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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기영 Sep 13. 2018

관리자는 회사에 필요한 존재인가?

HBR article을 읽고 대충 정리하여 써 본 글

별로 하는 일이 없어 보이는 우리 부장님. 어차피 일은 실무자인 나와 팀 동료들이 다 하고 있다. 저 양반은 그냥 앉아서 이것저것 시시콜콜 참견만 한다. 부장님한테 드릴 보고서 만드느라 정작 내 일을 할 시간이 없다. 저 사람이 없으면 내 일이 더 쉬워질 것 같다고 느끼기도 한다. 우리 회사에 저 양반이 필요하기는 한 걸까?라는 의문이 들 때도 있다.


Do we really need managers?


관리자는 과연 우리 회사에 필요한 존재인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한 번쯤 해 보았을 것이다. 특히 당신이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업무를 하고 있는 기술자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개발자들의 천국 구글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했다. 개발자들은 관리자와 커뮤니케이션하고 리포트를 작성하는 등의 일 보다 코드를 개발하고 디버깅하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를 원한다. 관리자를 없애면 엔지니어들이 개발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구글은 그저 생각에 그치지 않고 개발팀 내의 매니저를 모두 없애 버리는 실험을 했다. 황당하지만 구글이니까 가능한 이야기이다.


안타깝게도 이 파격적인 실험은 몇 개월만에 중단되었다. 개발자들이 동료와의 갈등이나 경비 승인 요청 등 회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점 및 요청사항을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 창업자) 에게 직접 상의하는 바람에 두 대표가 늘어난 업무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이 실험으로 매니저들이 여러 중요한 일을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회사 전략을 전파하고 업무 우선순위 정하는 것을 도와주고 협업을 증대하고 경력개발에 대한 조언을 하는 등의 일이 그 예이다. 회사가 성장할수록 더 중요해지는 일들이다. 이런 일을 함으로써 매니저는 프로세스와 시스템이 회사의 목표와 일관성을 가지도록 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외국계 기업에는 보통 두 종류의 매니저가 존재한다. 하나는 product manager, program manager, operations manager 등 해당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담당자를 부를 때 사용한다. 다른 하나는 팀을 보살피는 관리자 (people manager) 로서의 manager를 부를 때 사용한다. Manager of product development 혹은 manager, sales operations 등으로 표현한다.


구글은 회사 규모에 비해 매니저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다. 개발팀 매니저 중에는 30명의 팀원을 관리하는 사람도 있다. 팀원이 많을수록 매니저는 시시콜콜하게 업무를 간섭할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가장 중요한 일 (예: 팀원들이 일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등)에 업무의 포커스를 맞추게 된다.


Do managers matter?


매니저를 없애는 실험에서 출발한 매니저의 존재 자체에 대한 의문은 그들이 정말로 중요한지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구글은 특별한 프로젝트 (Project Oxygen)를 수행했다. 몇 년간 진행된 이 프로젝트로 구글은 직원들의 회사 및 업무에 대한 만족도가 매니저에 의해서 크게 좌우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매니저와 일하는 직원들의 만족도가 혁신, 워라밸, 경력개발 등 여러 방면에서 높게 나왔다. 매니저는 회사에 필요한 존재이고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좋은" 매니저가 필요하다.


What best managers do?


좋은 매니저가 직원의 행복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알게 되었다. 그럼 어떤 매니저가 좋은 매니저인가? 구글은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직원 만족도 조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매니저와 낮은 점수를 받은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팀원들과 경력 개발에 대한 논의는 얼마나 자주 하는 가?" "팀의 비전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하는가?" 등의 질문을 통해 훌륭한 매니저들의 8가지 행동양식을 파악할 수 있었다.  

A good manager:
1.is a good coach
2.empowers the team and does not micromanage
3.expresses interest in and concern for team members' success and personal well-being
4.is productive and results-oriented
5.is a good commmuicator -listens and shares information
6.helps with career development
7.has a clear vision and strategy for the team
8.has key technical skills that help him or her advise the team

구글은 사무직을 대상으로 하는 Upward Feedback Survey (UFS)와 기술직을 대상으로 Tech Managers Survey (TMS)를 만들어서 실시해 오고 있다. 직원들이 자신들의 매니저를 위의 8가지 행동양식을 바탕으로 평가하도록 한 것이다. 낮은 점수를 받은 항목에 대해서는 매니저들에게 적절한 교육이 이루어진다. 직원들이 선정해서 주는 상인 Great Manager Award를 줄 때도 8가지 행동양식을 얼마나 잘 지키고 있는지가 바탕이 된다.


구글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employee survey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08년에 만든 이 8가지 행동양식을 2018년에 10개로 새로 업데이트했다. 3번과 6번이 수정되었고 9번과 10번이 새로 더해졌다.

The 10 Oxygen behaviors of Google's best managers:

1.Is a good coach
2.Empowers team and does not micromanage
3.Creates an inclusive team environment, showing concern for success and well-being
4.Is productive and results-oriented
5.Is a good communicator - listens and shares informations
6.Supports career development and discusses performance
7.Has a clear vision/strategy for the team
8.Has key technical skills to help advise the team
9.Collaborates across Google
10.Is a strong decision maker


각각의 행동양식별로 살펴보면, 좋은 매니저는:


1. 좋은 코치이다 (is a good coach)

구체적이고 건설적인 피드백을 팀원들에게 해 준다. 이때 듣기 좋은 말만 해서는 안된다. 긍정적인 피드백과 부정적인 (그러나 건설적인) 피드백을 같이 해 주어야 한다. 좋은 매니저는 정기적인 일대일 면담을 통해 개별 직원의 특성에 맞게 그리고 꾸준하게 코칭을 한다.


