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다녀도 낯선 길가
갈라진 보도 사이의 풀꽃과
오늘은 유난히 시선을 마주했다
푸르른 하늘을 뚫고
끝도 없이 뻗어나간 빌딩 그림자
빗물을 머금은 보드레한 흙은 흔적도 없이
도시에 이식된 차가운 아스팔트 길
나는 늘 그래왔듯이
오늘 하루도 낯설게 시작해
낯선 시간들을 거쳐
눈에 익어 반가운 풀꽃 하나를 마주한다
삶에서 가장 먼저 포기하고픈
도시의 온도와 향기
차가운 길과 도시를 비추는 하늘 풍경과
나무 없는 숲과 사람 가득한 공원과
사람도 소음이 되는 벅찬 거리
오늘 마주한 익숙한 풀꽃에
오늘도 익숙해지지 못한 삶의 시간들
푸른 잎새보다 많이 보이는
회색빛 가득한 우울한 보도
차가운 빌딩 어느 사이에서
태어나고 또 자라온 나는
어느새 돌아갈 고향조차 없이
고향에서 고향을 잃고야 말았다
문득 생각이 동해서인지
그저 바람이 불어와서인지
풀꽃 주변의 들뜬 흙을
두 손을 물들여가며 지긋히 눌러주었다
풀꽃만큼은
그래 풀꽃만큼은
뿌리를 잃지 않고 살아가기를
입으로 수없이 되뇌이면서
손을 물들이며 빌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