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정치 혐오를 하는 동안 바보인척하는 부정한 정치인은 즐겁다
정의라는 개념은 철학적으로 정의하기도 어렵고, 정치에서 다루기도 애매합니다. 하지만 정의를 떠나서 우리나라의 보수는 우리의 삶의 위험도를 증가시킵니다. 특이하게 우리나라 보수는 친일과 독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정치적 명분이 적습니다. 때문에 계속해서 사회를 흔들고 위험도를 증가시키면서 지지기반을 다지려 합니다. 지지도가 낮아지면 북한 간첩 조작을 하기도 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3S로 돌려서 정권을 연장하려 합니다. 보통 보수는 안정, 진보는 변화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보수의 안정적인 이미지만을 활용하면서 사회의 불안정함을 부추겨 보수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모순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런 비뚤어진 보수가 우리 삶에 주는 영향은 정의를 다룰 때 다시 생각해 보기로 하고, 여기서는 이런 타락한 보수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유형을 살펴보겠습니다.
이성적으로 보수가 타락했음을 알고 있지만, 개인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에 지지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갑니다. 일부의 재벌이나 친일 세력으로 시작하여 부와 권세를 쌓은 사람들이 본인의 이익을 포기하고 진보를 지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고 본인이 생각하는 정의를 위해 다른 진영을 지지하는 사람이 대단한 용기이고, 보통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보통 행동하며, 이런 부류는 그런 시각으로 볼 때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난은 할 수 있겠지만, “내가 그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물으면 대답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또한 대기업 총수가 개인의 이익을 포기하고 양심을 지키다 망할 경우 많은 선량한 일반 직원의 희생이 생기는 등 복잡한 삶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으므로, 개인적으로 이련 케이스는 어쩔 수 없음을 인정하는 편입니다. 물론 이런 유형의 사람은 매우 적기 때문에, 그들의 표만으로 이상한 보수가 살아남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보수가 본인의 이익에 크게 부합하지 않음에도 착각을 하고 지지를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현재의 보수는 집권을 위해서 지키지는 않지만, 진보보다도 더 강한 복지 정책을 내세우고, 강한 언론 플레이를 통해 “부패가 무능보다 낫다”, “그래도 일은 잘한다”는 등의 이미지를 씌웁니다. 이런 프레임은 막강한 부와 권력을 지닌 앞에 소개한 유형의 사람들의 지원에 의해 더 강화가 됩니다. 언론은 광고로 유지된다는 태생적 한계로 부와 권력의 편에 설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개개인이 통계 자료를 보고 분석하지 않기 때문에 쏟아지는 정권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를 보면 흔들리게 됩니다. 거기서 내 주위에서 진보 정권 이후에 늘 있어온 일임에도 불구하고 누가 망했다는 이야기라도 듣게 되면 부정적인 이미지는 더 강화가 되고, 세상이 더 안 좋아졌다고 느끼게 됩니다.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명분이 더 좋지만 내 삶을 위해 보수를 선택한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실 이런 분위기가 생기는 것은 진보 진영의 잘못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정치라는 링에 올라간 이상 이기기 위해 많은 공작과 치열한 진흙탕 싸움을 피할 수 없습니다. 가뜩이나 언론도 진보 진영의 편이 아닌 것도 뻔히 알고 있는 상황에서 복잡하고 똑똑한 분석으로 본인들의 정당성을 주장해봐야 사람들에게는 잘난 척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럴수록 단순하고 임팩트 있는 문구를 개발하고, 정략적으로 할 말, 안 할 말을 가려야 할 것입니다. 때로는 본인의 이상과 맞지 않는 선택을 전략적으로 해야 하고,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서 행동해야 합니다. 성인군자가 정치를 할 수는 없습니다. 정치인으로 뛰어 든 이상 아이러니 하게도 순수함을 버려야 순수함을 지킬 수 있습니다. 정치는 "All or Nothing"에 가깝기 때문에, 본인의 순수함을 지키고 싸움에 지게 되면 결국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게 됩니다. 상대 진영의 말도 안 되는 뒷다리 잡기를 단순히 혐오하며 정치에 환멸을 느끼기보다는, 끊임없이 계산하여 이익이 가는 방향으로 대응하여야 합니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의 착각은 진보 진영의 피나는 노력에 의해 끌어안을 수 있는 부류이며, 사실 선거의 승패를 가장 크게 좌우하는 부류라고 생각합니다.
