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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븜진 Sep 13. 2023

스텔라 장과 크러쉬가 하는 고민의 답은

대중과 내가 원하는 게 다를 때

나는 내가 어떤 콘텐츠를 올려야 조회수가 잘 나오는지 안 단 말이야. 근데 내가 만들고 싶은 영상들은 조회수가 잘 안 나오는 영상들이야. 사람들이 나한테 원하는 게 좀 유명한 노래를 커버하거나 프랑스 노래를 커버하는 건데

근데 내가 최근에 커버한 건 '남행열차'란 말이야. 남행열차를 내가 보사노바로 편곡해서 올렸는데 내 생각에는 이게 좀 더 조회수가 잘 나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잘 나오지 않았어.

... 처음에는 그냥 올리고 싶은 거 올리는 취미로 시작한 취미로 만든 채널이 어느 순간에 취미가 아니게 돼버린 거지. 조회수도, 구독자 느는 것도 신경 쓰게 되는 거지.

내가 계속해서 사람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올릴지
아니면 그냥 계속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맞는지 고민이야.

스텔라 장 <피식쇼> 23.3.19.


youtu.be/d-JPjnOniy4

(해당 부문으로 바로 넘어가는 영상 youtu.be/d-JPjnOniy4?t=1338)



제일 슬럼프였을 때가 5년 전에 'Beautiful'이라는 노래를 냈을 때였어요. 근데 그 노래가 대중적으로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았고 너무 감사한 일이고 너무 좋은데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뭔가 공허한 거야. 관객들이 너무 좋아하고 막 축가 섭외 1등 되고 너무 좋은데 그 노래를 내가 무대에서 부르기 싫은 거야.


왜냐면 내가 여태까지 걸어왔었던 그런 길과 뭔가 약간 상반된 느낌이라고 생각했나 봐. (지금은 아니에요, 절대) 지금은 한 10번도 부를 수 있어요.



(과거 이야기를 함: 2012년부터 홍대 언더그라운드 시절에 패션 뭐 이런 거 신경 안쓰고 무대에서 johnna 잘하는 거, 틀리지 않는 거만 신경 썼다고.. 이랬던 과거에 비해서) 세상이 바뀌었고, 바뀐 세상에 우리는 살아가야 되는 게 맞는 건데 'Beautiful'이라는 노래로 사랑을 받았던 크러쉬라는 아티스트는 괴리를 많이 느꼈나 봐요.



크러쉬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 22. 9. 23.

youtu.be/i9dBHypPiLI

(해당 부문으로 바로 넘어가는 영상 youtu.be/i9dBHypPiLI?t=1368)



유튜브로 예능을 자주 본다.

피식대학, 이영지가 나오는 콘텐츠는 웬만하면 다 챙겨 보는 듯.



최근 피식쇼에 스텔라 장이 나와서 고민을 들고 왔을 때, 작년에 봤던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에서 한때 크러쉬도 스텔라 장과 비슷한 고민을 했던 것이 딱 떠올랐다. 나도 (두 분만한 아티스트인 건 아니지만) 콘텐츠를 기획하고 쓰는 사람으로서 두 사람의 고민과 방황에 많이 공감했다.



<피식쇼>에서는 호스트 3명이 스텔라 장의 유튜브 운영 고민을 들어주겠다고 해놓고는 편집점에서 짤렸는지 정작 고민에 알맞은 대답은 주지 않고, 예능스럽게 재밌는 부분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아쉬웠다.



+ 피식대학의 <피식쇼>는 차별, 혐오 발언이 종종 나와서 인권 감수성이 높은 사람들이 보기에는 조금 불편한 부분들이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콘텐츠를 보면서 그렇다면 나는 뭐라고 답변했을까, 대처했을까를 생각해 봐도 좋겠다.



크러쉬가 저 이야기를 한 이유는 이영지가 고민을 털어놓고 그와 비슷하게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으며 공감대를 형성하며 나온 거다. (이영지는 랩으로 시작해 음악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다 보니 막상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를 모르겠고 요즘은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액션'을 한다고 해도 이 행위가 가닿았으면 하는 상대방에게서 '리액션'이 없으면 계속해서 동력을 내는 것이 어렵다. 쉽지 않다. 소명에 따라 그저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장인, 종교인이 아니라면 말이다. 아무튼 무시당하기도 일쑤인데 대중이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사랑해 주는 것은 무척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대중이 원하는 것과 내가 원하는 것이 다를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대중이 원하는 것만 좇아서 하면 될까

곤조있게 마이웨이 해버리면 안 되는 걸까?


지금까지 내가 내린 답은 그 둘을 '적절히 안배'하는 것이다.



내가 블랙핑크, 수지만큼 슈퍼스타라서 손으로 머리를 넘기다 잠깐 노출된 귀걸이가 완판될 정도로 영향력이 있다면 뭘 해도 된다. 자막 없이 밥 먹는 것만 유튜브에 올려도 되고, 흔들리며 찍은 셀카를 인스타에 올려도 된다. 이 정도의 영향력을 가졌다면 정말 이상한 작품이 아니고서야 그들은 성공 궤도에 이미 올라서 시작하는 걸 테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손가락 하나에 까딱할 정도의 영향력과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지는 않다(모두가 이런 영향력을 좇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내 포인트가 아니다). 그러니 내 작품이 대중에게 사랑받는 포인트를 간파해서 어느 정도 자신의 인기를 유지하는 것, 나의 nerdy함은 뾰족하게 갈고닦아야 한다. 이 둘을 끊임없이 저글링을 하는 것. 인기와 장인 정신의 포트폴리오를 적절히 배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봄 산책을 하다가 산책길에 조성된 상록수와 계절 나무(벚꽃)를 보고 문득 깨달은 것이다. 내 콘텐츠 플랫폼을 이 산책길로 비유했을 때, 어떤 사람은 벚꽃(인기 콘텐츠)만 보러 왔을 수도 있다. 상록수(내가 하고 싶은 콘텐츠)가 있었던 건 안중에도 없는, 존재조차 몰랐던. 그런데 누군가는 벚꽃이 있는 산책길로 알고 와서 상록수의 매력에 빠질 수도 있는 거다.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히 해야 한다.


자잘한 걸 자주 올리든, 한 방 있는 걸로 이따금 올리든은 각자의 몫이겠지만, 내 숲에 어떤 나무를 심을지는 내가 결정하고 가꾸면 된다.




+ 스텔라 장의 남행열차, 좋다.

계속 음악 갖고 재밌게 놀아주시길!


youtu.be/3KpDWsoZgYU?t=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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