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거면 나도 쓰겠다 하시는 분
'뭐 30분 만에 썼다고?'라는 혼잣말 뒤에 나온 물음표에는 연예인이라 그런가 화제 몰이를 잘한다(뻥치시네)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 박진영은 데뷔 연도를 찾아보니 1994년이었다. 29년간 연예계 생활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나름의 획을 그어 온 사람이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큰 논란 없이(= 범죄자가 되거나 불미스러운 일들로 뉴스에 오르내리지 않고), 대 이직의 시대, 대 퇴사의 시대의 흐름과 달리 롱런한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롱런의 비결은 역시 실력이 받쳐줘서겠지. 그래, 그의 말을 재단하지 않고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본다. 박진영의 '30분 신화'는 비의 <It's raining>에만 있지 않다. 이 외에도 드림하이 2에서 공개한 곡과 JYP의 보이듀오 JJ프로젝트의 앨범의 작사 참여 등에서도 단타(?)로 작업해 좋은 반응을 보인 경우가 꽤 있다.
이 자료들도 '박진영이 30분 만에 가사'를 검색해서 나온 거니까.
(싸이는 최종, 최최종을 거듭하는 스타일인가 보다. 각자 작업 스타일이 다름은 우열을 가리기 위한 것이 아니니 논외로 하자.)
결코 내가 박진영과 동급이라는 건 아니나, 나도 글을 쓰다 보면 1시간, 2시간 만에 스르륵 슥슥 김연아가 빙판길을 달리듯 쓸 때가 있다. 꽤 길이감도 있고 메시지가 알차게 들어간 것을.
산책개똥철학(산책하다 문득 드는 생각)인데, 나도 '1시간 신화'를 만들고 보니 박진영이 30분 만에 후루룩 쓸 수 있었던 이유가 뭔지 알 것 같았다.
그건 바로 그만큼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콘텐츠를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걸. 메모 앱에, 종이 위에 출력만 안 됐을 뿐이지, 떠오르는 글상, 시상, 악상을 캐치하고, 생각에 살을 붙이고, 소셜미디어를 하든 뉴스레터를 보든 관련된 키워드의 소식을 살펴보고, 기존의 정보와 아이디어를 결합해 보고, 다듬은 걸 다시 다듬고를 거듭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아마도 그는 30분 만에 '출력'하고 더 오랜 시간을 '프로세싱' 했을 것이다. 프로세싱이 괴롭지만 즐거워 총 작업 시간에 포함을 안 했을지도 모른다. 그가 20년 넘게 지켜왔다는 모닝루틴처럼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을지도.
어딘가에 미쳐있는 데다 성실함, 꾸준함이 더해지면 어떤 결과물을 내는지, 설사 아직까지 그렇다 할 결과물을 못 냈을지라도 그러한 사람의 내공은 얼마나 깊을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내게도 그런 분야가 있는지 돌아보게 되고(일단 글), 꾸준한 사람들의 성공을 그 어떤 벼락 성공보다 응원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박진영의 노래 중에 명곡이 많은데, 그중에 생각나는 건 박진영의 데뷔연도에 발매된, 초등학교 때로 추억 여행하게 되는 <날 떠나지마(1994)>와 꽤 최근에 냈던 <나 돌아가(2017)>가 있다. 들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