 있는 형태로 되어 있어서 마치 비행기들이 바다에 착륙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거였다. 이래서 샌프란시스코 공항이 착륙할 때 좀 위험하다고 했던 것 같다. 몇해 전에 아시아나 여객기 사고가 났던 곳이기도 하고. 어쨌든 공항 근처의 호텔에서 숙박을 하게 되었다면 바다를 따라 나 있는 이 산책로를 거닐어 보기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샌프란시스코에는 가을에만 두번 왔다. 가을 날씨만 이런지는 모르겠지만 늘 화창한 날씨를 선사해 주었다. 출장 때마다 조금씩 짬을 내어 곳곳을 돌아보는 재미가 나쁘지 않다. 언제 다시 또 오게 될지 모르겠지만 후일을 기약하며 비행기에 올랐다.
사족: 샌프란시스코 공항 탑승게이트는 안에서 서로 연결 되어 있지 않다. 중국 동료랑 비행 탑승시간이 좀 남아 있어서 검색대를 통과하고 나서 같이 점심 먹자고 약속을 했는 데 결국 만나지 못했다. 그 친구는 게이트 A였고 나는 G였는데 그쪽으로 가려면 거꾸로 밖으로 나가서 다시 A로 들어가는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야만 했다. 물론 그렇게 만나고 나서 G로 들어가기 위해 다시 한번더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야 하니 그 수고를 감당할 만큼 같이 점심 먹는게 중요치는 않다는데에 서로 동의했다. 함께 온 지인과 탑승게이트가 다르다면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기 전에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는 것이 좋겠다. 음... 써 놓고 보니 정말 사족이네.
단독주택에서 살기 https://brunch.co.kr/magazine/myhouse
일 이야기 https://brunch.co.kr/magazine/essaysbygi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