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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자본주의

일상으로의 초대

by 평범한 직장인
일상으로의 초대는 그때그때 생각을 적어보는 글입니다. 특별한 체계도 없고 형식도 없고 발행 주기도 없습니다. 분량도 제멋대로이고 다소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지만, 정돈되지 않았더라도 날것의 저를 표현해 보고 싶은 마음에 시작해봅니다.

재난 지원금이 배분돼서 실물 경제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기사를 많이 보게 됩니다. 그러고 보면 돈은 지급 방식에 따라 참 느낌이 다른 것 같습니다. 만약 재난 지원금이 연말 소득공제 시 세금 백만 원을 더 공제해주는 형태를 취했다면 이렇게 실물 경제에 영향을 줬을까를 생각해본다면, 같은 돈이라도 어떤 방식으로 지급하는지에 따라 받아들이는 느낌이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이러한 착시 효과는 특혜에 대한 판단을 할 때도 방해가 됩니다. 특정 기업이 정부로부터 100억 원의 돈을 받았다면 상당한 문제가 되며,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업이 정부로부터 100억 원 상당의 혜택을 받았다고 하면, 이러한 사실은 잘 기사화가 되지도 않을뿐더러 당연한 지원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산업 육성을 위한 세금 감면 혜택 같은 기사는 여러 매체에서 보도가 되지만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정부에서 가져가는 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반응입니다. 연말 정산 시에 돈을 돌려받는 것은 사실상 그간 과한 세금을 냈다는 의미임에도 불구하고 좋아하고, 반대의 경우 마치 자신의 돈이 뜯기는 듯한 반응을 하게 됩니다. 세금에 대해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취지에 동의하지만, 내 사유재산을 건드리는 느낌에 부정적인 반응이 많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부의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는 것이 여러 수치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부의 양극화가 극단적으로 일어나게 되면 부자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이 생기게 됩니다. 대부분의 부자들은 생산 수단을 소유하고 있는데, 소비를 할 수 있는 대다수의 소비자가 가난하게 되면 부자 역시 타격을 입게 됩니다. 그리고 언제나 극단적인 빈부격차 후에는 혁명이나 반란이 일어난 것이 역사적으로 많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렇다고 부자들의 사유재산을 뺏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한 우리에게는 인정하기 어려운 방식입니다. 부자들이 뛰어난 능력으로 많은 돈을 번 것을 뺏는 것 역시 공정하지 못합니다.




결국 부를 조정할 수 있는 방법은 정부에서 시행하는 세금과 지원금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세금 제도는 지금도 상당히 복잡하여 전문가가 아니면 파악하기 어렵지만, 좀 더 복잡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대기업이 돈을 잘 벌어 큰 부를 축적한 것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세금을 내면 되겠지만, 일정 특혜를 받아 성장한 경우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계산해서 세금을 떼는 방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부정을 저질러 돈을 번 기업에 대해서는 좀 더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과징금을 부과하고,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기업에게도 피해 금액을 산정하여 지원을 하는 방식을 쓸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정확한 평가를 누가 어떻게 할지입니다. 모든 복잡한 사안에 대해서 평가를 하려면 매우 많은 전문가가 필요하며, 사람에 따라 다른 평가가 나올 수도 있어 공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는 매우 강력한 기술이 있습니다. AI알고리즘을 이용하여 발전시키면, 여러 가지 불공정한 일이 발생할 경우 세금과 지원금을 명확하고 납득이 가게 계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알고리즘의 허점이 발견되면 계속해서 발전시켜나갈 수도 있습니다. 이제 알고리즘 자본주의가 가능한 세상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사실 이 방법은 빈부 격차의 문제에 대한 해결보다는 공정한 사회를 이루려는 목적이 큽니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많이 버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것이 부정한 방법이 아닌 그 사람의 능력으로 번 것이라는 인식이 생기면,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에 대해 가지는 반감이 많이 줄어들 것입니다. 그리고 정말 노력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사회가 좀 더 안정적이게 될 것 같습니다. 진보적인 방식인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는 사회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싶은 보수적인 입장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을 제가 처음 생각한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아마도 제가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겠죠? 허점이 많을 수 있고 컨셉만 써보았지만, 좀 더 공정한 사회 제도에 대한 토론이 더 활발히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하나의 아이디어를 던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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