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범한 직장인 Sep 17. 2023

삶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

521 가끔은 삶에서 한 걸음 떨어져 생각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모든 생명의 가장 큰 모순은 죽음이라 생각합니다. 성공을 위해 발버둥을 치는 사람도, 남 위에서 타인을 무시하는 사람도, 상상할 수 없이 큰돈을 번 사람도, 하루하루 간신히 버티며 삶을 이어가는 사람도 모두 빠짐없이 언제나 알고 있습니다. 삶이 끝난다는 사실을 말이죠.




동양 사상은 기본적으로 순환의 개념이 많이 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이 오듯이 모든 것은 순환한다는 개념을 깔고 가고 있죠. 때문에 인생 역시 순환한다는 윤회나 연기론이 불교에서 나타나고, 음양오행 역시 대표적인 순환되는 원리를 보여줍니다. 한의학 역시 몸에 기의 순환을 중요시 여기죠.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업보'나 '팔자'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합니다. 인도에는 이를 '카르마'라고 부르며 자신의 현재의 삶의 위치를 과거부터 이루어진 순환에서 찾곤 하. 그리고 현재는 미래를 위해 덕을 쌓는 순환의 과정으로 이해를 하곤 하죠. 하지만 미래를 위해 현재를 산다고 생각하면, 그 역시 현재를 허망하게 만듭니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라는 말처럼 내가 쌓은 덕으로 잘 살게 된 미래가 얼마나 가치가 있는 건지 의문이 듭니다.




서양 사상의 근간을 논하자면 기독교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기독교는 시작과 끝이 있는 사상이죠. 창세기를 보면 세상의 시작이 있고 난 후 아담과 이브가 탄생하고, 누가 누구를 낳고 같은 보통 사람이 느끼기에 의미 없는 사람들의 이름이 죽 나열되어 있습니다. 계속 이어지는 계보를 중요하게 여기며, 신은 세상이 혼탁해지면 홍수 같은 대재앙으로 인류를 끝내려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모든 생명체는 예외 없이 삶이 끝나야 함에도 유일하게 부활한 신의 아들 예수로 인해 구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으며, 금방 재림할 줄 알았지만 2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소식이 없어 기다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성서대로라면 언젠가는 심판의 날이 오고 끝나게 됩니다.


과학 역시 서양에 뿌리를 둔 학문이라서 그런지 시작과 끝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빅뱅 이론이 처음 주목받았을 때 기독교계에서는 반긴 이유가 신의 창조를 빅뱅에 대입시킬 수 있어서라고 하죠. 일단 현재까지 천문학에서는 우주의 탄생을 빅뱅으로 정의를 하고 있으며, 다른 가능성의 이론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우주는 가속 팽창을 하다가 열사망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죽는 인간처럼, 별도 결국은 죽게 되고, 우주 역시 엔트로피가 끝까지 올라가 죽은 상태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죠. 허무하기 그지없는 결론입니다.




누구나 이 허무한 결론을 알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말 죽지 않을 것처럼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우리 유전자에 박힌 생존과 자손 번식의 욕구 때문일 수도 있고, 계속해서 생존을 위해 학습과 일을 하게 만드는 사회 시스템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과거 생산성은 지금보다 낮았기에 하루하루 일해서 간신히 먹고사는 사람이 많았을 것입니다. 때문에 죽음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할 수 있는 배부른 사람은 소수의 특권 계층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생산성이 비교도 할 수 없이 높아진 현대지만, 사회는 욕망과 불안을 자극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버는 일에 몰두하도록 만들고 있죠. 이런 사회가 모든 사람들이 철학에만 몰두하여 명상만 하는 사회보다는 더 건전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끔 욕망을 너무 심하게 자극받아 마치 죽지 않을 사람처럼 사는 사람을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수천만 명을 죽일 수 있는 전쟁을 지시한 사람은 어떤 대단한 이익을 얻으려고 그런 결정을 한 건지 궁금합니다. 몇십 년 있으면 죽을 사람일 텐데 말입니다. 민주화 운동을 하는 사람, 아니, 정권에 조금 삐딱한 시선을 보낸 사람을 남산으로 데려가 고문했던 사람들은 직업상 어쩔 수 없이 그랬던 것일까요? 정치인이라는 완장을 차고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은 수백 년을 떵떵거리며 살 돈을 두고 어떻게 눈을 감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대기업의 정치판에서 위로 올라가기 위해 온갖 비열한 짓을 서슴지 않은 사람은 몇 년 더 떵떵거리며 회사를 다니며 돈을 더 모으겠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비난받는 삶임을 알고 있는 것일까요? 손님은 왕이라는 이상한 말에 꽂힌 손님이 왕처럼 대해 달라고 진상을 부리며 얻어낸 혜택이 조금 서글픕니다.


너무 죽음에 심취하여 무기력한 삶을 사는 것도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아 보이지만, 너무 삶에 심취해서 오는 부작용도 커 보입니다.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다가도 가끔은 죽음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반드시 끝이 있는 삶을 가끔 인식하고 판단한다면 후회하는 삶을 살지 않게 하는 좋은 나침반이 될 것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환상 속의 그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