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일곱평 남짓 될 좁고 오래 된 문방구가 있었다. 이름하여 “소망 문구”
작년이었는지, 재작년이었는지 사장님은 조용히 문을 닫으셨다.
나서부터 오랜 단골이었던 열 살배기 아들은
사장님께 왜 가게 닫으시냐고 물었단다.
아저씨의 대답은 의외로 담백했다.
"이제 하기 싫어서..."
아들에게는 그 대답이 무척 충격적이었나보다.
이십년 넘게 같은 자리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시던 아저씨의 대답이 단지
"싫어서"라니...
직업적 소명 같은 걸 바라는 건 아니었지만 긴 세월
그래도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던 소중한 일터가 아니었는가?
평소에도 아이들에게 무뚝뚝하고 퉁명스럽게 대하기로 유명하셨는데…
아저씨는 정말 문방구가 하기 싫으셨던가 보다.
아저씨는 너무 하기 싫었지만, 할 수 밖에 없던 일…
어쩌면 아저씨의 평생의 "소망"은 쇼생크 탈출처럼
좁디 좁은 문방구를 어서 탈출하는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자식들 시집 장가 보내시고 아저씨의 청춘이 바랜 일터
“소망 문구사”를 탈출하는 소망이 이제야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니
괜스레 가슴이 먹먹해졌다.
2019년 어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