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이었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프리카 TV라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생겼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서비스 중에는 지금은 보편화된 여캠이 있다는 것도 그때 듣게 되었습니다. 일반인이 방송을 한다는 것이 생소하던 시절이었지만, 예쁜 여자가 소통 방송을 진행한다면 꽤 많은 사람들이 보고 인기를 끌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무료로 볼 수 있는 방송을 하는데 플랫폼과 BJ가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한 서비스가 지속될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시청자들이 쏘는 별풍선이 주 수익모델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저는조만간 망할 사업이라고 섣부른 예측을 했습니다. 무료로 볼 수 있는 방송에 도대체 어느 바보가 별풍선을 쏠까 싶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현실을 보면 바보는 저였던 것 같습니다.
경제 분야의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제 경제 지식은 중고등학생 때 배운 내용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나마도 대부분 잊어버렸지만 머릿속에 남은 지식은 바로 수요와 공급 곡선입니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곡선의 형태로 논리적이게 가격이 결정되는 원리를 설명하였기 때문에 아직 기억을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곡선을 생각할 때면 항상 그 납득하기 힘든 전제 조건도 같이 생각이 납니다. 바로 소비자가 현명한 선택을 한다는 가정입니다.
소비자가 현명한 선택을 하지 않음은 자연스럽게 알 수 있습니다. 무료로 볼 수 있는 방송에 별풍선을 쏘는 행위는 분명 경제학에서 말하는 현명한 소비가 아닐 것입니다. 때문인지 이런 소비를 보며 혀를 차며 비난을 하는 사람도 많이 보입니다. 하지만 막상 비난하는 사람이 과거에 게임 아이템에 수억을 쓰며, 전화선으로 초창기 PC 통신을 하며 수백만 원을 날렸던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여자들이 명품백을 동경하는 것을 비난하면서도, 본인이 슈퍼카를 동경하는 것을 나쁘게 보지 않는 사람들도 많죠. 비합리적인 소비에 대해 비난을 하는 사람의 소비 내역을 볼 수 있다면 아마도 현명하지 않은 많은 소비 내역을 수 없이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주변에 큰돈을 버는 사람이나 사업체를 보면 사람들의 비합리적인 소비를 이용한 경우가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유튜브는 사람들이 현명한 소비를 한다면 유지할 수 없는 시스템입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면 수익을 거둡니다. 수익의 유인에 크리에이터가 반응하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크리에이터는 수익을 올리기 위해 계속해서 소비자를 끌어오는 영상을 만들고 편집하며 직접 올립니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영상에 시청자가 끌리는 것까지는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크리에이터나 시청자 누구도 돈을 내지는 않습니다. 돈은 광고주가 내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광고주는 플랫폼에 막강한 권력을 행세할 수 있는 갑이었지만, 유튜브 광고주는 유튜브 시스템 지시에 따라 어떠한 갑질도 하지 못합니다. 광고주가 갑질을 포기하며 유튜브에 광고를 하는 이유는 그만큼의 효과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유튜브 광고는 광고주가 선정한 타겟층이 많이 시청하는 영상에 자동으로 붙게 되며, 시청자가 광고를 클릭하지 않는 이상 광고주에 돈이 빠져나가지 않습니다. 최소한 광고주의 페이지에 들어와 본 사람이 있을 때만 몇 원의 광고료가 지불되며, 하루에 지불될 광고 금액을 책정할 수도 있으며, 광고 효과도 객관적인 지표로 분석해 줍니다. 다른 매체보다 광고효과를 분명하게 알 수 있기 때문에 광고주는 유튜브로 몰리게 됩니다. 이 합리적인 선순환 구조를 가지는 시스템의 바닥에는 시청자들의 비합리적인 선택이 깔려 있습니다. 사람들이 합리적인 소비만 한다면 유튜브에 어떤 광고가 나오든 상관없이 필요한 것만 소비를 할 것이며, 광고의 효과가 없다는 것이 분명한데 광고를 할 광고주는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유튜브가 소비자가 현명한 선택을 한다는 전제로 사업을 시작했다면 절대로 가져갈 수 없는 수익 모델인 셈입니다.
비트코인이 뜨자 의견이 갈리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무런 현물 가치가 없는 코인에 투자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의견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큰돈을 번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고 보고 달려드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새로운 기술 측면으로 접근하는 사람도 있긴 했지만, 사실 사람들의 마음속에 기술은 명분일 뿐이고 돈에 유인에 따라간 것이 대부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소비자가 현명한 소비를 한다면 코인 자체는 아무런 가치가 없으므로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정답입니다. 하지만 어떤 소비자는 코인의 가치가 오를 것으로 보고 비싼 돈을 주고 이를 사게 됩니다. 코인이 오르는 것을 보고 더 많은 사람들이 정답에서 벗어난 소비에 뛰어들게 됩니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코인의 가치가 오를 것이라 생각하고 투자를 시작하면 코인의 가치는 올라갈 것이고, 반대가 되면 코인의 가치는 떨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은 사람들 관심에서 다소 멀어졌지만, 언제 갑자기 뜬금없이 가격이 급상승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기업에서 수익과 공급의 법칙을 열심히 분석하여 돈을 벌 경우 수익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시스템 속에서 일하는 직원 역시 제한된 소득으로 빠듯하게 월급을 받으며 살 수밖에 없습니다. 정작 크게 돈을 번 케이스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벗어난, 소비자의 현명하지 않은 선택을 이용하여 번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례를 분석하여 부자가 되는 법을 주제로 하는 책도 시중에 많이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책들은 대부분 성공한 사례만을 분석했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소비자의 움직임을 남들보다 훨씬 뛰어난 감과 노력을 통해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분석해 볼수록 운이 상당히 큰 요인을 차지했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대부분 자신의 성공요인을, 혹은 실패요인을 잘못 분석하고 무엇을 해서, 혹은 무엇을 하지 않아서 그런 결론이 나왔다고 생각하지만, 인과관계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노력의 가치를 낮춰 볼 수는 없지만, 자신의 성공이 노력했기 때문에, 자신의 실패가 노력을 덜해서라고 생각하기에 세상은 너무나도 많은 변수가 있으며, 세상은 결코 합리적이지도 공평하지도 않습니다. 때문에 자신의 삶을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도, 낙관할 필요도 없습니다.그 시간에 자신에 좀 더 집중하면 좀 더 괜찮은 삶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