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taleshwar Temple은 8세기경에 바위를 깎아서 만든 동굴 같은 절이다. 시내 한가운데에 이런 곳이 있어서 신기했는데, 알고 보니 예전에는 시 외곽에 있었지만 푸네시가 커지면서 자연스레 시내에 위치한 것처럼 된 거라고 한다. 이 절은 평지보다 아래에 위치해 있고 사방이 돌 벽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마당에 서 있으면 마치 작은 콜로세움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중앙에는 둥근 지붕을 얹은 독특한 모양의 Nandi Shrine(난디 신사)가 있고 이를 둘러싸고 있는 벽 쪽으로 통로가 이어져 있어서 이곳으로 들어가면 제를 올리는 곳이 나온다. 시바신을 모시는 신성한 곳이므로 당연히 신발을 벗고 입장해야 한다. 어떤 이는 꽃을 또 어떤 이는 음식을 정성스럽게 올리느라 분주하다.
통로를 걷다가 신기한 것을 발견했다. 바닥에 발자국 모양을 새겨 놓은 것인데 아이의 그것처럼 조그맣고 귀엽다. 이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궁금해하며 찰칵.
인도에서는 Banyan Tree (보리수)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언뜻 보기에는 좀 기괴하게 생겼다. 가까이 가서 보니 나무에 또 다른 나무가 자라고 있어서 더 그런 듯하다. 나무의 틈새 같은 곳에 씨가 들어가서 그 나무에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게 된다고 하는데, 나무가 자라면서 줄기에서 다시 뿌리가 나와 밑으로 뻗어 나온다. 이런 식으로 나무가 점점 커지게 되고 뭔가 머리를 풀어헤쳐 산발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게 된다. 나 같은 이방인들에게는 좀 으스스해 보이지만, 힌두교에서는 이 나무를 신이 선사한 쉼터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리고 신기한 것은 반얀트리 아래 그러니까 나뭇가지가 펼쳐져 있는 그 아래에서는 풀이 전혀 자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결혼, 출산 등 뭔가 풍요와 생산을 기념하는 행사에는 잘 이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석가모니가 보리수 그늘 아래에 앉아 7일간 묵상하며 득도했다고 전해져 오는 관계로 불교인들에게도 의미가 깊은 나무라고 할 수 있다.
푸네시내를 돌아다니다 마주친 인도의 초등학교. 건물이 복도식 아파트처럼 되어 있는 점이 특이하다. 역시 초등학교여서 그런지 벽과 건물에 아기자기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시내에는 오래된 건물들이 많다. 외관 청소를 거의 안 해서 새 건물도 좀 지저분해 보인다. 옆에 있던 인도 출신 동료가 말하길, 실내는 건물주인이나 임대업자가 청소를 하기 때문에 비교적 깨끗하지만 외관과 거리등은 정부에서 알아서 청소해 주겠거니 하고 내버려 둔다고 한다. 물론 정부가 알아서 청소해 주지 않기 때문에 지저분한 상태로 계속 있는 거라며...
길거리에 소가 자주 보인다는 것을 빼면 우리나라의 70년대와 매우 흡사한 분위기이다.
Indian Time. 출장의 마지막 날 남는 시간을 이용해 푸네에서 근무하고 있는 동료 두 명이 자기들 차로 시내 관광을 시켜주겠다고 한다. 아침 10시에 만나기로 하고 같이 가기로 한 중국 동료들과 9시 50분부터 로비에서 만나 수다를 떨었다. 그런데 10시 20분이 다 되어 가는데 인도 동료들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차가 밀려서 그런가 보다 하고 전화를 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거의 다 왔는데 차가 밀려서 늦는다며 곧 도착하니 조금만 기다려 달란다. 10시 40분에 다시 전화를 했다. 5분 뒤에 도착한다고 했다. 믿고 기다렸지만 아니었다. 11시가 되어서야 인도 동료 중 한 명이 도착했다. 그는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생글거리며 어디를 구경하고 싶냐고 물었다. 은근 화가 났지만 자기 시간을 할애해서 호의를 베푸는 친구에게 뭐라 하기가 좀 그랬다. 오기로 했던 다른 직원은 어디 있냐고 물었더니 그 친구도 거의 다 왔는데 5분 뒤에 도착한다고 한다. 기가 막혔다. 언제 올지 모르는 사람을 기다리느니 우리끼리 그냥 돌아다니자고 세명의 동료와 의기투합을 했고, 함께 길을 나섰다.
