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에서 실수가 잦았다. 간단한 데이터 입력도 실수를 했다. 실수를 처리하느라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 많아졌다. 집중력에 문제가 있는 건지 고민했다. 일을 할 때 긴장감이 부족한 건지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문제의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문제를 일으킨 녀석은 바로 ‘조급증’이었다. 마음이 급해서 하나의 일에 깊게 집중하지 못하고, 마음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있었던 것이다.
조급할 때는 한 가지 일에 진득하니 집중하기 어렵다. 이 일을 하다 가도 저 일이 생각나고 걱정된다. 생각이 방황하고 이 일과 저 일을 옮겨 다니다 보면, 어떤 일도 제대로 처리할 수 없다. 조급함을 느끼는 감정은 일상에서 쉽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약속 시간에 맞춰 서두를 때나 라면이 빨리 익기를 기다릴 때, 내 포스팅에 ‘좋아요’가 달리기를 바랄 때, 원하는 성과가 신속하게 나타나기를 바라는 순간까지, 조급함과 이별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물론 때로는 조급함을 느끼는 감정은 위기의식을 만들어 정신을 차리게 하고, 일에 집중하도록 돕는다. 그러나 조급함이 일을 망치고, 우리의 시야를 좁게 만들 때가 더 많다. 조급해지면 우선순위가 뒤죽박죽 된다. 중요한 일에 집중하기보다는 당장 처리해야 할 것만 같은 일에 자꾸 손을 댄다. 오랜 시간이 필요한 일은 엄두를 내기도 어렵다.
조급함, 도대체 뭐가 문젠데?
조급함에 시달리는 사람은 기본기를 갖추기 어렵다. 탁월한 성과는 탄탄한 기본기에서 나온다. 프로 선수들도 매일 같이 기본기 연습을 늦추지 않는다. 성적이 잘 나오지 않을 때일수록 자세를 점검하고, 기초를 다지기 위한 시간에 집중한다. 기본이 갖춰질 때 경기에서 원하는 플레이를 할 수 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조급할수록 바쁠수록, 외면되는 건 기본기다. 조급함은 기본으로 돌아갈 기회를 빼앗는다. 조급함과 기본기는 함께 양립하기 어렵다.
조급하면 성취감을 얻기 어렵다. 성취감은 우리가 하는 일을 지속하게 하고, 집중하게 만드는 매우 중요한 감정이다. 그런데 조급하면 성취감에 집중하는 시간이 사라진다. 지금까지 해낸 일, 여기까지 온 과정에서도 충분히 성취감을 느끼고, 만족할 수도 있는데도, 조급하면 나를 재촉하기 바쁘다. 내가 한 성취와 변화를 인정하지 않는다.
조급하면 얕은 사고를 반복한다. 문제를 해결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깊은 사고, 몰입된 생각에서 나온다. 그런데 조급한 감정을 느끼면 사고는 얕은 곳에 머무른다. 창의적인 사고를 하려면 현재 인지하고 있는 문제와 정보가 내 안에 깊이 저장된 장기기억과 적극적으로 결합하는 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뇌가 조급하다는 신호를 울리면, 우리 뇌는 장기기억의 정보에 접근하기를 거부한다. 지금 집중하고 순간적으로 떠오른 정보에만 집중하고 그 정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은 향상되기 어렵다.
조급한 마음,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무엇보다 조급해하고 있음을 깨닫는 일이 우선이다. 조급해하고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변화를 만들기 어렵다. 조급함은 여러 현상으로 나타난다. 호흡이 빨라지거나, 긴장해서 근육이 단단해지고,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이 일과 저 일을 옮겨 다닌다. 글을 쓸 때 차분하게 자료를 살피기 어렵고, 작성한 글을 수정하기 위한 여유를 갖지 못한다. 조급함을 고치려면, 바쁜 마음에 시달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해야 한다. 그리고 그 감정을 인정해야 한다. 조급해하고 있음을 발견했다면, 잠시 자신에게 말을 걸 필요가 있다. ‘왜 이렇게 급하게 서두르지?’, ‘이런다고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질까?’, ‘서두른다고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진 적이 있었나?’ 잠시 멈추어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조급한 마음에 반응하려는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다
조급한 마음에서 벗어나려면 완벽주의를 점검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완벽주의는 부정적인 완벽주의다. 완벽주의가 문제가 될 때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목표와 기대를 설정하고, 그로부터 고통을 받는 경우다. 완벽주의가 발동되면 조급한 마음이 생긴다. 완벽주의가 세운 목표나 기대는 비현실적이다. 완벽주의가 설정한 목표를 이루기에 내 능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목표에 비해 한참 떨어지는 자신을 발견할 때 마음은 조급함에 노출된다. 부정적인 완벽주의의 실체는 허상이다. 완벽주의자가 세운 목표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목표로 삼을 이유는 없다. 지금 하려고 하는 일에 비현실적인 목표와 기대를 갖고 있지는 않는지 살펴봐야 한다. 완벽주의만 해결해도 조급함에서 멀어질 수 있다.
몰입도를 인식하는 일도 조급함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 정신적 활동에는 몰입도가 존재한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려고 노력하는 사이 몰입도가 올라가고 몰입의 정도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그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생산력이 향상된다. 이는 일정한 정보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특정한 뇌 활동이 활성화되고 신경전달물질이 작용함으로 나타나는 화학적 현상이다. 몰입도가 낮을 때는 눈 앞에 있는 일을 처리하는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의식적 환경이 산만하기 때문이다. 특히 학습이나 복잡한 사고가 필요한 일을 처리할 때 더욱 그렇다. 그래서 일을 시작할 때는 의도적으로 느긋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몰입도가 낮을 때와 높을 때의 생산성이나 에너지 수준은 전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몰입도가 낮을 때 조급하게 성과를 기대한다면 좀처럼 몰입도는 오르지 않는다. 조급함으로 인한 스트레스만 지속적으로 노출될 뿐이다. 일정한 성과를 기대하는 일일수록 몰입도를 의식하고, 의도적으로 속도를 늦추자. 여유로운 마음일수록 몰입을 이루는 환경을 수월하게 만들 수 있다. 누구에게나 높은 몰입도를 경험한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 기억을 떠올려 보자. 공부를 하거나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의식 수준은 동일하지 않다. 여유를 갖고 몰입도를 의식하면, 몰입의 순간에 여러분이 원하는 성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조급한 습관은 단기간에 떨쳐낼 수 없다. 하지만 원인을 알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면, 조급한 마음은 적절한 위기의식과 긴장감을 만드는 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조급함은 일상의 소중한 순간을 빼앗는다. 조급함을 경계하고 조급한 마음을 조절하는 훈련을 한다면 삶의 질이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