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6 위치에 맞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05 세 - 작전의 네 가지 요령

by 평범한 직장인
무릇 많은 수의 병력을 다스리면서 마치 적은 수의 병력을 다스리듯 할 수 있는 것은 분수(부대의 편성제도)에 달려 있다. 많은 수의 병력과 싸우면서 적은 수의 병력과 싸우듯 할 수 있는 것은 형명에 달려 있다. 삼군의 병사들이 적을 맞아 싸우고도 반드시 패배하지 않게 하는 것은 기정에 달려 있다. 병력을 더 투입하는 것을 마치 숫돌을 던져 달걀을 깨뜨리는 것처럼 할 수 있는 것은 허실에 달려 있다.

옛날 전쟁을 상상해보면 신기합니다. 핸드폰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마이크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거대한 군대가 전략에 따라 치고 빠지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싶습니다. 아마도 거대한 깃발로 지시를 전술 지시를 내렸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상상해보면 깃발 신호는 단순하고 핵심적이며, 헷갈리지 않게 쉽게 만들어야 통솔이 가능했을 것입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고 맥락/저 맥락 문화에 대해 배운 적이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사회는 고 맥락 문화라고 들은 것 같은데, 실제로 회사를 와보니 상사가 극단적으로 애매모호하게 말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거 있잖아 해봐", "좀 더 잘 디벨롭해서"라는 식의 명확하지 않은 지시를 내리게 되고, 작성해온 자료가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 척하면 척 알아들어야지"라며 타박을 합니다. 답정너인데 딱히 답도 정해놓지 않아 답답합니다.


또한 자신의 지위에 맞지 않는 지시를 하는 상사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우수하게 현업을 수행하고 높은 위치에 올라간 사람의 경우 격에 맞지 않는 지시를 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인이 현업에 대해 아는 것이 많기에 많은 리더들을 모아놓고 웰딩 방법이 어쩌고, Hydrotest Package가 어쩌고 같이 지엽적인 사항만 질문을 하고 정작 격에 맞는 큰 방향을 제시하지는 못합니다. 참석한 리더들은 시간만 낭비하게 되고, 혹시 나올지 모를 질문에 대비하여 지엽적인 사항만 공부를 하게 되죠. 다양한 현업 경험을 바탕으로 큰 그림을 그리며 단 시간에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인사이트를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지시를 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할 리더가 아직 현업 레벨에 머물러 있으면 회사 전체의 경영에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조직의 구성원이 적거나 기업 규모가 작을 경우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팀원이 필요합니다. 이런 조직의 경우 명확한 R&R을 구분하기 어렵고 멀티 플레이어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손발이 잘 맞는 팀이 없으면 돌아가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대기업의 경우 대규모의 인력이 서로 얽히고설켜있기 때문에 최대한 단순한 명령/지시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다소 비효율적이더라도 공식 체계를 통해 업무가 분배되고 수행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리더들 중에는 애매한 지시를 내려서 직원들을 힘들게 만드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이런 리더가 많은 회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추천하는 방법이 한 가지 있습니다. 리더들에게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게 하는 것입니다. 프로그래밍 언어는 시키는 대로 내 말을 듣지만, 토씨 하나만 틀려도 전체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프로그래밍 언어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파이썬 같은 쉬운 언어를 가르치고, 쉬운 미니 프로그래밍을 시켜보면 대부분이 해결하지 못할 것입니다. 시간이 들더라도 본인이 끙끙대며 명확하고 논리적이게 프로그램을 완성시켜 본다면 느끼는 바가 많을 것입니다. 규칙 대로만 행동하는 컴퓨터에게 어떤 방식으로 지시해야 가장 효율적인지를 알고, 이를 본인의 리더십에 적용할 수 있다면 조직은 일사불란해질 것입니다.




프로젝트 관리 기법을 다루는 PMBOK에는 후광 효과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단어만 보면 예수님이나 부처님 뒤에 있는 광채를 떠올리기 쉬운데 그게 맞습니다. 현업을 잘하는 사람이 관리자가 되어도 잘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을 후광효과라고 하며, PMBOK에서는 후광 효과를 경계해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현업에서 우수한 퍼포먼스를 보여준 사람은 당연히 관리자가 되면 잘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은데 이를 조심하라는 것이 이상합니다.


현업에서 우수한 퍼포먼스를 보여준 사람이라면 실제로 모든 방면에 능력이 뛰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본인의 성공 경험만을 생각하여 위치가 바뀌었음에도 같은 방식으로 관리를 할 경우, 오히려 현업을 모르지만 관리 방법을 아는 사람이 리더를 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습니다. 리더의 방식으로 바꾸어보려 해도 막상 자신이 잘 아는 분야의 문제가 눈에 띄면 몰두하게 되기 십상입니다. 또한 새로운 방식은 익숙하지 않아서 다시 원래의 성향대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현업을 잘 아는 가운데 리더로서의 철학을 가지고 큰 그림을 보고 지시하는 사람이 리더라면 그 조직은 최상의 조직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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