인도 사람들은 시간관념이 철저하지가 않다. 사람 간의 약속은 물론이고 열차나 버스도 몇 시간씩 늦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심지어 약속했던 시간보다 네댓 시간을 늦게 오길래 왜 이리 늦었냐고 항의했더니, 늦게 온 인도인이 어쨌든 왔는데 뭐가 문제냐고 되려 화를 냈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다. 아마도 윤회사상의 영향을 받아서 시간이 끝도 없이 반복된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지금 못하면 이따가 하면 되고 오늘이 안되면 내일 하면 되는데 굳이 시간을 칼같이 지켜가며 살아갈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철학적인 이유로 시간을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살아가고 있고 그것이 그냥 습관처럼 굳어져 있는 듯하다.
푸네대학교(Savitribai Phule Pune University)는 인문학과 IT교육으로 유명한 인도 최고의 대학 중 하나이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 많은 정치인들을 배출했고 다국적 IT회사들도 푸네에 많이 진출해 있다고 한다. 우리 회사도 R&D 인력의 상당수가 이곳 푸네에서 일을 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푸네 대학이 동양의 옥스퍼드라 불리고 있다고 하는데 사실 동양의 옥스퍼드(Oxford of the East)는 푸네시(City of Pune)를 지칭하는 말이다. 워낙 학교도 많고 전 세계에서 공부하러 온 사람들이 많은 교육의 도시여서 그렇게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대학 정문을 통과해서 나무가 울창한 숲길을 걷다 보면 대학 본관이 나온다. 건물이 오래되어 보수공사 중이서 내부로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밖에서 보기에도 고풍스럽고 멋졌다. 물론 대학 건물도 예외 없이 외관 청소를 하지 않아서 지저분하긴 하다.
푸네대학교를 나와서 다시 시내 중심으로 가는 길에 늘어선 집들은 약간 빈민촌 같은 느낌을 준다. 시내 중심이 우리나라의 70년대와 닮았다면 이곳은 60년대의 그것과 비슷하다.
나는 원래 여행할 때 길거리 음식을 즐겨 먹는 편이다. 길거리 음식이 대체로 맛있고 값도 싸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도에서는 그러지 못했다. 장티푸스 등으로 인해 배탈이 날 수 있으니 음식을 조심하라고 동료들이 겁을 줬기 때문이다. 길거리 음식은 물론이고 병에 담긴 물도 눈앞에서 뚜껑을 딴 게 아니라면 절대로 마시지 말라고 했다. 게다가 다른 동료들은 다 맞고 온 장티푸스 예방주사를 나는 맞지 않았으므로 더 조심을 해야 했다. 길을 다니다 보면 맛나 보이는 음식이 많았는데 참 아쉽다. 다음번에 가게 된다면 길거리 음식을 꼭 먹어봐야겠다.
시내 중심가로 돌아와서 점심을 먹고 쇼핑을 했다. 상점에 들어가는 데 우리 딸보다 두세 살 정도 많아 보이는 아이가 돈을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딸아이 생각도 나고 측은하기도 하여 50루피(약 850원) 한 장을 쥐어 주었다. 쇼핑 후 가게에서 나와 주변 구경을 하고 있는데 그 아이가 또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아까 주지 않았냐며 내 갈길 가는데 계속 따라오며 인도말로 머라 머라 종알거렸다. 뒤따라 오던 동료들이 돈을 또 주면 아이들이 떼로 몰려올 거라며 주지 말라 성화를 했다. 그래서 돈을 또 줄 수가 없었다. 그 아이는 그렇게 내 옷자락을 잡고 몇십 미터를 따라오다 돌아섰다. 나중에 동료가 보내온 그 날의 사진을 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그냥 지폐 몇 장 더 쥐어 줄 걸 그랬다.
인도에서의 출장이 어땠냐고 호주에서 온 동료가 물었다. 뭐 그럭저럭 괜찮았노라고 답했다. 그랬더니 가족과 함께 다시 여행을 올 생각이 있냐고 물었다. 나는 대답 대신 웃었다. 솔직히 아내와 어린 딸을 데리고 이곳에 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나 혼자라면 한 번쯤 더 오고 싶긴 하다. 그때는 길거리 음식도 먹어보고 사막에도 가보고 특히 타지마할을 꼭 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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