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경험
요즘 아기의 메인 장난감은 커다란 주차타워다. 꽤나 복잡하게 만들어져 있는 타워에는 여러 가지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이 있고, 수십 종류의 자동차가 주차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작은 헬기 착륙장도 있다. 탈 것에 큰 관심을 보이는 아기는 하루에도 몇 번씩 주차타워를 가지고 논다.
지금까지 차도 타봤고, 지하철도 타봤고 비행기도 타봤지만 아직 기차를 타보지 않은 아기다. 기차여행을 할 거라니 기대를 엄청나게 하고 있다. 아침 일찍 SRT 정류장을 향한다. 아기는 거대한 정류장을 보더니 주변을 계속 두리번거린다. 기차를 타러 내려가니 지하철과는 다른 거대한 규모의 기차에 놀라움을 표시한다. 이제 좀 컸으니 세 자리를 예약했다. 아기는 늠름하게 한자리를 차지한 채 주위를 살핀다. 물론 어느 시간이 지나자 지루해했고, 갖가지 놀이 수단을 가지고 놀아줘야 했지만 부산에 도착할 때까지 꽤나 잘 버텨주었다. 예전처럼 홍익회 음식 카트를 보여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기를 데리고 해외여행을 가는 건 부모들의 자기만족이라고들 한다. 실제로 다녀온 사람들도 고생했던 얘기를 하며 맞는 것 같다고 말들을 하기도 한다. 사실 지금 간 기차여행, 그전에 간 제주도 여행 등을 아기가 커서 기억할 확률이 거의 없긴 하다. 그런데 꼭 기억해야 의미가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새로운 환경에 이것저것 둘러보고 적응하는 아기를 보면 그 자체로도 성장에 도움을 줄 것 같다. 물론 아닐 수도 있겠지. 사실 의미를 굳이 챙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아기와 그냥 함께한 시간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으니 말이다. 아직 아기를 데리고 해외여행을 가보진 않았지만,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 가볼 생각이다. 지금도 지나가는 외국인을 보면 다름을 느끼고 어색해하는 모습을 보면, 외국을 나가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기차에서 내리면 배를 탈 수 있다는 생각에 아기는 매우 신나는 모양이다. 엄마, 아빠와 간 제주도와 엄마와 탄 배가 그렇게 인상 깊은지 아기 영상에서는 계속 배를 타는 시늉을 하고 도착하는 놀이를 하는 아기가 찍혀있었다. "어디로 왔어요?"라고 물어보면 상당히 또렷하게 "제주도"라고 하는 걸 보면 어지간히 제주도의 경험이 좋았나 보다. 기차에서 내리고 약속대로 바로 배를 타러 갔다. 아기는 전에 탄 배보다 훨씬 큰 배에 다소 쫄은 모양이었고, 새우깡을 먹으러 날아오는 갈매기가 무서운 모양이다. 그럼에도 집중하여 주위를 살피던 아기는 한 시간쯤 지나니 적응이 되었는지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놀기 시작한다.
새로운 경험을 할 때 아기의 반응이 늘 새롭다. 점점 더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생각하는 모습을 보면 계속 뭔가를 시켜주고 싶다. 이제 좀 나이가 들었다고 많은 일들에 시큰둥해지는 나에게 이런 새로운 자극은 또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아기를 위해서 하는 모든 것은 어쩌면 나를 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