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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티베이터 May 05. 2021

내 감정을 무시하지 않는 연습

30대 초반 약 2-3년 정도 심한 마음의 방황을 겪은 적이 있다. 일상의 관심과 열의가 사라졌다. 당시 나를 둘러싼 모든 상황에 불만을 느꼈다. 나 자신을 부정하고 싶었다. 나를 파괴하고 싶은 욕구가 일어났다. 타인을 향한 분노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아무도 나를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깊은 외로움을 느꼈고, 스스로 고립되기를 선택했다. 


마음에 강한 폭풍이 일어났고, 그 폭풍은 순식간에 내 내면세계를 초토화시켰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폭풍이 몰아닥친 것일까? 폭풍이 일어난 원인은 무엇일까? 방황의 원인을 나중에야 알았다. 내 감정을 무시하고 외면하던 일이 방황을 만들었다는 것을. 



감정은 강한 에너지를 지니고 있다. 긍정적인 감정을 자주 경험하는 사람은 삶에 대한 낙관성을 유지하고 하고 일상에서 겪는 다양한 도전에 적극적으로 대처한다. 긍정적인 감정은 회복탄력성을 만들어 시행착오나 실패 상황에서도 빠르게 일어나도록 돕고, 성장에 대한 믿음을 강화한다. 반면 불안함, 우울함, 절망감 등의 감정을 자주 겪는 사람들은 일상 속 작은 어려움에도 쉽게 압도당하며, 결국 스스로를 통제할 힘을 잃게 된다. 


감정은 살아있는 신호다.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신호는 감정이다. 하지만 일상에서 우리는 이 신호를 쉽게 무시한다. 감정에 귀 기울이지 않음으로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신호를 놓친다. 초기 신호를 적절히 해석한다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지속적으로 무시함으로 일을 키운다. 


감정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는 일은 습관이 된다. 감정을 피하려는 행위는 보통 적극적인 회피 행동으로 발달한다. 바쁜 일상으로 몰아넣어 적절하게 감정을 차단한다. 스마트폰은 감정을 회피하기에 더없이 좋은 도구다. 불편한 감정이 올라올 때 우리는 스마트폰을 열고 SNS 포스팅을 넘기며, 유튜브 영상에 집중한다. 영상이나 음성 신호를 통해 우리 뇌가 내 감정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적절하게 차단한다. 


일시적으로 내 감정을 변화시킬 위해서 술이나 담배에 의존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 마약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마약에 자신의 삶을 의존하기도 한다. 이러한 방법들은 감정에 직면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순간적인 위안을 제공한다. 일시적으로 괜찮거나 때로 황홀한 감정을 선사한다. 불만족스럽고 불안하게 느껴지던 현실이 일순간에 달라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나 억눌리거나 외면된 감정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회피 행동을 하는 동안 잠시 숨어있다가 다시 등장해서 우리 마음을 휘젓는다. 회피하는 시간들이 늘어날수록 나중에는 감정이 어떤 신호를 보내는지 알아차릴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감정을 적절하게 다룸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잃게 된다 




감정에 직면하고 감정을 다루는 연습 


특정 감정이 나를 괴롭히고 있다면, 그 감정에 섣불리 덤벼들어서는 안 된다. 감정은 강한 에너지를 갖고 있다. 아무런 대비 없이 덤벼들었다가는 감정에 끌려다니기 십상이다. 전략이 필요하다. 감정에 직면하고 감정을 다룰 수 있는 전략. 


산책은 감정에 직면하기 위한 좋은 전략이 된다. 산책을 하며 최근 반복해서 떠오르거나 현재의 감정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몸을 움직이다 보면, 특정 감정에 매몰되어 통제력을 잃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산책을 하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는 것이다. ‘요즘 내가 어떤 감정을 자주 느끼지?’, ‘그러한 감정을 느낄 때 어떤 생각이 떠오르지?’ ‘이러한 감정을 일으키는 사건이나 상황은 무엇이지?’ 이러한 질문을 던지다 보면, 내 감정과 너무 밀착되지 않은 상태로 감정을 살펴볼 수 있다. 불편한 감정이 나를 압도할 것 같은 두려움을 줄이며, 감정에 직면하는 연습을 할 수 있다. 


