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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쩐 Sep 15. 2023

서른다섯이 어리다구여?

30대면 이미 쌓은 전문성을 써도 모자라지 않나

안무가이자 댄서인 가비. '악마의 스타성'으로 알려져  <바퀴 달린 입>이나 여러 예능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이제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MC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대세갑이주' 코너로 콘텐츠를 발행한다. 마침 한 에피소드에서 배우 김호영이 나왔다. 악마의 스타성, MBTI EEEE의 조합, 가비&김호영이 한 스크린에 나온다면 안 볼 수가 없지.



그렇게 안 보이지만 호영 님은 지금 40대. 김호영 님이 서른다섯이었을 때 했던 고민을 '대세갑이주'에서 들려주었다.


(맥락: 20대 중반에 국민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10년을 바라보며 열심히 일한 김호영. 막상 35살에 누군가 알아주지도 이룬 게 없다고 생각해서 뮤지컬 배우 최정원, 남경주, 박해미 같은 멘토 배우들에게 조언을 구하던 상황.)

선배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은 '너는 아직도 어려'였어. 너무 좋은 나이야.

35살이 어린 거야? 그때는 그게 와닿지 않았어. 내가 25살일 때에는 10년 뒤를 생각하고 열심히 달렸어. 이제 35살이 됐어! 근데 또 45살까지 또 성공을 위해 달려야 하는 건가..?

자기들은 이미 성공했으니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겠지!



그러다 순간 생각을 바꿨어.
진짜? 이게 좋은 나이야? 아직 어리다고?
그럼 기다려봐... 내가 정말로 아직 뭔가를 할 수 있다고? 연기 외에도 다른 일을 하고 싶다면, 그럼 연기부터 다시 시작하자. 처음부터.



그렇게 마음을 고쳐먹은 이후로 <라디오스타>, <복면가왕>에도 출연하고, 승승장구하고 있잖아.. 2~3년 전만 해도 우리(처럼 센 사람)들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어. 그런데 지금은 세상이 바뀌어서 나는 그대로인데 너와 나는 성공할 수 있는 거야.




김호영 님이 30대 중반이었을 때, 나와 비슷한 고민을 했다는 것에 동질감을 느껴 놀랐었다.


나는 지난 2월에 퇴사하고 4월부터 8월 사이 AI 자연어처리 과정을 공부했다. 같이 수강하는 사람들과 말을 트면서 서로 나이를 알게 됐는데 대부분 나보다 10살이 어렸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쌩 문과 출신이라 따라잡는 속도도 더디니 자주 자괴감이 들었다. 심지어 몸으로도 스트레스 반응이 와서 가슴이 두근거리고 벅차 올라서 눈물이 나는 때도 있었다.


콘텐츠 쓰던 사람이 이런 기술(?)을 공부해서 얼마나 따라잡을 수 있을까, 중학교 때 이미 포기한 수학도 다시 해야 하고, 머신러닝, 딥러닝, 파이썬, 통계, 코딩... 해야 될 건 많은데.. 나 돈도 벌어야 하잖아? 30대 중반에 직업 전환을 준비하고 있던 나는 초조함과 조급함으로 가득했다.



다행히 존버 정신으로 무사히 과정을 마쳤고, 그 후에 지인인 야무에게 들은 조언도 결이 비슷했다. 나는 솔직히 30대 중반이 됐으면 이미 쌓은 전문성을 마구 활용해도 모자란 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 지인도 김호영 님도 지금 내게 같은 말을 해주고 있다.


나의 시기는 내가 좋아하는 걸 더 배우고 갈고닦고, 심지어 새로운 일과 공부를 하는 것도 전혀 늦지 않았다고 말이다.


나의 서른네 살도 늦은 게 아니다. 앞으로 10년 먹고살 거리를 지금부터 쌓는다고 생각하자. 사실 이 말을 하고 나서도 또 나 스스로를 의심할 때가 올 것이다. 그래서 글로 선언하는 것이다. 물론 나는 치열하게 사는 것보다 풀피리를 입에 하나 물고 껄렁껄렁 동네를 돌아다니는 한량이 되고 싶지만, 아직 더 배워야 할 것과 할 일이 많다.


확실히 10년 전과 달리 체력과 집중력의 한계가 느껴진다.

오히려 한계를 깨닫고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두 번째 챕터는 어디에서 어떻게 열릴지 불안과 기대하는 마음을 동시에 안고 저벅저벅 걸어가 보려고 한다.



풀영상은 youtu.be/TmY3w2aYYKo?t=680



나이 잊은 도전을 계속해서 하자는 의미로 예전에 썼던 글

7월3주 | 80대, 60대, 30대 서퍼 orangeletter.stibee.com/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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