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티베이터 Apr 07. 2020

불안을 다루는 기술


누구나 불안을 경험한다. 



심리학 주제 중에도 특별히 인기가 있는 주제가 있다. 대표적으로 ‘자존감’이 그것이고, 자존감만큼 많이 다루어지는 주제가 ‘불안’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불안을 경험하고, 불안으로 고통받고, 불안을 해결하고 싶어 한다. 최근 코로나 19가 전 세계를 공포와 불안으로 덮었다. 해외에서는 코로나 19를 세계 제2차 대전으로 인한 피해를 언급할 정도로 그 공포가 어마어마하다. 불안감은 모호할 때 그 위력이 증가되는데, 코로나 19야 말로 그 모호함의 절정이다. 언제 어디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럼 도대체 불안의 정체는 뭘까? 사실 불안을 정의하는 일이 그리 쉽지 않다. 위키백과에서는 불안을 철학적, 심리학적, 신경과학적 접근으로, 다양한 측면에서 다룬다. 불안을 단순하고 평면적으로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개념보다는 우리가 몸으로 겪는 현상으로 설명하는 게 낫다 싶다. 불안할 때 나타나는 현상을 생각해 보면 쉽다. 불안하면, 심장이  빨리 뛰고, 근육이 굳고 식은땀이 난다.  빨리 그 상황에서 빠져나오고 쉽고, 쉽사리 진정이 안된다. 차분한 마음으로 불안함 마음을 달래 보려 하지만 불안은 더더욱 증폭된다. 이러한 현상이 우리가 경험하는 불안이다. 


불안은 어떤 행동을 시작하거나 지속하는 동기적인 문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불안은 일단 우리의 행동을 멈춘다. 낭떠러지 사이에 놓인 다리를 건널 때 어느 순간 다리가 버티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자. 그럼 우리는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로 굳어버릴 것이다. 불안함이 이와 같다. 잘만 진행 오던 일도 불안함이 가중되면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불안함의 덫에 사로잡힌 것이다. 


결과에 대한 불안은 의욕과 에너지를 낮춘다. 처음에는 큰 기대를 갖고 시작했던 일도 자신의 능력이나 노력으로는 도저히 달성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의욕과 에너지는 자연스럽게 낮아진다. 그렇게 불안과 타협하기 시작하면, 도전에 응하는 에너지는 사라진다. 현실 속에서 안전하게 머무르려는 생각이 마음을 지배한다. 


그러나 불안이 꼭 어떤 일을 시작하거나 지속하는데 방해만 되는 것은 아니다. 불안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그 일에 집중하게도 한다. 이전에 브런치에서 접근 동기와 회피 동기에 관한 글을 다뤘다. 이 중 회피 동기는 주로 불안감과 관련된 동기이다. 시험기간이 다가올수록 머릿속에는 시험에 관련된 생각이 가득 찬다. 시험을 잘 봐야겠다는 접근적 동기도 있지만, 시험을 망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한 생각이 회피 동기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나 적절한 불안감으로 생긴 회피 동기는 집중력과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여준다. 


나의 20대는 불안함으로 점철된 시간이었다. 

    


나의 20대는 불안함으로 점철된 시간이었다. 예민한 성격 탓도 있었지만 잘못된 종교적 신앙관과 아버지의 사업 실패,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일로 일어난 불안한 감정은 어느 순간 내 마음의 주도권을 잡았다. 


불안한 마음이 지속되면 세상 모든 게 불안해진다. 불안이라는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세상이 불안하게 느껴지면 나 자신이 무척이나 연약한 존재로 인식된다. 삶에서 해결해야 할 다양한 문제들이 버겁게 느껴진다. 나는 그걸 처리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대의 나는 작은 일에도 버거워했다. 시작도 하기 전에 겁을 먹었다. 새로운 환경에 놓이는 일을 두려워했고, 그 환경에 적응하는 일에 크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누군가 새로운 일을 맡기면 두려워했고 그 일을 회피하려고 했다. 불안감을 겪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러다 보니 나의 능력이나 역량을 발전시킬 기회가 줄어들었다. 사실 20대는 도전하고, 그 도전으로부터 많은 걸 배우고 성장해야 하는 시기인데, 나는 이런 기회를 스스로 저버렸다. 


