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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 직장인 Apr 22. 2020

중2병을 응원합니다

일상으로의 초대

일상으로의 초대는 그때그때 생각을 적어보는 글입니다. 특별한 체계도 없고 형식도 없고 발행 주기도 없습니다. 분량도 제멋대로이고 다소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지만, 정돈되지 않았더라도 날것의 저를 표현해 보고 싶은 마음에 시작해봅니다.
학생이라는 죄로
학교라는 교도소에서
교실이라는 감옥에 갇혀
출석부라는 죄수명단에 올라
교복이란 죄수복을 입고
공부란 벌을 받고
졸업이란 석방을 기다린다.



요즘 사춘기라는 말은 거의 없어지고 중2병이라는 말이 대세인 듯합니다. 오글거린다는 표현하는 감성적인 문구를 밤에 써놓고는 부끄러워하며 중2병에 걸린 것 같다는 말을 합니다. 보통 좋은 의미로 쓰이지는 않고 약간 조롱하는 의미로 많이 쓰이는 단어인 듯합니다. 개념 없는 사람에 대해 초딩 같다는 표현을 쓰더니 중2병이라는 표현까지, 너무 초중학생들을 매도하는 느낌이 있어 썩 좋아하지 않는 표현입니다.


하지만 많이 쓰이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좋아하지 않는 단어이지만 확실히 이 단어를 몰랐던 사람이라도 중2병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의미를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어른들이 지나쳐온 길이기 때문에 공감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생각해보면 이불 킥할 흑역사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흔히 사춘기, 중2병 시기가 오면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이 힘들다고 합니다. 이유 없는 반항이라고도 불렀죠. 힘든 주변 어른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저는 이 시기의 학생들의 생각을 너무 좋아합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열심히 적응하는 것을 마치고, 진정으로 자신의 생각을 시작하는 시기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보통 초등학교 시절까지는 욕구를 위해 살게 됩니다. 먹고 싶은 욕구, 자고 싶은 욕구, 놀고 싶은 욕구를 발산하게 되죠. 그리고 이를 다른 욕구로 통제하게 됩니다. 먹는 것, 자는 것, 노는 것을 자재하면 칭찬을 해줌으로써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주죠. 그리고 중2병 시기에 나타나는 현상은 다양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이러한 패턴에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쩌면 처음으로 철학을 하는 시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 하기 싫은 공부를 해야 하는지, 왜 세상은 이렇게 이상한지 등등 많은 의문이 자리를 잡게 됩니다. 호르몬이 발달해서 성적 욕구가 강해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주변 친구들보다 더 인기가 있고 싶고, 혹은 친구 위에 있고 싶기도 하며, 더 쎄 보이려고 일탈을 하기도 합니다. 만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멋있는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여 자신을 평가하기도 합니다. 또한 인정의 욕구가 좌절돼서 모든 것에 부정적이게 되고 불만이 많아지는 시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감수성이 올라가서 음악이라는 마약에 미치기도 하죠. 수많은 형태가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각자 나름의 중2병을 겪으며 성장하게 됩니다.




다행히 제가 자라던 시절에는 인터넷이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사춘기 시절의 감성을 글로 남기진 않았습니다. 남겨도 혼자 간직하는 일기장 정도가 되겠죠. 요즘 중2병이라고 불리며 조롱받기 시작한 것은, 이러한 감성을 여과 없이 인터넷에 남기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모두가 가지고 있지만 숨기고 있는 감성을 박제해 버렸고, 영원히 고통받게 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시기의 감성은 정말 중요하고 부끄러워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남의 조롱이 부끄러워 본인의 생각을 표출 못할까 봐 걱정입니다. 제가 쓰는 글 역시 많은 부끄러움을 감수하고 나름 자신을 가지고 쓰려고 하고 있습니다. 타인의 조롱이 두렵다면 시도도 못했겠죠. 모든 새로운 도전은 많은 부끄러움과 부담을 가지고 시작을 합니다. 혹시나 사춘기 시절에 조롱이 두려워 터져 나오는 자신을 억제하는 것이 습관에 되어버렸다면, 새로운 시도를 하기가 힘들 것입니다. 인생의 기회와 즐거움이 줄어드는 것이 아쉽습니다. 미숙하지만 다양한 가능성과 재능을 꾹꾹 누르고 있는 것이 답답하게 보입니다.


내 안의 흑염룡이 좀 날뛰어도 괜찮습니다. 사회 분위기도 이들의 치기 어린 시도를 조롱만 하지 말고 좀 더 인정해 주었으면 합니다. 앞에 인용한 글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중2병스럽다는 글입니다. 중2병스럽다지만 정말로 공감할 수 있으면서 명확한 비유를 쓴 멋진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감정이 지나쳐서 다소 무리한 글을 쓸 수도 있고, 사춘기 특유의 모순된 감성이 폭발하여 다소 문제가 되는 행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모든 시도를 응원하고 싶습니다. 그 시기의 그 감성은 다른 시기에 가지기 힘든 귀한 감성이며, 삶에서 가장 많은 생각을 하며 성장을 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움추러들지 않고 진정한 자신의 시작을 당당하게 펼쳐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제 중2병은 다소 일찍 왔던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쯤에 세상에 의문을 품을 일을 당하고 난 후 왜 사는지를 고민한 것을 시작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그때의 고민을 지금도 하면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어쩌면 아직도 중2병이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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