보수가 하는 것이 나쁘지만 진보도 다르지 않다고 양비론을 펼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계층은 주로 진보의 몇 가지 사례를 지적하며 정치 혐오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례를 가지고 접근하는 방식은 가장 위험해 보입니다. 정치에 대한 평가는 개인에 대한 평가가 아닌 정치 집단에 대한 평가이기 때문에 수많은 사례가 있고, 그중에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례를 끌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양비론자가 펼치는 사례가 실제로 나쁜 사례인지 깊게 알아보면 나쁜 사례가 아니거나 가짜인 경우도 많을뿐더러, 진짜 더라도 상대 진영과 비교가 안되는 작은 사례가 부풀려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양비론자는 똑똑한 정치가에게 가장 좋은 먹잇감입니다. 자신들이 매우 똑똑하고 정치인들이 답답하고 바보같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정치인들의 머리는 대부분 상당히 좋습니다. 많은 수의 정치인들이 명문대 출신이거나 상당한 학식과 지식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저는 거의 모든 정치인들이 객관적으로 저보다 머리가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하는 이상한 행동은 대부분 계산이 되어있거나, 여러 얽혀있는 상황상 어쩔 수 없는 판단일 것입니다. 우리가 단순히 비판하는 정치인의 결정이나 행동에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대입해보고 여러 주위 상황을 대입시켜 분석해 보면 그런 행동을 한 이유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그보다 나은 해결책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정치는 여러 전략이 얽혀 있고, 모두 성인처럼 행동할 수 없기에 약점이 잡혀 있기도 하는 등 수없이 복잡한 상황 속에서 가장 유리한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단순히 몇가지 사안을 잡아 이놈이나 저놈이나 다 똑같다는 평가를 내리기보다는, 각 사안에 대해 그렇게 진행된 이유를 생각해보고 논리구조를 이해해보면 각 정치집단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고, 본인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 구조를 가진 정당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어린 나이에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매우 싫어하였었는데 이유는 은퇴를 번복한 것 하나였습니다. 어린 나이의 정의감에 괜찮게 본 정치인이 거짓말을 하는 것에 분노하였었던 것이었습니다. 조금 나이가 들어 그 당시의 정치 상황을 이해하고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최근에 예외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판단을 하다 크게 망한 경우가 있었지만, 정치인의 정치적 판단을 파보고 생각해보면 정말 머리가 좋다고 감탄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정치 혐오를 하는 순간, 진흙탕 싸움으로 이끌어오던 타락한 보수 세력의 작전이 먹힌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보수를 이익과 상관없이 진심으로 지지하는 세력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앞에서 했습니다. 사실 이런 세력들과 제대로 생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으므로 드러나는 행태로만 볼 때는 논리를 정말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단지 세상은 논리로만 돌아가지는 않으며, 역사적 맥락으로 이들이 가지는 생각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생각이 바뀌기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더 극심한 고난을 겪어온 세대가 가질 수밖에 없는 슬픔 일지 몰라 가슴이 아픕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서 한시라도 빨리 모순된 세력이 제거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실제로 그 세력이 없어도 우리나라가 망하지 않고 걱정할 필요가 없음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잘못 산 것은 아니라고 치유를 해주었으면 합니다. 심한 격변기를 겪으며 가장 큰 희생을 하였음에도, 욕을 먹고 있는 이 세력들이 진심으로 마음의 보상을 받았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표지그림 : 이현서, Being Becoming 15, 50x116.8, mixed media on canvas,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