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으로의 초대
최근 어디에 가서나 소통이라는 단어를 많이 보게 됩니다. 어느 시대인들 소통이 중요하지 않겠냐만은, 요즘 유난히 더 많이 화두에 오르는 단어인 듯싶습니다. 'MZ와의 소통'이라는 말은 이제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도 툭툭 튀어나오는 것은 물론, 미디어에서도 틈만 나면 등장하는 단어입니다. 사회가 이렇게 소통을 강조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소통이 잘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의 분위기가 바뀌다 보니 회사에서 리더들의 태도 역시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변하고 있습니다. 미팅을 하면 혼자 90%의 이야기를 하던 리더가 "생각들을 한 번 얘기해 봐."라고 하는 경우가 많아졌으니까요. 하지만 평생을 소통에 신경을 쓰지 않고 살아온 사람들이 변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과거에 일방적으로 지시를 했다면, 이제는 의견을 물어보고 일방적으로 지시를 내리는 것으로 바꾸는 걸 보게 되었으니까요. 아래 직원들은 '도대체 왜 물어보았나.'라는 생각으로 허탈감에 빠지게 되고, 리더들은 바뀐 자신에 별로 좋은 평가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노력을 중단하는 경우도 많이 보게 됩니다.
리더들이 변하기 어려운 이유는 과거의 습관의 문제도 있겠지만 소통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 '굿 리스너'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상사가 생각을 이야기해 보라는 것 역시 굿 리스너가 되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 굿 리스너는 단지 조금 듣는 시간을 조금 늘린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상대방 말에 반응을 해야 합니다. 소위 티키타카가 돼야 하죠.
보통 이러한 티키타카는 남녀 관계에서 많이 이슈화가 되는 것 같습니다. 답정너 여자친구나 숨은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의 태도 등이 유머화 되는 것을 자주 보게 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제 경험을 생각해 보면 직장 상사 중 많은 수가 의외로 대화를 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생각보다 우리나라 사회는 고 맥락 사회이다 보니 '척하면 척' 알아듣기를 원하고 논리적인 설명을 생략하고 일방적인 지시만을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대화 능력이 점점 퇴보하는 듯합니다. 때문에 직원이 제시하는 의견에 적절한 말을 받아치지를 못하게 되다 보니 강요가 되고, 직원은 의견을 말해봐야 소용없다는 느낌을 받게 되어 골이 깊어지곤 합니다.
때문에 '굿 리스너'가 되는 것은 결국 대화를 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을 다르게 표현한 것입니다. 아래 직원의 말에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논리력도 키우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의견에 반응을 할 수 있게 각 분야의 지식도 많아야 합니다. 단지 '굿 리스너가 되는 법', '소통을 잘하는 법'에 대한 글 몇 개, 책 몇 권을 읽고 갑자기 소통을 잘하게 되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바빠 죽겠는데 언제 이렇게 하나하나 소통을 하고, 언제 능력을 키우느냐고 반문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거꾸로 소통을 하지 않기 때문에 바쁜 것이 아닌지 한번 생각해 볼 만합니다. 혼자서 모든 결정과 지시를 할 경우 팀원들은 단지 지시에만 따를 뿐이지 자신들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때문에 사사건건 간섭이 필요하죠. 팀원들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리더의 지시 수준을 넘어설 수 없습니다. 리더는 수동적인 직원들이 답답하고, 팀원들은 리더의 불통이 답답해서 갈등이 증폭되죠. 제가 본 것이 전부는 아니지만 십 년 넘는 회사 생활에서 이런 경우를 많이 봐온 결과입니다.
가끔 회사에서 술을 마시면 과거와는 달라진 환경에 한탄하는 분들을 많이 봅니다. 옛날에는 딱 말하면 알아서 했는데 말해줘야 하는 분위기가 답답하고, 말도 함부로 할 수 없어져서 떵떵거리며 살았던 예전의 리더들을 부러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예전의 리더들 역시 더 이전의 소위 '쪼인트 까던' 세대의 리더들을 부러워하는 것을 보면 이러한 세대 간의 차이는 언제나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노력해서 시대를 따라갈지, 그냥 욕먹고살던 대로 살지는 본인의 선택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