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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1 [정치] 왜 우리나라 보수는 더 타락했는가

누구나 아는 역사 다시 짚어보기

by 평범한 직장인

우리나라 보수 인사들은 유독 더 막말이 심한 느낌이 듭니다. 도대체 왜 저 사람들을 지지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각 국가마다 정치 지형은 많이 다르겠지만, 우리나라 정치 지형 역시 특수한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특수한 성격을 띠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 우리나라의 보수는 더 타락하게 되었을까요?




보수가 타락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그들이 타락하여도 꾸준히 지지를 해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민주주의 제도의 특징상 타락했을 때 아무도 지지하지 않는다면 어떤 정치 세력도 타락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이런 절대적인 지지층이 있기 때문에 심지어 지지층조차 싫어하는 발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수와 진보를 선택하는 것은 성향의 차이라 생각하지만 보수도 진보도 아닌 이상한 세력이 매우 큰 정치적 지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합니다. 이들의 정책 공약은 모든 보수와 진보를 망라하는 좋아 보이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지만, 실제 장기간 집권하면서 그다지 지켜지지 않았음이 여러 자료에서 드러남에도 꾸준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현재의 정치에 영향을 준 뿌리는 역시 일제강점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나라는 모두가 알다시피 긴 일제강점기를 보내다 독립을 하였습니다. 제국주의 시대에 많은 국가들이 식민지를 지배하는 국가와 지배받는 국가로 나누어졌는데, 우리나라는 불행하게도 식민지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강력하게 독립 투쟁을 하였고, 자력 독립을 이루지는 못하였지만 독립에 성공을 하였습니다. 당시 세계에 많은 국가들은 더 오랜 기간 식민지 지배를 받기도 하고, 크게 투쟁을 하기보다는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우리나라의 뿌리 깊은 민족성과 일본에 대한 거부감, 또한 일본의 심한 압제 등의 이유 때문에 우리나라 국민들은 놀라운 투쟁을 하여 독립을 이루었고, 독립 후에는 친일 세력을 완전히 청소하려 했으나 실패를 했습니다. 당시 일본의 지배에 격렬히 항거하던 세력과 일본에 강력하게 충성을 한 세력과의 싸움에서, 제도적으로나 세력으로나 기득권을 가지고 있던 친일 세력이 싸움에서 이긴 것 같습니다. 때문에 친일 청산은 애매하게 되었습니다. 친일 세력은 본인들에게 오는 부정적인 시선을 흔들기 위해 끌고 들어온 논리는 반 공산주의입니다. 공산주의라는 강력한 적을 부각하면서 친일의 행각을 지운 것입니다. 당시 독립 투쟁 세력 중 공산주의를 받아들이는 사람도 많았기 때문에 이러한 흔들기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친일 세력은 결국 군사 쿠데타까지 일으켜 독재 장기 집권을 시작합니다. 여기서 우리나라 보수 세력의 모순점이 생기게 됩니다. 반공을 그렇게 강조하는 정권에서 독재를 시작한 것입니다. 전쟁을 겪었던 사람들은 서슬 퍼런 독재 정권을 겪게 되었고, 그들이 비판하는 공산국가와 똑같이 통제를 받는 모순 속에 살게 되었습니다. 독재를 정당화하기 위해 그들은 경제 성장이라는 프레임을 들고일어났습니다. 극렬한 반공을 외치는 친일 세력이 독재를 수행한다는 모순을 이번에는 성장으로 덮게 된 것입니다.


