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결혼고시'가 생겼다
[소설] 결혼 자격증도 필요한 시대
연애할 땐 멀었던 눈이 결혼하면 떠진다더니
"남들은 쉽게 쉽게 결혼만 잘하는 거 같은데..."
상아가 눈으로 욕하는 줄도 모르고 미진은 자기 얘기만 해댔다.
찌이잉... 찌이잉...
한마디 해줄까, 입술을 달싹거리는 찰나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친동생 상미다. 밤 열두 시에 혈육의 전화라니. 좋은 일일 리 없다.
"왜?"
상아는 최대한 담담하게 받으며 자기 방으로 들어왔다.
(언니... 미안해... 엄마아빠한테도 죄송하고...)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다.
(나... 그냥 끝내려고. 이 인간이 연락도 없이 또 안 들어와.)
"......"
상아가 말이 없자, 상미는 스스로 발작 버튼을 눌러댔다.
(나 너무 자존심 상해. 와이프를 뭘로 알면 이러냐고. 언니 이혼하려면 어떻게 해야 돼? 언니가 판산데, 내가 뭔 걱정이냐? 으이씽! 이런 놈인 줄도 모르고. 으잇, 짜증 나!!)
상미가 25살 되던 해였다. 상미는 대학 졸업하고 첫 직장에서 만난 사수한테 꽂혀 정신을 못 차렸다.
열 살이나 많은 남자였다.
상아는 천천히 시간을 두고 만나보라 했지만, 이미 연애는 실컷 해봤다는 둥, 이 남자가 마지막 사랑이라는 둥 하더니, 남자 쪽 나이에 쫓겨 서둘러 결혼했다.
결혼식날, 너무나 환하고 아름다웠던 신부 상미는 결혼 3년 만에 이혼을 달고 사는 여자가 되었다. 평소에도 상미는 자기가 생각했던 결혼이 아니라며 입술을 삐죽거리고는 했었다.
상아는 상미의 그런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다.
자기가 생각했던 결혼생활이 아니라는 말을 쉽게 하는 것도, 그 탓이 오직 제부에게 있다는 투로 말하는 것도 그랬다.
그러더니 역시나 한 번씩 시끌시끌하다.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며 살려고 결혼했지, 나만 바뀌기를 요구받고 싶은 사람은 없다.
어느 한쪽이 그런 요구를 당연히 할 때, 숱한 이혼의 사유들은 거기서부터 비롯된다.
상아는 자기가 생각했던 결혼생활로 만들어주지 않는다고 징징거렸을 상미나, 그런 상미를 감당 못해 도망치는 쪽을 선택한 제부나, 아직 멀었다 싶었다.
(후으... 훗... 크윽...)
할 말을 다 쏟아부은 상미는 웃는 건지, 우는 건지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제 뭐라도 말을 해줘야 한다.
"연애할 땐 멀었던 눈이 결혼하면 떠진다더니, 니가 그런가 보다. 이제부터가 진짜야. 눈을 떴는데도 역시 제부뿐인지, 아님 아닌지, 충분히 생각해 보고. 이혼은 그때 해도 안 늦으니까..."
(어머 언니, 오빠 지금 들어오나 봐. 끊어.)
상미의 목소리 끝이 상기된 듯 올라갔다.
헐. 한순간에 이 인간이 오빠가 되네. 아직 이혼할 각은 아닌 듯.
상아는 헛웃음을 날리며 침대 위로 엎어졌다. 순간, 개그맨 박명수의 명언이 생각났다.
'죽음과 결혼은 최대한 미뤄야 한다.'
맞는 말씀이요.
상아는 온몸이 땅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노곤함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씻어야 하는데... 꼼짝도 하기 싫다.
다행히 내일은 일요일이다.
진짜로 '결혼고시'가 생겼다
"헉! 엥?! 옴머! 언니이~~!"
괴성과 함께 쿵쾅쾅 발 구르는 소리가 나더니, 미진이가 상아의 방문을 벌컥 열었다.
막 잠들었는데, 또 뭐란 말인가. 상아는 엎어져 있는 그대로 웅얼거렸다.
"왜? 최루탄이 만나재?"
미진은 다짜고짜 자기 휴대폰 화면을 상아에게 들이댔다.
"언니, 대박! 진짜 결혼시험 같은 게 생기나 봐요."
"뭐... 어...?"
고개를 돌리는 상아의 눈앞으로 휴대폰 글자들이 어른거렸다.
너무 가까이 들이대는 바람에 액정 속 글자들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띄엄띄엄 읽히는 몇 글자만으로도 상아는 온몸이 굳어져갔다.
정부는... 참결혼실현부를 창설...
완벽한 결혼을 원하는 미혼남녀들의 청원 줄지어...
이혼율 세계 1위 코앞... 대책 필요...
세계 최초... '결혼고시' 시범적으로 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