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의 초대
일상으로의 초대는 그때그때 생각을 적어보는 글입니다. 특별한 체계도 없고 형식도 없고 발행 주기도 없습니다. 분량도 제멋대로이고 다소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지만, 정돈되지 않았더라도 날것의 저를 표현해 보고 싶은 마음에 시작해봅니다.
몇 년에 한 번 정도 의사들의 파업에 대한 뉴스를 듣게 됩니다. 대부분 몇 번 뉴스가 되고 난 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던 것 같습니다. 때문에 큰 관심 없이 넘어가곤 했는데, 이번에는 조금 의아한 측면이 있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번 파업은 의사 숫자를 늘리는 것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합니다. 이상합니다. 전공의들이 너무 바쁘다는 것은 드라마에도 볼 수 있으며, 살인적인 레지던트 생활의 일정도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바쁜 생활은 워라벨이나 인권의 측면에서 해결돼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고, 의사 숫자를 늘린다는 것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해결책이기 때문입니다. 뉴스를 처음 들었을 때 이러한 전공의들의 파업은 인력이 늘어나면서 자신들의 밥그릇이 줄어들까 봐 걱정하는 이기적인 생각에서 나온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좀 더 심층적으로 보면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아서 좀 더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대한전공의협회의 입장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되는 것 같습니다. 우선 지금도 열악한 환경에서 수련하는 의사들이 늘어남으로써 인해 일어나는 의료 질 저하가 있고, 두 번째로 의사 숫자가 늘어난다고 해도 기피학과로 가는 사람이 없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정부가 제시한 의사 숫자를 늘리는 이유가 기피학과나 기피지역의 의료 서비스를 향상하려 한 것이기 때문에 나온 답변인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입장은 이해가 충분히 갑니다. 당연히 의사들이 더 열악한 환경에서 교육을 받아서는 안될 것이며, 의료 교육 환경이 열악하다면 정부는 어느 정도 재정 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파업의 이유가 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이는 충분히 정부와 협상이 가능한 이야기이며, 이미 지금의 환경 자체가 열악하고 이로 인해 발생할 의료 질의 하락이 걱정되었다면 진작에 파업을 하고 의견을 피력했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정원이 몇천 명 늘어난다고 급격한 의료 질의 하락이 있다는 것도 이상하며, 그런 걱정되는 부분을 명확하게 수치화하여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 훨씬 합당해 보이며, 정부가 그런 논의를 거부하고 무작정 밀어붙일 때는 파업이 정당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두 번째 입장은 좀 이상합니다. 분명 정원을 늘린다고 기피학과나 기피지역을 가지 않으려 하는 것은 의사도 인간인 이상 당연합니다. 때문에 정부에서도 지역 의사 특별전형으로 10년간 특정지역 의무복무를 제안한 것 같은데, 이는 역시 논란이 있을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피학과나 기피지역을 가지 않는다는 문제가 파업의 이유가 되는지가 의문입니다. 실제로 정부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의사 숫자가 늘어나서 분명 전공의들의 업무 부담은 줄어들 텐데 말입니다. 정부의 정책이 잘못될까 봐 너무나도 걱정해서 파업을 한다는 것은 범인으로서 조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협회의 공식 입장이 아닌, 댓글 등의 여러 입장들을 보면 결국 의사 숫자가 늘어나서 소득이 줄어들까 봐 반대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이를 단순히 밥그릇 싸움을 한다고 비난할 수도 있지만, 사실 사는 데 있어서 밥그릇을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무작정 비난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돈 때문에 저런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의협의 공식 입장에서 빠져있을 수는 있지만, 의사 숫자의 증가는 단순히 생각해도 의사들의 소득 저하를 가져올 수 있을 것 같으며, 이는 의사의 입장에서 심각한 문제일 것입니다. 의사들이 일반적으로 고소득층일 뿐만 아니라 사람을 치료하는 성스러운 일을 한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이런 식의 문제제기를 꺼려하게 되지만, 10억을 버는 사람이라도 소득이 9억으로 줄어드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며, 그들도 자본주의 사회를 사는 사람이기에 돈이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공의들의 파업의 이유가 협회의 공식 입장이 아닌 돈 때문이라면 저는 충분히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해를 하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은 조금 다릅니다. 현재 사회의 원리를 생각했을 때 그들의 행위가 정당화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의사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직종 중에 하나입니다. 실제로 일이 너무 많고 3D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고, 제가 그 업무를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잘 모르지만 병원을 봐도 힘든 점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인기가 많다는 것은 아마도 고소득이 보장된다는 생각이 가장 크게 작용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직종에 따라 소득과 인기의 편차가 나타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편차가 단순히 정원을 줄여서 생기는 것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자본주의 사회에 더 맞는 생각은 어느 이상 의사 수준이 유지되는 범위에서 정원을 충분히 늘리고 경쟁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갑자기 경쟁이 크게 생기면 의사들은 그만큼 더 힘들겠지만 오히려 의료의 수준은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단지 한 가지 걱정되는 점은 의료에 관해 단순히 자본의 논리만을 따져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사회에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질이 크게 저하되어도 문제입니다. 의사 정원을 무제한으로 늘릴 경우 치료를 할 수 있는 수준이 안 되는 의사가 양상 될 수 있고, 의사의 인기가 떨어져 지원자가 적어져서 마찬가지의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숫자를 제한하는 것은 맞는 같은데, 정원 몇천 명을 늘린다고 크게 질이 저하되지도 않을 것 같고, 인기가 떨어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의사들의 경쟁이 조금 더 치열해지는 것 외에 큰 부작용이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기존의 의사들은 분명 억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의사가 되기 위해 힘든 입시를 가장 우수하게 통과하고 혹독한 공부와 수련을 거쳐 이루어낸 업적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어느 업종이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나름 공부를 하고 수련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경쟁에서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최소한 자본주의라는 경제 체재에 사는 이상 경쟁을 하지 않는 것은 특혜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의사라는 특별한 직종을 고려해서 무한 경쟁을 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경쟁이 늘어나는 것은 감수할만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이 파업이라는 수단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에는 이의가 없습니다. 밥그릇 때문이던지, 국가의 장래를 걱정해서든지 그들도 의견을 표출하고 해결을 요구할 권한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좀 더 분석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책을 촉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표지 사진 출처 : 의협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