시간이 지나 다행히도  불안이나 두려움을 다루는 법을 배웠고, 불안을 생산적으로 사용하는 기술을 익혔다. 그러고 나서 보니, 20대의 내가 안타깝게 여겨졌다. 실체도 없는 불안감에 굴복하고 낭비한 시간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다. 불안과 싸우느라 보냈던 시간에 더 많은걸 경험하고 더 성장하고 강해지기 위한 기회로 삼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불안에 마음의 자리를 내준 일이 아쉽다. 그러나 어쩌랴. 그땐 몰랐다. 


불안한 감정은 어떻게 다뤄야 할까? 

다행히도 불안한 감정을 다를 수 있는 여러 전략이 존재한다. 그중 내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전략은 다음 두 가지다. 

 

첫째 불안한 감정에 너무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말아야 한다. 불안함은 '관종(관심종자)'이다. 내가 관심을 기울이면 더 관심을 이끌어내려고, 불안함을 일으킨다. 불안함에 관심을 기울이면 그 감정과 신체 반응에 예민해진다. 그렇게 예민해지고 나면 아주 미세한 전조현상에도 반응하고, 커다란 일을 만났을 때와 같이 불안 반응이 나타난다. 


그러기에 불안이라는 관종녀석에 관심을 낭비해서는 안된다. 어느 정도 무시하고 우리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 그러다 보면 불안은 어느새 풀이 죽어 우리 주변을 떠나간다. 불안이 우리 주변을 맴돌지 않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안심이 찾아온다. 스스로가 안전하다고 믿는 믿음이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는다. 불안에 줬던 관심을 스스로에 대한 신뢰에 주면 된다. 


두 번째 전략은 스스로 어떤 생각과 감정에 반응할지를 정하는 일이다. 마음속에 드는 모든 생각과 감정에 반응할 필요는 없다. 마음을 정류장으로 생각해 보자. 마음이라는 정류장에는 다양한 생각과 감정이라는 버스가 오간다. 우리가 탑승하지 않으면 지나가는 버스다. 탑승의 이유는 목적지가 있기 때문이다. 목적지와 다른 버스를 타면 반드시 후회한다.

 

시간을 정해 조용한 장소에 가만히 앉아 내 마음속에 어떤 생각과 감정이 오가는지를 지켜보자. 어떤 생각은 바람결에 날려 마음 사라지는 생각이 있는가 하면, 어떤 생각은 마음이라는 밭에 뿌리를 내리고 가지와 열매를 맺는다. 


생각이나 감정이 아무렇게나 우리 마음에 뿌리를 내리지 않는다. 우리가 집중하고 반응해야 한다.. 물론 심리학적으로 본다면 무의식적 선택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지만, 대부분 의식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오고 가는 모든 생각과 감정에 반응하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어떤 생각과 감정에 반응할지 좀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불안에 지나친 관심을 주지 말고, 어떤 생각과 감정에 반응할지를 신중하게 선택하는 연습만 해도 우리는 불안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이러한 능력이 생기면 불안이 우리를 먼저 알아본다. 쉽게 건드리면 안 된다는 것을 





사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불안함은 내가 누구인지를 알게 하는 고마운 녀석이다. 불안함에 반응하지 않고 조용히 불안함을 들여다보면, 내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원하지 않는지, 어디에 다가가고 싶고 무엇을 피하고 싶어 하는지가 보인다. 불안은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그 좌표를 찍어 주고, 목적지를 다시 확인할 기회를 제공한다. 


반면 불안함을 회피하려고 하면 내가 누구인지 보이지 않는다. 불안함을 감추려고 하고 불안해지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면서 형성된 내가 부각되기 때문이다. 나 또한 꽤 오랜 시간을 불안함으로 인해 ‘진짜 나’로 당당하게 살지 못했다. 불안한 나가 무대를 차지하고 있을 때 ‘진짜 나’는 무대 뒷 공간에 조용하게 숨어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다행히도 불안함과 좀 친해졌다. 물론 끌려다니지 않고 내가 끌고 다닌다. 불안함은 나에게 위험한 상황을 경고하고 안주하지 않도록 경계하고, 몸이나 마음이 고장 나고 있음을 알려준다. 그렇기에 불안은 나에게 불편하지만 때론 고마운 녀석이다. 

이전 08화 자기 대화를점검하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