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범한 직장인 Apr 17. 2020

왜 칼로리가 높은 음식이 맛있을까?

일상으로의 초대

일상으로의 초대는 그때그때 생각을 적어보는 글입니다. 특별한 체계도 없고 형식도 없고 발행 주기도 없습니다. 분량도 제멋대로이고 다소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지만, 정돈되지 않았더라도 날것의 저를 표현해 보고 싶은 마음에 시작해봅니다.

아주 오래전에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이 출간되고 진화 심리학이 주목을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좋은 제목을 가지고 있어서, 제목만으로도 어떤 내용일지 상상이 갈 정도였습니다. 이후 진화심리학을 이용하여 우리 행동의 이유에 대해 그럴듯한 설명을 하는 것이 유행을 했습니다. 하지만 무언가 증명을 할 수 없는 내용으로 보였고, 끼워 맞추는 느낌이 들어서 당시 조금 관심을 가지다 말았습니다.




최근 들어 다시 진화 심리학에 관심이 가고 있습니다. 제 오랜 고민인 왜 사는지에 대한 나름의 답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진화 심리학을 모르면 이해가 안 갈 것이고, 구구절절 설명하면 지루할 것이기 때문에 후려쳐서 진화심리학에 대한 핵심을 설명하고 제 생각을 이야기하겠습니다.




진화 심리학의 가장 중요한 개념은 인간은 본인의 유전자를 더 잘 전달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는 점입니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유전자 전달 기계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 문장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이 두 가지 있는데, 우선 진화는 발전과 동의어가 아닙니다. 보통 진화라는 단어가 발전이라는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보니, 마치 과거에 비해 점점 발전된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데, 단지 유전자를 더 잘 전달하려는 쪽으로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또 한 가지 생각할 수 있는 오해는, 마치 어떤 의식이 방향성을 지정해 준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왜 본인의 유전자를 더 잘 전달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는지에 대해 대답은 단순합니다. 유전자를 잘 전달하는 사람만이 살아남았다고 답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후천적으로 얻어진 성질은 유전이 되지 않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부모가 팔이 없다고, 자식이 팔이 없이 태어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진화가 진행될 수 있는 이유는 각 사람의 유전자가 복제 과정의 실수로 조금씩 다르게 태어나게 되고, 그중 유전을 하는데 유리한 종이 살아남기 때문에 방향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유전자가 복제되는 과정에서 어떤 사람은 낭떠러지를 보면 자꾸 달려가는 습성을 가지게 되었고, 어떤 사람은 낭떠러지를 보면 두려움을 느끼고 조심했다고 하면, 당연히 후자의 사람이 살아남을 확률이 더 높을 것입니다. 진화는 이런 식으로 다양한 특징 속에 유전자를 퍼트리기 쉬운 특징을 가진 사람만이 살아남아 일어났다고 보는 이론이 진화 심리학입니다.




문제는 이 진화의 속도가 상당히 느리다는 점입니다. 한 세대 내에서 진화가 일어나지 않으므로 조그만 변화라도 결과를 보려면 많은 세대를 거쳐야 합니다. 그리고 생존을 위한 인간의 습성은 원시 시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하며, 원시 시대 습성에 맞추어 주로 우리 행동의 이유를 설명하곤 합니다.




식량이 부족한 원시 시대에 조금이라도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알아보고 섭취해야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에, 우리는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좋아한다는 식으로 설명합니다. 원시 시대에 비해 너무 많은 열량을 먹고 움직이지 않는 현대에서 비만과 각종 성인병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는 설명입니다. 남자의 바람끼 역시 생존 특성으로 설명하는 바람에 많은 페미니즘 성향의 사람들에게 공격을 받기도 합니다. 가끔 보면 너무 끼워 맞추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제가 주목한 부분은 처음 이야기한 유전자 전달 기계에 있습니다.




진화 심리학이 맞다면 저의 존재의 이유는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함입니다. 모든 행동은 유전자 전달을 위해 맞추어져 있다는 말입니다. 이 말은 왠지 모든 심리를 성적 욕구와 연결시킨 프로이트와도 통하는 느낌입니다. 유전자 전달에 방해가 되는 행동이라 볼 수 있는 동성애, 비결혼 추세를 설명하기 위해 밈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 같은데, 이는 더 끼워 맞춘 느낌이라 이상했습니다. 유전자 전달은 어찌 보면 나라는 사람의 생을 더 연장하려는 시도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나의 유전자를 가장 비슷하게 가지고 있는 자식을 통해 나의 삶을 연장하고자 하는 것이죠. 즉, 나의 생존의 이유는 생존이라는 동어반복적 결론이 나게 됩니다.




진화 심리학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상당히 설득력이 있고 재미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간 과학이 답하지 못하였던 우리의 존재 이유에 대한 답을 해주려 합니다. 과거에 썼던 우주에 대한 글에서도 드러났듯이 과학에서 우리 존재의 이유에 대한 답은 우연인 것 같습니다. 원숭이가 타자를 아무렇게나 치다 보면 단어를 치기도 하고, 우연히 성경 구절, 더해서 성경 전체를 칠 가능성이 있는 것처럼, 까마득하게 많은 사례 속에서 단지 우연히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모두 말은 되는데 과학에서 좋아하는 증거는 정작 부족합니다. 과학은 갈수록 증명보다는 수식 혹은 설명에 모순이 없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증명을 하지 못한 채, 막강한 권위를 가지고 이 세계를 설명한다면, 이는 종교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감히 해봅니다.






그래도 칼로리가 높은 음식이 맛있는 이유는 진화 심리학의 설명이 맞는 것 같습니다. 칼로리가 낮은 음식도 맛있게 먹게 빨리 진화를 해서 고통받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이전 13화 일상의 재발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