성장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평가를 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연 당시 독재 정권이 잘해서 성장을 한 것인지, 다른 정권이었으면 더 잘 되었을지, 외부 요인은 어떤지, 미국의 의도는 무엇이었는지 등, 이야기가 길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다음에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여튼 당시에 고도성장을 바탕으로 반공을 강조하며 독재를 시행하였고, 그럼에도 독재에 반대하는 투쟁이 끊임없이 진행되어 민주화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이런 많은 과정을 겪어온 사람들의 마음속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 두려움이 스미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지금 일제 강점기나 전쟁을 직접 겪어본 세대는 거의 없겠지만, 전후의 그 혼란스럽고 가난한 상황은 충분히 경험한 세대는 많기 때문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나라를 뺏길 수도, 일순간에 망해서 가난해질 수도,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갈 수도, 전쟁이 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항상 마음속에 품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혼란스러운 상황을 겪어왔기에 요즘 세대에 비해서 교육 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고,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 역시 당시 통제된 교육을 받던 세대에게 국가에 대한 충성은 절대적일 수밖에 없었을 것 같습니다. 어렵게 돈을 벌어 열심히 공부를 시켜 놓은 자식들이 데모를 하고 다니고, 이후에 나라가 좀 더 잘 살게 되었다고 미국이나 일본에 대들려는 모습이 매우 두려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의 보수가 하는 워딩을 보면 언제나 이러한 두려움을 잘 자극하는 것 같습니다.


보수 세력은 이러한 두려움을 이용해서 최소한 20%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80%나 되는 비지지층이 있기 때문에 20%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떤 상황에도 반드시 확보되는 20%라는 것은 엄청난 숫자입니다. 조금만 노력해서 20% 정도를 더 끌어오면 확실한 당선이 되는 세력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추가 20%를 끌어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보수 세력에서는 추가 고정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지역을 가르는 전략을 썼습니다. 지역주의를 이용하여 진보 세력에도 일부 고정 표를 만들어 주었지만, 본인들에게 추가 10%의 고정 지지를 확보하여, 30%라는 매우 안정적인 지지 기반을 만들었습니다. 모여 있는 사람에게 금을 긋고 팀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내편과 남의 편에 대한 의식이 생긴다고 합니다. 또한 이는 제국주의 시절에 식민지를 다스리는 방법 과도 유사합니다. 제국주의 시절에 식민지를 다스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 종교나 이념으로 식민지 사람들을 갈라 치기 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자신들끼리 싸우느라 정작 강대국에는 저항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 정권 하에서 우리나라는 IMF라는 큰 시련을 겪게 되고, 안정적인 보수 지지 세력마저 나라가 망했다는 두려움을 가지게 하여 보수 세력은 정권을 빼앗기게 됩니다. 빼앗긴 10년간 진보 세력을 끊임없이 공격하다 드디어 재 집권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번 뺏긴 경험에 따라 그들은 더 독하게 모든 것을 장악하려 하였고, 위험한 세력을 제거하고, 실제로 거의 왕국을 완성시켰습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사태로 다시 정권을 빼앗기게 되었지만.




상당히 내용이 한쪽으로 편향이 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저는 모든 시대를 살아보지 못하였기 때문에 모든 내용은 그간 제가 보고 들은 내용에서 추론한 것입니다. 그 시대를 살았다 한들 개개인의 경험만으로 시대의 흐름을 정의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특수한 우리나라 보수를 이해하기 위해서 배경을 분석해 보았습니다.


당연히 생각의 스팩트럼은 사람마다 매우 다르며 제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부류가 있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비교적 이해의 폭이 넓다고 생각하는 제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부류가 20%가 넘는다는 것은 뚜렷한 역사적 이유가 있지 않고서는 설명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떤 정치 세력도 잘못을 하고, 실수를 하고, 심지어 비열한 짓을 하기도 하지만, 이 세력은 좀 심한 느낌이 듭니다. 특히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상처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모든 정치적 논쟁을 떼쓰듯이 물고 늘어지며 진흙탕 싸움을 만들어 버립니다. 솔직히 제가 정치적으로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도, 이 세력에 대응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이 이해 안 되는 세력이 정리되고 정말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 이루어져 발전적인 논쟁이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떤 세력도 절대적으로 옳을 수는 없지만, 이 세력은 지지층과 비지지층 모두의 영혼에 큰 상처를 준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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