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오렌지레터> 인트로 에세이는 어떻게 썼을까
오렌지레터 에세이라고 쉽게 쓰는 묘약이 있는 건 아니다.
보통 글쓰기와 마찬가지로 '주제 선정-초고 작성-퇴고-완고'의 과정을 거친다. 주제와 초안을 화-수요일까지 동료에게 공유하고, 퇴고와 완고는 수-목요일에 끝난다.
혼자 쓰고 올리는 것과 차이가 있다면 조직의 이름으로 발행되는 글이라 동료들의 피드백을 받고 디자이너의 멋진 일러스트를 포함한다는 것.
이번 ②편은 오렌지레터를 어떤 의도로 썼고, 인트로 쓰는 과정, 밑줄 긋고 싶은 문장을 전한다.
지난 ① <오렌지레터> 인트로는 어떻게 썼을까에서는 에세이 전체 기획과 큰 틀을 소개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과 눈 뜨면 보이는 모든 것이 에세이의 주제다.
주제는 평소 일상을 보내다 떠오르는-어떨 때는 샤워하다가 번뜩 생각나기도 한다-것들을 낚아채 아이폰 메모에 남겨둔다.
리스트업 해둔 주제 중에 선정하거나, 시의성 있는 주제(3.8 여성의 날, 4.16 참사 추모, 수해)를 선정해 썼다.
나는 주로 일 외에 내 삶을 채우는 것들을 썼다. 수영, 서핑 같은 취미, 가족, 친구들과 있었던 에피소드, 인상 깊게 본 콘텐츠(책, 다큐멘터리)가 주였다.
그리고 내 실수나 마음속에만 남겨두고 싶은 것도 어떤 계기로 교훈을 얻었다면 과감히 드러냈다.
예를 들면, 확고한 취향이 있는 친구가 부러웠다, 덜렁대다가 물건을 잃어버렸다, 글로 평가받는 게 두렵다 등이었다. 누군가 한 번쯤 느꼈을 법한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냈을 때 가장 독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아이폰 메모나 종이에 초고를 썼다.
주제 리스트업도 메모 앱에 해두기 때문에 자연스레 메모에 쓰게 됐다. 맥북에서도 메모 앱 너비를 조절하면 스마트폰에서 읽을 때처럼 보이기 때문에, '침대에 모로 누워 스마트폰을 꺼내 내 글을 읽을' 독자를 생각하면 스마트폰 화면 비율과 흡사하게 쓰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도구는 종이.
세미-아날로그 인간이라 종이에 쓰는 것을 선호한다. 만년필을 손에 쥐고 종이 위에 무언가 사각거리는 것이 감각도, 진짜 독자님에게 편지를 쓴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좋았다.
게다가 업무 툴인 콤퓨타를 열어서 글을 쓰는 게 좀 질린다, 물린다는 느낌이 들 때 기분 전환하는 면에서도 좋았다.
주제를 고르고 나면 머리에 초안이 파바박 떠오른다, 머리로는 이미 완벽한 한 편을 썼다. 아, 이런 재치까지 가미하다니.. 나란 사람 너무나 기발한걸? 싶은 것을 (머리로) 썼다. 그저 글로 옮기기만 하면 되는군,
그런데 막상 초고를 써보면 아,,, 이런 쓰레기가 있나.. 뭘 건져야 하지? 싶은 퀄리티의 글이 나온다. 그럴 때는 쓰레기에 더 시간을 드리지 않고 과감히 덮어뒀다.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을 거칠게 엮어 쓰레기를 썼다. 글이 삐거덕거린다.
머리로는 참기름으로 두른 김밥처럼 먹음직스러운 걸 써냈는데.. 머리와 손 사이의 간극을 처절히 느낀다. 그래도 쉼표를 찍고 돌아와서 문장을 다듬기가 수월하다.
퇴고 1차는 초고를 거듭 쓰는 거나 다름없다.
과감히 버리든지 어떻게든 업사이클링 하든지를 선택하려고 하지만, 결국 새로 쓰게 된다.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고 펜으로 정확하게 윤곽을 따낸 다음 지우개로 밑그림을 지우는 작업을 이때 하는 것 같다.
그렇게 2차(?) 초고를 쓰고, 사무실 밖 라운지에 나와 내 글을 입으로 읽어본다.
목소리를 내서 읽어봤을 때도 어색하지 않은 초안을 동료에게 공유한다.
업무 툴인 노션에 초안을 공유하며, 피드백을 받을 때 특별히 요청하는 것을 코멘트로 남긴다.
‘제목 선정이 고민된다거나 적극적인 윤문을 요청한다’ 등이다.
[예시] 제목 후보
* 66일 이후에 습관이 만들어졌을까요?/형성됐을까요?/자리 잡았을까요?/66일이면 습관이 생길까요?
* 100일 챌린지 후기 / 100일 챌린지만 두 번째
챌린지와 관련한 주제에 어떤 제목을 쓸까 고민하다가, 동료에게 글을 읽고 가장 어울리는 제목이 무엇인지 묻고 결정했다. 챌린지보다는 '습관'이 들어갔으면 좋겠다로 의견이 모여서, 그중에 '66일이면 습관이 생길까요?'를 최종으로 골랐다.