2. 팀에 권한을 주고 일일이 참견하지 않는다 (empowers the team and does not micromanage)

매니저들이 저지르는 가장 흔한 실수가 micromanaging이다. 좋은 매니저는 팀원들이 하는 일을 시시콜콜 참견하지 않는다. 큰 맥락을 설명해 주고 명확한 목표를 제시한 뒤에는 팀원 스스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한 발 물러나 있는다. 물론 필요한 부분에서는 조언도 하고 적절한 코칭을 해야 하지만 팀원들이 스스로 일을 해 나갈 수 있도록 자유를 주어야만 업무 몰입도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3. 포용적인 팀 문화를 만들고 팀원의 성공과 복지에 관심을 가진다. (creates an inclusive team environment, showing concern for success and well-being )

팀원들이 서로 존중하고 모든 구성원들이 한 팀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며, 팀원의 성공과 복지에 대해 신경을 쓴다. 서로 협력하고 어떠한 이유로든 타인을 무시하지 않는 환경은 팀원들에게 안정감을 느끼게 하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좋은 매니저는 팀원의 성공이 곧 나의 성공이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 또한 팀원들이 번아웃 되지 않도록 워라밸에도 신경을 쓴다.   


4. 생산적으로 일하며 결과 지향적이다. (is productive and results-oriented)

쓸데없는 곳에 힘을 빼지 않고 중요한 일에 집중해서 일한다. 팀원들도 그렇게 하도록 롤 모델이 되어 준다. 팀원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자유를 주되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매니저가 가지고 있는 권한을 활용해서 장애물을 제거하기도 한다.


5. 의사소통 능력이 뛰어나다. (is a good communicator - listens and shares information)

회사 업무에 관해서 투명하고 솔직하게 소통한다. 팀원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할 줄 안다. 팀원의 입장과 처지를 자기 일처럼 생각하며 문제점이 발생한다면 해결방안에 대해 같이 고민한다. 당장 해결하라고 지시만 내리지 않는다. 또한 중요하고 필요한 정보를 적절하게 팀원들과 공유한다.


6. 경력개발에 도움을 주고 업무성과에 대해 논의한다. (supports career development and discusses performance)

팀원들의 경력개발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자주 가지고 이를 위해 필요한 지원을 한다. 이와 함께 현재 하고 있는 업무의 성과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피드백을 주고 일을 더 잘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논의한다. 좋은 매니저는 팀원의 업무성과에 대한 기대치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7. 명확한 팀 비전과 전략을 가지고 있다. (has a clear vision/strategy for the team)

회사의 비전이 무엇인지 팀원들에게 알려주고 그것이 팀과 팀원 각자의 목표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해 준다. 좋은 매니저는 비전을 제시하고 전략을 수립해서 팀이 업무 목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끄는 능력이 있다.


8. 팀에 조언을 해 줄 때 도움이 되는 전문 기술을 가지고 있다. (has key technical skills that help advise the team)

팀원에게 조언을 해 주기 위해서는 팀이 하고 있는 업무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 모든 매니저가 개발자 수준의 기술을 가지고 있을 수는 없겠지만 필요할 땐 팀과 함께 일을 진행해 나갈 수 있는 정도의 지식은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팀원들이 담당하고 있는 일의 어려움도 이해할 수 있다.


9. 구글 전체에 걸쳐서 협업한다. (collaborates across Google)

매니저가 남들과 협업하지 않고 외톨이처럼 일한다면 자신뿐 아니라 팀의 업무성과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좋은 매니저는 필요시에 다른 부서와 협업하여 회사에 도움이 되는 성과를 이끌어 낸다.


10. 강력한 의사결정자이다. (is a strong decision maker)

남의 말을 잘 들어 주지만 필요할 때는 확실하게 의사결정을 한다.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공유하고 이와 더불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 지를 팀원들에게 충분히 설명해 준다.



많은 직원이 매니저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회사를 떠난다고 한다. 직원을 회사에 오래 다니도록 하는 데에 매니저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이다. 한국 회사에서는 매니저를 높은 사람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팀원에게 지시를 내리고 그들로부터 대접을 받아야 하는 사람처럼 생각한다. 매우 잘못된 사고방식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매니저와 팀원은 단지 역할이 다를 뿐이다. 기술자는 기술을 개발하고 고객을 지원하는 업무가 제 역할인 것이고 매니저는 그들이 본연의 업무를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제 역할인 것이다. 누가 누구의 위에 있지 않다.


구글의 oxygen project팀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한 <좋은 매니저의 10가지 행동양식>은 구글 뿐 아니라 다른 회사의 매니저들에게도 해당되는 내용이다. 특히 상명하복의 문화에 젖어 있는 수많은 한국의 관리자들도 한 번쯤 읽어보고 생각해 볼 만한 내용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점점 더 많은 훌륭한 직원들이 좋은 매니저가 많은 (혹은 많다고 여겨지는) 회사를 찾아서 이동할 것이니까.



*위 글은 아래의 HBR Article을 요약정리하면서 제 생각을 더해 적은 글입니다. 따라서 원문과 취지가 다른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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