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나는 쉽게 불안해지고, 무기력에 빠졌다. 방황하는 마음을 잡지 못해 아까운 시간을 허비했다. 목표를 세우고, 삶의 모습을 바꾸려 했지만 금세 제자리로 돌아왔다. 노력해도 변화하는 것은 없다는 생각은 나를 더욱 지치게 했다.
스스로를 가둬버린 것 같은 시간에서 벗어나고서야 깨달았다. 내 에너지를 빼앗고, 스스로를 파괴한 범인이 자기 대화였다는 것을. 나의 자기 대화는 오랫 시간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됐다. 내가 추정하기로 그 시작은, 내 삶이 내가 기대하는 것에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나의 이상적인 자아와 현실 자아의 간극은 부정적 자기 대화를 만들었고, 그 대화는 나의 가치를 파괴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훔쳐갔다.
우리는 순간순간 자신과 대화한다. 나에게 말을 걸고, 어떤 말을 하는지 듣는다. 자기 대화를 통해 내 능력이나 가치를 판단하고, 현재 상황을 이해한다. 자기 대화라고 하면, 혼잣말을 떠올리기 쉽다. 혼자서 중얼거리는 일이나 연극이나 영화에서 나오는 독백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꼭 그런 형태만 자기 대화가 아니다. 문득 떠오른 생각, 반복된 생각,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흐릿한 이미지, 기억, 미래를 예상하는 일, 이런 모든 일들이 자기 대화가 될 수 있다.
내 생각, 감정이라고 여기고 살피고 보려 하면 보이지 않던 것이 ‘자기 대화’라고 생각하면 그 실체가 드러난다.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 형태가 분명하지 않을 때가 많다. 생각은 나타났다 사라지고, 이리저리 떠돌아다닌다. 그런 생각을 말로 표현하고, 글로 적어보고 종이 위에 그려볼 때 그 내용과 실체가 드러난다.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을 나 자신과 대화하는 일로 보면,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 자기 대화를 발견하고 바꿔나갈 때, 숨겨진 생각을 발견하고, 패턴을 이해할 수 있다. 생각, 신념, 태도를 바꿀 기회가 생긴다.
자기 대화, 어떻게 바꿀 수 있지?
자기 대화는 한순간에 나를 멈추게도 하고, 절망에 빠지게 만들기도 한다. 끊임없는 자기 의심을 만들어 깊은 무기력에 빠지게도 만든다. 자기 대화가 바뀌지 않는다면, 긍정적인 에너지도, 의욕도, 강한 동기도 생기지 않는다. 잠시 생긴다고 해도 곧 그 힘을 잃게 될 것이다.
자기 대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대화를 발견하고 관찰해야 한다. 자기 대화를 점검하는 일이다. 어떻게 대화를 시작하고, 어떤 방향으로 흐르고, 무슨 내용이 반복되는지, 어떤 결론에 이르는지를 살피는 일이다. 문득 떠오른 생각, 반복되는 기억이나 생각,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이미지 등을 찾아보자. 생각이나 기억, 이미지를 대화가 오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보자.
자기 대화를 찾으려면, '해석하는 자아'를 찾아야 한다. 인간은 해석하는 존재다. 자신, 타인, 사회, 상황에 대해 끊임없이 관찰하고 판단하고 해석한다. 이러한 해석에서 자기 대화가 시작된다. '나'에 대해 부정적으로 해석할 때, 스스로를 보잘것없다고 여기고, 남들에 비해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열등감과 자격지심에 시달린다. '상황'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며, 도저히 그 목표는 달성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지금 이 상황을 통제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은 심각한 스트레스와 불안함에 시달린다.
자기 자신에 대해,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관찰하고 해석하는지를 살펴보면, 자기 대화가 드러난다.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져 버린 내면의 깊은 대화가 보인다. 우리는 해석의 과정에서 끊임없이 자기 대화를 했고, 그 대화는 나의 신념, 태도, 인식을 형성했다.
자기 대화를 발견하려면, 생각이나 감정에서 한걸음 물러나야 한다. 밀착되면 자기 대화가 보이지 않는다. 생각에 매몰될 뿐이다. 그런데 이게 어렵다. 그래서 자기 대화를 관찰할 때는 몸을 움직이면서 하는 것이 좋다. 가볍게 산책을 하며 자기 대화를 찾으면 기존의 생각에 매몰되지 않고, 생각을 관찰할 수 있다. 몸을 움직일 때 전혀 다른 기분을 얻을 수 있고, 고착화된 굳은 생각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다.
인내심과 호기심을 갖고 자기 대화를 찾았다면, 이제 자기 대화를 바꿔야 한다. 기존의 해석에 의문을 던지는 일로부터 새로운 자기 대화가 시작된다. “꼭 그렇게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새로운 자기 대화가 열린다. 내 능력을 믿어주고, 성장과 변화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긍정적인 측면에 더 집중하는 자아가 말을 걸 때 새로운 자기 대화가 진행된다.
새로운 자기 대화가 그 효과를 발휘하려면,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야 한다. 스스로를 격려할 때도 막연하게 “잘하고 있어”, “모든 일은 잘 될 거야”라고 두리뭉실하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잘하고 있는지, 나에게는 어떤 능력과 강점이 있는지를 명확하게 말해줘야 한다. 명확한 콘텐츠가 있을 때 우리는 그 대화에 집중할 수 있고, 기존의 생각과 신념을 바꿀 준비를 한다. 타인과 대화할 때도 콘텐츠가 있어야 하지만, 자기 대화에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콘텐츠가 필요하다.
자기 대화를 진행하려면, 자신에게 말을 거는 일이 자연스럽게 여겨져야 한다. 마음을 가다듬고, 집중해 보자. 자신의 이름을 부르거나 손가락으로 자신의 가슴을 살며시 두들겨 보자. 말을 걸고,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 살펴보자. 아직 들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서두를 필요가 없다. 하지만 마냥 두고 봐서는 안된다. 기회가 생기면 다시 자신에게 말을 걸고, 대화를 시작해 나가야 한다.
자기 대화는 여러 형태로 할 수 있다. 글로 적어 여러 번 반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집중해서 속으로 생각하며 할 수도 있다. 입 밖으로 소리 내어 할 수도 있다. 처음엔 모든 게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여러 번 해보고 반복하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자기 대화를 연습하면, '말하는 자아'와 '듣는 자아'가 드러난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오랜 시간 자신에게 말을 걸었고 그 이야기를 들었다. 몰랐을 뿐이다.
사람 안에는 다양한 자아의 모습이 존재한다. 의지가 강하고, 끈기 있고, 목표에 몰입하는 자아도 있지만, 쉽게 풀이 죽고, 작은 일에도 의지가 꺾이고, 부산하고 산만한 자아도 있다. 여러 자아가 내 안에서 공존한다.
자기 대화는 보다 성숙한 자아가 미성숙하고 연약한 자아를 격려하고 이끄는 일이다. 성숙한 자아는 방황하는 자아에게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생각을 돌보고, 자신을 파괴하는 생각으로부터 보호해주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미래를 기대할 수 있도록 돕느다.
자기 대화의 힘을 경험하면 성숙한 자아의 목소리를 신뢰하게 된다. 더 귀 기울여 듣게 된다. 부정적인 생각을 반복하게 만드는 자아의 목소리는 힘을 잃고, 자신을 신뢰하고 긍정적인 측면에 주목하는 자아에 기울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