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0 착각을 깨면 세상이 보인다
제목은 이제는 탑골가요가 된 서태지와 아이들의 '환상 속의 그대'에서 따왔습니다. 당시에도 대부분의 가요가 사랑에 대한 노래였음에도 서태지가 작곡한 대부분의 노래는 사랑에서 벗어나 있었고, '환상 속의 그대'는 방구석 여포에 현실을 깨우치게 하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많은 이야기를 담다 보니 당시로도 드문 4절까지의 가사가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인기를 얻은 노래입니다.
우연한 계기로 요즘 청소년들이 ADHD를 많이 앓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ADHD라는 병이 있는 줄도 몰랐기에 생소하였고, 조금 더 알아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나와 그렇게 멀지 않은 사람 중에서 과거에 약한 우울증을 앓았던 사람들이 꽤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상황을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OECD 자살률 세계 1위 같은 수치를 늘 듣고,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의 와이프가 우울증으로 자살을 했다는 등의 이야기를 간간히 듣곤 했었음에도 그다지 실감하지 못했었던 것 같습니다.
정신질환 환자의 숫자가 늘어나는 이유로는 질환의 범위 확대가 있을 것입니다. 과거에는 정신질환으로 분류되지 않던 행동이 지금은 정신질환으로 분류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대인은 모두 정신질환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정신과에 가는 것은 부끄러운 게 아니다.'같은 말이 퍼지면서 제가 어릴 때와는 인식이 많이 변화된 것도 크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음지에서 혼자 괴로워하며 자책하던 사람들이 양지로 나와 치료를 받는 분위기가 된 것은 크게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이는 치솟던 자살률을 그나마 감소하게 만들어주는 요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현실의 팍팍함이 물론 큰 원인이겠지만, 또 다른 큰 요소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환상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의 병인 만큼 문제의 원인은 마음에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어린 시절부터 다른 나라보다도 훨씬 치열한 경쟁 환경에 놓이는 것도 사실이고, 각종 SNS에 자신의 멋진 삶을 자랑하는 사람을 많이 보게 되면서 상대적인 박탈감을 많이 드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과거에는 자신의 주위 사람들과 비교하는 정도가 다였다면, 이제 세상 모든 잘난 사람들이 전시해 놓은 일상을 보면서 정신 승리와 자기 비하를 하며 키보드를 두드리는 모습이 당연해졌습니다. 아직 인터넷 시대가 아니었음에도 서태지는 키보드 워리어를 예견한 듯 노래 가사에 "사람들은 그대의 머리 위로 뛰어다니고, 그대는 방 한 구석에 앉아 쉽게 인생을 얘기하려 한다."라고 외쳤습니다.
저 역시 시대에서 벗어나있지 않기에 마찬가지의 감정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의 양은 다르겠지만 때때로 우월감에 취해, 때때로 열등감에 휩싸여 있었고, 많은 정신 승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기 때문인지, 계속해서 생각하고 책을 읽으려 하는 태도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런 마음에서 많이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과거의 나, 그리고 주위 사람들을 생각해 보면 많은 착각 속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착각에서 벗어나자 훨씬 더 자유롭게 삶을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해 볼까 생각했습니다. 한 가지 오해가 없었으면 하는 것으로는 이 글로 정신병을 치료하느니 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당연히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면 정신과를 가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며 저는 전혀 전문가가 아닙니다. 그냥 살아오면서 느낀, 알고 느끼면 조금 더 인생을 넓게 즐길 수 있는 생각을 전달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