조금 더 깊게 감정을 살피려고 한다면, 명상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명상 중이나 명상 후에 감정을 살펴보면, 뒤섞인 감정을 조금 더 명료하게 살필 수 있다. 복잡하게 덩어리 져 있는 감정을 다루기 좋은 형태로 나눌 수 있게 되고, 내가 반복해서 느끼거나 피하려는 감정의 정체를 보다 더 정확하게 살필 수 있다. 


직면하는 연습을 했다면, 이제 감정을 다루기 위한 연습을 해야 한다. 바로 ‘감정 표현’과 ‘기록’이다. 감정에 직면하는 연습을 통해 그동안 피하려고 했던 감정에 다가갔다면, 이제 그 감정을 보다 정확하게 표현해 보는 것이다. 감정을 표현할 때는 보다 더 명확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스트레스받는다.', '불안하다.’ 같이 뒤섞인 감정으로 표현하지 않고 더 정확하게 표현해 보는 것이다. 불안하거나 두려운 감정도 더 세밀하게 표현해 낼 수 있다. ‘조마조마한’, ‘질실할 것 같은’, ‘압도되는’, ‘아찔한’, ‘겁먹은’ 등과 같은 표현으로 말이다. 심리학 연구 결과, 감정을 정확한 단어로 담아내면, 우리 뇌는 감정에 반응하는 뇌(편도체와 같은)가 활성화되는 대신 감정과 생각을 조절하는 뇌(전전두피질)가 활성화된다고 한다.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함으로 감정에 무작적 반응하기만 하는 대신, 다루고 조절할 수 있게 된다.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데 성공했다면, 이제 그 감정을 기록해야 한다. 정확한 표현으로 감정을 기록하고, 그 강도와 빈도를 기록해 둔다. 그리고 감정과 함께 떠오르는 생각, 이미지, 상황, 사건 등을 기록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록은 되도록 한 곳에 모아두어야 한다. 그리고 반복해서 살펴봐야 한다. 기록을 살펴볼 때마다 관찰한 감정, 생각, 사건 등을 서로 선이나 화살표 등으로 연결해 보자. 요소들이 서로 연결되다 보면 나의 내면 상태를 개념화할 수 있다. 나를 괴롭히는 감정은 나름의 패턴을 가지고 있고, 우리는 늘 같은 패턴에 당하고 만다. 감정을 기록하고 개념화해 볼 때 우리는 감정의 패턴을 발견하고 그 원인을 이해하게 된다. 패턴과 원인이 드러낸 감정은 이전과 같이 압도적으로 나를 괴롭힐 수 없다. 






방황의 시간 동안 나는 스스로를 파괴하는 행동을 멈추지 못했다. 그 시작은 내 감정을 피하려고 했던 회피행동으로부터 시작됐다. 용기를 내어 내 감정에 마주하고 그 감정을 다뤘다면,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스스로를 파괴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감정은 강력한 에너지다. 때로는 그 감정이 나를 압도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만들고, 내 가치를 갉아먹는다. 하지만 그 감정을 무시하거나 회피해서는 안된다. 진짜 나를 파괴하는 감정은 억눌리고 무시된 감정이다. 반복해서 떠오르는 감정을 우리가 그 감정을 알아줄 때까지 지속적으로 나를 괴롭힐 것이다. 내 감정을 무시하지 말자. 용기를 내어 내 감정을 마주하고, 감정이 보내는 신호에 반응하자.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알게 되면 나 자신과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스스로를 파괴하는 행동을 멈출 수 있다.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더 생산적인 삶을 향해 발걸음을 옮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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