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세 - 미끼로 유인하고 복병으로 공격하라
깃발이 바람에 어지럽게 휘날리고 서로 뒤엉켜 싸우는 전투가 혼란스러워도 적군과 아군이 뒤섞여서는 안 되고, 혼란스러운 상태에 빠져도 진용을 둥글게 배치하면 결정적인 패배를 당하지 않는다. 혼란스러움은 다스려지는 데에서 생겨나고, 겁은 용기에서 생겨나며, 나약함은 강함에서 생겨난다. 다스려지는 것과 혼란스러움은 분수에 속하는 것이고, 용기와 비겁은 '세'에 속하는 것이며, 강함과 약함은 '형'에 속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적을 잘 움직이는 장수는 적에게 형세를 만들어내어 적이 반드시 그를 따르게 되고, 적에게 좋은 점을 주면 적이 그것을 반드시 취하게 된다. 작은 이익으로써 적을 움직이고 병사로써 적을 기다린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매일 야근을 하면서 열심히 일을 하지만 이상하게 일이 계속 늘어나는 사람을 볼 수 있습니다. 주어진 Work Volume이 그 정도로 많지 않음에도 계속해서 일을 만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런 직원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상황이나 분위기를 읽지 못하고 덮어놓고 모든 일을 고지식하게 하려 하는 사람인 경우가 많습니다.
플랜트 업종에서 발주처 인력 구성을 보면 대부분의 실무자는 용병으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은 플랜트를 건설하기 위해 고용된 계약직 직원이며, 국가에 따라 다르지만 주로 해외 저임금 노동자가 많은 비중을 차지게 됩니다. 이런 발주처 인력은 고용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가 없어도 코멘트를 하고, 승인을 미루면서 책임을 최대한 회피하려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설계 문서를 야근을 불사하며 꼼꼼하게 잘 만들어 제출을 했습니다. 완벽하다 생각했는데 발주처는 항상 코멘트를 합니다. 코멘트를 보면 할 필요 없는 사소한 글자 위치 수정부터 말도 안 되는 코멘트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완벽주의자인 설계 담당자는 화가 났고 발주처 담당자와 싸우게 됩니다. 발주처의 강압적인 갑질에 스트레스를 받고 자존심도 상합니다. 화가 난 상태에서 이를 악물고 문서를 수정하느라 항상 바쁘고 힘들고 자존감이 떨어지게 됩니다.
위의 설계 담당자는 뛰어난 기술자이지만 좋은 전략가는 아닙니다. 상대방의 상황을 조금 더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발주처 담당자는 신이 제작한 도면이 와도 코멘트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코멘트를 하지 않으면 일을 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될 수 있고, 또한 한 번에 승인을 해주면 책임 소재를 물을지 몰라 어떤 문서가 와도 코멘트를 합니다.
유연한 전략가라면 이런 상황에서 일부러 완벽하지 않은 문서를 만듭니다. 완벽하게 만들어도 어차피 코멘트가 나올 것이기 때문에 굳이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조금 부족한 문서를 제출합니다. 코멘트할 것이 많은 발주처는 코멘트를 하게 되고, 억지로 쓸데없는 코멘트를 하지 않게 됩니다. 코멘트를 받으면 발주처를 찾아가 하나하나 확인하며 발주처의 좋은 코멘트를 칭찬하며 언제까지 고쳐올 것을 약속합니다. 그리고 약속 기한 내에 수정을 하여 발주처에게 확인을 시켜주고 승인을 요청합니다. 나를 낮추며 미끼를 던져주면 부드럽게 일이 해결되며 발주처의 면도 살려줄 수 있으며, 내가 들여야 할 노동력도 줄어드니 일거양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든 회사는 사람이 일을 하기 때문에 인간의 감정이 성과에 큰 영향을 줍니다. 때문에 윗사람에 대한 아부와 사내 정치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너무 강한 자부심과 자존심 때문에 못 견디고 퇴사를 하는 뛰어난 리더들을 많이 봅니다. 자신이 실력이 좋더라도 미묘한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한다면 그만한 대접을 못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사내의 스페셜리스트가 되는 방법도 있지만,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이런 정치 능력은 필수적입니다.
대외적으로나 대내적으로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다면 많은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저희 회사는 항상 발주처에 을로서 계약을 하게 됩니다. 계약은 항상 을에게 불리하며, 아무리 잘 싸워도 많은 전투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잘 패배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갑을 띄워주고 우리의 손해가 크지만 신뢰를 바탕으로 특별히 해준다는 식으로 마음의 빚을 지게 해야 하며, 상대방의 위치와 상황을 잘 파악하여 갑이 책임질 수 있는 범위에서 이익을 취하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싸우게 되더라도 감정적이 되면 안 되고 전략적으로 어려움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싸워야 하며, 이후 화해를 하면서 어려움을 거듭 호소하여 다른 일에서 이익을 취해야 합니다.
회사의 이익이 최우선입니다. 엔지니어는 기술력만 있으면 된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원래 엔지니어는 효율과 돈을 항상 생각해야 합니다. 많은 우수한 엔지니어들이 기술에 대한 자부심만을 가지고 업무를 하고 전략적으로 행동하지 못하여 저평가됩니다. 기술과 계약 위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리더는 자신의 팀원들이 항상 전략적 마인드를 가질 수 있도록 교육시키고 유도해야 합니다. 리더가 아무리 좋은 전략을 가지고 있어도 팀원들이 따르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