만능 디자이너 길우가 초안을 읽고 그에 맞는 일러스트를 그려준다.
길우가 수~목에 이미지를 공유해 주고, 우려되는 부분이나 수정사항이 있는지를 확인해서 길우에게 코멘트한다. 보통 우려사항보다는 감탄을 자아내고 이미지가 확정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엔프피라 그런지 사람들과 어울려서 느낀 것을 자주 나눴고, 그러니 일러스트에도 귀여운 무성인간이 2명 이상으로 자주 등장했다. 일러스트는 에피소드의 하이라이트를 잘 표현해 준다.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오렌지레터 마감은 금요일이다.
혹시나 최종 수정할 것이 있다면 금요일까지 수정사항을 남긴다. 다들 글꾼이라 이런 일은 자주 없다. 다음 주 월요일에 오렌지레터와 블로그에 올라간 글을 확인하면 된다.
앞으로 30여 편의 글을 어떤 생각으로 썼는지는 별도 브런치에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맛보기로 내가 쓰면서 나도 위로받은 문장을 가져왔다.
제 글로 위로받고 따뜻함을 느꼈다고 저를 만나기도 전에 내적 친밀감이 쌓였다는 말을 더해주시면서요.
어쩌면 탁월한 글을 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음을, 계속해서 글에 저의 마음을 꾸밈없이 담아 보내달라는 화답 같았습니다.
글을 잘 쓰고 싶었던 이유, 23. 2. 27.
독자님도 무언가 하려는데 나이가 걸림돌이라고 느껴진 때가 있나요? 나이 앞자리에 나를 제한하지 않고 먼저 도전해 본 ‘선배’를 찾아보세요.
선배의 경험담을 듣다 보면 독자님도 할 수 있다고 응원받는 느낌이 들 거예요. 독자님의 도전도 누군가에게 든든한 참고가 될 겁니다.
80대, 60대, 30대 서퍼, 22. 7. 18.
독자님도 좋으면서 가끔은 싫기도 한 무언가가 있나요? 가끔 나조차도 이걸 왜 좋아하는지 모를 때가 오지만, 적당히 좋아하는 거라면 그대로 쭉 해보면 어떨까요?
할까 말까 주저하거나 귀찮은 감정은 구름처럼 지나가지만, 재미를 붙이고 꾸준히 해낸 것은 독자님에게 행복을 안겨주니까요. 이번 주도 대체로 좋아하는 것과 재미나게 가보자고요!
대체로 좋아한다면, 21. 11. 22.
단어를 하나씩 읽어보며 저도 그런 순간이 있었는지 떠올려보고, 저는 지나쳤던 장면을 누군가는 포착해서 언어화한 것에 감탄했습니다.
개인의 경험이 한 사람에게 맺혀 있지 않고 당시 느꼈던 감정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마음, 그런 마음이 다시 반복적으로 여럿에게 오가면서 단어가 만들어졌을 테니까요.
독자님이 사랑하는 순간을 단어로 만든다면, 21. 10. 17
스트레스 받는 날 ‘5, 4, 3, 2, 1 감각’에 잠시 몸을 맡겨보세요. 특정 감각을 쓰기 어렵다면 ‘오늘 하루 감사한 것 다섯 가지’, ‘오늘 내가 잘한 것 세 가지’와 같이 독자님만의 스트레스 프리 레시피를 만들어도 좋습니다.
효험이 있었다면 독자님의 방법과 소감을 회신으로 알려주세요. 이번 한 주 독자님이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롭길 응원하며 하이파이브
글을 잘 쓰고 싶었던 이유, 22. 5. 23
콘텐츠 하이라이트만 꼬집어 챙겨보고, 영상은 1.25 배속으로 보던 습관은 섬에 도착하자마자 내려놓았습니다.
대신 원래 인생이 가져다주는 속도에 몸과 마음을 맞췄어요. 해가 뜰 때쯤 일어나 가볍게 아침 식사를 하고 오후 내 바다와 수영장에서 첨벙거리며 물놀이하고요. 붉은 태양이 하늘에 부서지는 일몰의 순간을 멍하니 바라만 보기도 했어요. 일정과 일정 사이의 여백도 온전히 즐기며 여행을 잘 마치고 왔습니다.
다시 저의 일상은 도시의 속도를 밟아가고 있지만, 이따금 ‘빨리감기’ 없이 하루를 오롯이 보내는 것도 좋더라고요. 독자님도 이번주는 세상이 채근하는 속도 말고 독자님이 소화할 수 있는 속도로 찬찬히 보낼 수 있길 바랄게요.
'빨리감기' 구간이 없는 여행, 23. 1. 30
브런치에 종종 에세이를 쓰려고 한다. 후기도 쓸 거다.
따로 브런치 전체 콘셉트를 잡지 않고 내키는 대로 쓸 예정이다. 브런치 독자들은 내 글을 보고 아메리카노랑 휘낭시에를 먹다가 칼칼한 김치찌개로 넘어가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래도 우선 너무 계산하지 않고 그냥 내가 쓰고 싶은 것을 쓰며 쓰는 게 우선이다. 그러다 글들이 나아가는 물꼬가 보이면 흘러가는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