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의 초대
일상으로의 초대는 그때그때 생각을 적어보는 글입니다. 특별한 체계도 없고 형식도 없고 발행 주기도 없습니다. 분량도 제멋대로이고 다소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지만, 정돈되지 않았더라도 날것의 저를 표현해 보고 싶은 마음에 시작해봅니다.
태국으로 신혼여행을 가서 생긴 일입니다. 태국답게 관광 코스 중에 코끼리를 타고 가는 코스가 있었습니다. 저는 움찔하고 약간 망설였지만, 일단 예약이 되어있었고 한번뿐인 신혼여행이니 순순히 코끼리를 탔습니다. 코끼리는 원래 등에 누군가가 타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이런 트래킹을 위해 본능에 너무 위배되는 불쌍한 훈련을 받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타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원래 사실 동물과 접촉하는 일을 매우 좋아합니다. 다양한 동물들을 좋아하고 특히 크고 사나운 동물들에 대한 로망이 있습니다. 아마 제가 사전 지식이 없었다면 너무 좋아하며 코끼리 트래킹을 했을 것입니다. 동물을 너무 좋아해서 큰 동물원뿐만 아니라, 여행지에 작게 꾸며놓고 토끼, 닭 같은 동물을 키우고 있는 작은 동물원도 그냥 지나치지를 못합니다.
아직도 가끔 계속 떠오르는, 얼마 전 무지개다리를 건넌 우리 집 강아지 역시 너무 좋아했습니다. 뚜비와 놀고 안고 있다 보면 가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 녀석은 정말 이 생활을 좋아하는 건가? 아니면 더 자유로운 세상을 좋아할까?
강아지를 키워본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강아지는 정말 가족이 밖으로 나가면 너무 괴로워하고, 들어오면 너무나도 반깁니다. 사실 거의 사람과 똑같이, 혹은 사람보다 낫다고 할 정도로 눈치도 보고, 은근 거짓말도 하고 사고를 치기도 합니다. 애지중지 키우는 사람들이 보기에 강아지는 분명 행복해 보입니다. 오히려 더 자유로운 세상에 나가면 먹이를 구하기도 힘들고, 각종 병에 오래 살기도 힘들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아지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오래 살지 않아도 좋으니 맛없는 사료 대신 맛있는 것만 줘요", "더 자유롭게 놀고 싶어요. 지금 생활 너무 답답해요", "안기기 싫어요"라는 생각은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가끔 듭니다.
동물원은 조금 더 가혹합니다. 좋은 동물원 사육사가 최선을 다해서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하지만, 야생에서 뛰어다니는 동물의 마음을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해 보이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동물원의 사자나 호랑이는 만족하며 생활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사람이 느끼기에는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보다는 더 불쌍한 느낌이 듭니다. 어떤 TV프로에서 보여주는데, 동물원의 사자는 야생의 사자에 비해 점프를 1/3밖에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생활은 편할지 모르겠지만, 야생성을 억누르며 길들여진 동물은 이빨 빠진 호랑이를 보는 것 같아 좋지 않은 기분이 듭니다.
혹성탈출이라는 영화를 보면 원숭이들이 인간을 가둬놓고 동물원처럼 구경을 합니다. 구경당하는 인간 누구도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제가 사람이다 보니 사람의 입장에서만 생각을 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강제로 구경거리가 되는 것은 썩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좀 더 생각을 넓히자면, 우리가 먹는 고기는 더 가혹하고 잔인한 환경에서 사육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명체라기보다는 식량으로 취급되는 느낌입니다. 최고의 생산성을 내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죠. 때문에 어렵습니다. 동물원은 안 갈 수 있고, 코끼리는 앞으로 타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말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사육하는 대신 가격이 확 올라간다고 하면 고민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생명의 존엄성에도 차등이 있는 듯합니다.
인간의 공감의 폭은 계속 확대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으로 취급되지 않았던 노예가 해방되었고, 트럼프에 의해 역행하는 느낌도 있지만, 미국 대통령이 흑인이 되기도 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백여 년 전부터 여성도 소유물 취급에서 벗어나서 참정권을 얻고, 인권이 계속 신장되고 있습니다. 이제 반려동물은 거의 가족으로 취급하는 것이 대세입니다. 미래 어느 시점부터는 어쩌면 고기를 먹지 않고 대체 식량을 먹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대단한 것을 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동물원은 자제하고, 코끼리는 다시 타지 않을 생각입니다. 세상의 큰 변화는 큰 계기에 의해 이루어지지만, 큰 계기는 이런 작은 실천들이 하나씩 쌓이다 보면 생기게 된다고 믿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