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의 방향
3월부터 파견을 나와서 3개월마다 휴가를 나오고 있다. 그래서 이번 휴가는 세 번째인 셈이다. 파견생활은 무엇을 비교해도 군대생활보다 낫지만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한 가지 점만은 군대보다도 힘들다. 앞으로 휴가를 한번 더 나갈지, 열 번 더 나갈지 알 수가 없다는 건 내 인생을 알 수 없게 만든다.
아기와 생활을 많이 보내지 못한 나를 위해 와이프는 다양하고 많은 아기와의 액티비티를 준비해 준다. 사실 생활의 객관적인 어려움으로 보면 한국에서 출근하면서 아기를 보는 것이 파견 생활보다 훨씬 힘들고 어렵다. 물론 파견 생활은 한국 생활보다 근무 시간도 훨씬 길고, 업무상 이슈도 많지만 그 외의 시간은 온전히 나의 시간이 될 수 있다. 때때로 외로움을 느낄 만큼 보장되는 나의 시간이 있지만, 아기를 키우는 한국에서의 생활은 그런 것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몇 년 간은 아기에게 나의 시간을, 나의 인생을 바쳐야만 하고, 지금은 와이프가 혼자서 그 역할을 하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물론 나의 시간, 나의 인생 몇 년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다. 아니, 중요하지만 아기를 키우는 것에 비에서는 하찮다. 커가는 아기를 관찰하고 보는 즐거움은 모든 것을 상쇄시키는 느낌이고, 객관적으로 덜 힘든 파견 생활이지만 한국 생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물론 짧은 기간이나마 아기와 잘 놀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잔뜩 기대에 부풀어 아기와 조우를 하지만, 또 현실은 다르다. 한 30분만 놀아도 기가 빨리고 벗어나고 싶다. 그렇게 또 힘듦과 즐거움이 반복되며 2주가 지나간다.
앞의 두 번의 휴가를 끝내고 집을 나설 때, 아기는 격렬하게 반항을 하며 울어댔다. 아빠가 2주 있다 가야 함을 계속 설명하였지만 도저히 마음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눈물바다로 아기와의 작별을 하고 집을 나설 때면 항상 비가 왔다. 무거운 짐과 우산을 들고 그렇게 눈물을 받으며 가는 휴가 복귀 길에서는 항상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이번 휴가 복귀에서 아기는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싫은 마음은 있는 듯하지만 웃으며 아빠를 보낸다. 하필 오늘따라 비가 오지 않는다. 추운 날씨는 울지 않는 아기의 얼어붙은 마음을 느끼게 만드는 것 같아 오히려 더 복잡한 생각이 들게 한다. 아기는 반복되는 아빠와의 작별에 울음을 참기로 했다. 또 성장 중이다. 바로 내가. 아빠가 아니었음 절대 할 수 없는 성장을 지금 경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