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결혼은 무엇입니까

[소설] 결혼 자격증도 필요한 시대

by 지제이

[하겠다고는 했는데 갑자기 귀찮다. 내라는 서류가 많네.]

기안은 대훈에게서 온 카톡 메시지를 상아에게 보여줬다.

상아는 납득이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결혼에 관한 거니까, 뭐 확인할 게 많겠지."


대훈이 카페에서 결혼고시 응시 여부를 묻는 문자를 받은 후였다.

미진은 자기가 한 말에 책임지겠다는 듯 제일 먼저 [가]를 눌렀고, 대훈이도 "인생 뭐 있냐, 챌린지 하는 셈 치고 가볍게 해봐야지." 하고는 [가]를 눌렀다.

자, 이제 다음 단계는 뭘까.

이어서 어떤 내용이 올지 한동안 기다려봤지만, 대훈에게도 미진에게도 새로운 메시지는 오지 않았다.

"먹통이네. 설마 보이스피싱?!"

대훈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응시자들이 엄청 몰려서 그런가 보지. 좀 더 기다려봐."

기안이 대훈이를 워워 시켰다.

결국 미진이는 기가 딸려서 더 못 앉아 있겠다며 집으로 갔고, 기안과 상아도 한강 쪽으로 데이트를 나섰다.


"시원하다. 살 거 같네."

상아는 강바람을 맞으니,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았다.

결혼인지 고시인지는 잠시 잊고, 기안과 상아는 강물만 바라봤다.

지지고 볶는 인간들의 삶과는 상관없다는 듯,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이 참으로 평화로워 보였다.

강아지와 산책 중인 부부, 아이스커피 한 잔씩 들고 가는 청년들, 저녁 운동하는 사람들, 자전거 타는 사람들, 남의 시선 아랑곳없이 애정행각을 벌이는 연인들...

끊이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마치 강물과 닮았다고 느낄 때쯤이다.

이제야 '참결혼실현부'에서 메시지가 왔다며 대훈이 기안에게 카톡을 보낸 것이다.


"나도 볼란다, 결혼고시."

갑작스러운 기안의 말에 상아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아니, 삼켜졌다.

뭐? 니가 결혼고시를 본다고? 니가 왜?

참 별일이었다. 분명히 질문을 하고 있는데 목소리가 밖으로 나오지를 않았다.

배신감? 열등감? 그와 결을 같이 하는 묘한 감정들이 치고 올라오며 순간 목이 콱 막히는 것 같았다.

"......"

"이 남친께서 결혼고시를 본다는데, 왜 아무 말이 없으실까?"

기안이 의외라는 듯 상아를 바라봤다.

"아니. 뭐. 좀 당혹스럽긴 하네."

상아는 상당히 쿨한 척 말했다.

"웃기긴 한데. 나는 봐도 너는 안 볼 거라고 확신했나 봐. 당연히 니가 안 볼 거니까 나도 안 보는 쪽으로 기울고 있었는데, 니가 갑자기, '나도 볼란다' 이러니까 한 대 맞은 거 같기도 하고."

"그랬어?"

기안이 조용히 웃었다.

"어쨌든 너는 보겠다는 거지. 그래, 좋은 경험이 될 수도 있겠다. 난 좀 더 생각해 볼게. 바쁜데 시간을 많이 뺏길 거 같기도 하고. 결혼 못해서 환장한 사람처럼 그런 걸 본다는 게..."

우스워서.

라고 하려다 상아는 얼른 말을 끊었다.



집으로 돌아온 상아의 머릿속은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12시간 남았네.

자꾸만 시계로 눈이 갔다.

자기도 모르게 결혼고시 마감 시간을 체크하고 있었다.

좋아. 감정에 치우치지 말고 차분히 생각을 해보자.

다시 떠올려봐도 기안이 결혼고시를 본다고 했을 때 느낀 건 분명 배신감 계열이었다.

사실, 연인이 있든 없든 누구나 볼 수 있는 게 결혼고시다.

이혼율을 줄이기 위한 점검이라는 게 가장 큰 목적이라고 했으니 어쩌면 결혼 상대가 있는 사람들이 더 봐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어떻게 미리 의논 한마디 없이 혼자 결정을 하고 통보하듯 말한단 말인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상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렇게 옹졸하게 굴 일이 아니었다.

정해진 답처럼 상아와의 결혼 외에 다른 건 생각해 본 적이 없던 기안이 아닌가.

오히려 기안이 같은 스타일에게 더 필요한 경험이 될 수도 있었다.

상아는 결론을 내렸다.

서로를 위해 기안이와 같은 경험을 해보는 건 중요하다고.


아침 7시. 눈을 뜬 상아는 휴대폰부터 확인을 했다.

[가]를 선택한 게 꿈은 아니었나 보다.

결혼고시 응시자에게 보내는 안내 메시지가 와 있었다.

결혼고시에 접수되었으니, 필요 서류를 제출하고 응시 원서에 있는 질문의 답을 작성하라고.

모든 접수는 온라인만 가능했고, 서류 제출까지는 2주간의 시간이 주어졌다.


헐, 증인도 있어야 하네.

제출 서류 리스트를 보자니, 상아는 벌써부터 어깨가 뻐근했다.


1. 신분증 사진 찍어 제출(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중 1개)
2. 현재 혼인하지 않은 상태 인증(가족, 친지, 지인 중 2인 보증)
3. 가족 관계 증명서
4. 최종 학력 졸업 증명서
5. 재직 증명서 또는 사업자등록증(기타 직업 및 수익 인증)
6. 자산 인증(통장내역, 부동산, 주택, 차량 보유 등 현황)
7. 건강검진 진단서(2년 이내)


이외에도 <결혼고시 응시서>를 따로 작성해야 했다.

응시서에는 개인의 기본 정보, 가족 관계, 혈액형, 음주 흡연 여부, 종교 여부 및 종교 내 활동 범위, 취미와 특기 사항, 수상 내역 등을 자유롭게 적으라고 되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2가지 질문에는 필수로 답해야 했다.


결혼고시에 왜 응시하셨습니까?
당신에게 결혼은 무엇입니까?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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