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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 [종교] 종교와 A.I.

A.I. 는 삶의 의미를 어떻게 규정할까

by 평범한 직장인

어찌 보면 과학과 사상의 발전은 인간을 특수하고 존엄한 존재에서 그냥 사물이나 동물과 별 다를 것이 없는 준재로 전락시켜가는 과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진화론이 생기면서 인간은 뚝 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진화를 하여 생긴 존재임을 이야기하게 되었고, 프로이트는 인간이 그렇게 대단한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닌 오로지 성욕에 지배를 받는다는 식으로 인간의 지위를 떨어뜨렸습니다. A.I. 가 발달하면서 이제 기계가 인간을 이기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게 되었으니, 여기서 가장 입장이 곤란한 것이 종교가 아닐까 싶습니다.




기본적으로 현대 서양 종교의 뿌리는 하나님(혹은 하느님)으로 불리는 유일신을 모시는 것입니다. 같은 신을 모심에도 예언자에 대한 태도에 따라 이슬람과 가톨릭이 분개하였고, 가톨릭에 반기를 들어 역시 같은 신을 모심에도 개신교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종교에서 인간은 상당히 특별한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인간은 다른 존재들과 다르며, 그 존재를 자신을 본 따 창조한 장본인이 신입니다. 때문에 인간의 삶의 의미는 분명합니다. 신의 계시를 잘 듣고 충실히 따르려 노력해야 하는 것입니다.


불교는 이와 조금 다르지만 역시 인간은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인간은 모든 생물과 마찬가지로 윤회의 고리 안에 있고, 이 고리를 끊어야 비로소 해탈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깨달음을 얻어야 하는데, 인간은 사고가 가장 발달했기 때문에 깨달음에 가장 가까울 수 있습니다. 이 사상 대로라면 A.I가 의식을 가지게 되어 인간을 뛰어넘는 존재가 된다면 해탈을 할 수 있을지, 그리고 해탈을 한 후에는 무엇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종교에 대해서는 많은 논쟁이 있고, 전문가들도 많고, 그 논쟁에 낄 만큼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일단 A.I. 가 의식을 가지게 된다고 하면 종교의 위치는 정말 이상해 질 것 같습니다. 더 생각해보면 인간이 A.I. 의 창조주가 되는 셈이 됩니다. 그렇다면 인간 역시 이런 조건을 창조한 무언가가 있었다고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에서 우주의 구성 역시 컴퓨터 게임 속과 다를 바 없다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게다가 인간 육체 구성도 컴퓨터와 비슷하게 코드로 구성되어 있고, 사고 역시 비슷한 논리라면 이런 환경과 원리를 창조한 무엇인가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현대 과학에서는 이러한 복잡한 구조가 탄생한 이유를 호르몬, 진화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으나, 이렇게 복잡하게 우주와 인체가 구성되어 있는 데에는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이렇게 살게끔 만든 무언가 창조의 의도가 있고, 창조주에게는 그로 인해 얻는 이익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이 A.I. 를 그런 의도로 만들었듯이.




현대사회로 올수록 무신론자가 많아지고, 심지어 종교를 믿는 사람을 어리석은 사람 취급을 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여전히 종교를 믿는 사람은 많이 존재하고 있고, 아무리 사회가 변하더라도 종교는 건재합니다. 종교를 믿는 이유는 다양할 것입니다. 단순히 현재의 삶이 너무 힘들어서 탈출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수도 있고, 사회생활의 이익을 위해 신앙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진리임을 깨닫고 독실하게 믿는 사람들도 물론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삶의 의미에 대한 공허함도 큰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근대 사회 이후로 철학과 과학은 신을 부정하고 인간 중심의 사회를 만들고 싶었으나, 결국 이 공허함에 답을 다 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만약 A.I. 가 의식이 생긴다면 이런 고민을 할까요? 우리보다 지능이 좋고 빠른 계산을 하는 A.I. 가 생각한 삶의 의미의 최종 결론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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