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그림그리기를 참 좋아한다. 자기 스스로 무언가를 표현하는 것이 재미있나보다.
그중 규민는 요즘 늘 공주를 그린다. 머리는 기본으로 발까지 내려오고 리본을 달고 있고 길다란 치마를 입고 있다. 그림을 다 그리고는 그 그림을 가위로 곱게 오려서 벽에 붙여놓았다. 누구를 그린 것인지는 모르나 제법 잘 그린 듯 하다.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다.
언니의 그림을 본 은결이도 언니처럼 작품활동을 한다.
그런데 언니처럼 잘 되지 않고 많이 어색하다. 얼굴을 그리고 눈과 입을 그리고(코랑 귀와 눈썹은 생략) 그리고 얼굴에 갑자기 이상한 다리같은 치마가 붙어있다. 그리곤 그곳에다가 치마중간쯤에다 커다란 동그라미를 양옆에다 그렸다.
나는 또 이 그림속의 커다란 동그라미가 궁금해진 것이다.
"은결아! 이거 뭐야?"
'귀걸이'
웃다 기절하는 줄 알었다.
다 된 작품을 언니가 한 것처럼 열심히 가위질을 하긴 했는데 한쪽의 머리카락이 몽땅 달아나고 없다.ㅎㅎㅎ
아이들의 그림작품들을 잘 보관해두었으면 좋았을 껄 하는 아쉬움이 든다. 집이 좁다보니 물건 하나 어지럽히면 빨리 버려야 집안 정리가 어느정도되기에 그저 쓰레기처럼 버린 것이 못내 아쉽다. 아이들의 고사리손으로 힘들게 그린 저 작품들이 그나마 사진으로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좁은 집에 치우는 사람이 나 혼자뿐이고 여럿이 어지럽히니 그것만으로도 나는 스트레스가 쌓이다보니 저런 이쁜 그림을 소중히 간직할 여력이 없었나보다.
나는 아이들의 인형들을 한꺼번에 다 버린 적이 있다. 친한 지인으로부터 인형들을 한 바구니 얻었었는데 그 많은 인형들이 감당하기 어렵게 집안 구석구석 정신없이 널부러져있어 괴로웠다. 아이들이 스스로 정리하는 것을 가르켰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어느날 EBS방송 프로그램에 장난감이 많은 곳의 아이들과 장난감이 전혀 없는 곳의 아이들의 창의력 검사에서 장난감이 없는 곳의 아이들이 다양한 물건들에 상상력만 부여하면 더 훌륭한 장난감이 되었고, 추후 창의력 검사에서 장난감없이 논 아이들의 그룹이 더 높은 창의력지수가 보였다는 실험결과를 보고 나는 주저없이 집안에 있던 그 많은 인형들을 몇 개만 두고 다 갖다버렸다.
그때 어찌나 속이 후련하던지...........
아주 가끔 영화나 드라마에 보면 살림만 살면서 아이들을 돌보는 엄마나, 보모를 둔 가정들을 보면 참 부러웠다.
한참동안 나의 꿈은 가정주부였다. 그저 집에서 살림만 살면서 아이들을 돌보면 아이들에게도 항상 엄마가 있으면서 아이를 돌보면 얼마나 좋을까? 나의 건강도 그리 좋지 않았지만, 두딸들이 남의 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는 것보다 엄마와 함께 하는 것이 훨씬 좋을 것이며, 나또한 아이들과 좋은 추억을 더 만들 수 있고, 안정된 가정생활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러나 경제적인 여건이 워낙 좋지 않아서 적금이 하나도 없어서 내 집을 마련해서 아이들의 방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선이었다. 아이들을 양육하기 위해서는 내가 직장을 포기했어야 했고, 직장을 다녀서 돈을 벌기위해서는 아이들 양육을 남에게 맏겨야 하는 것이었다.
결혼할 때 시댁으로부터 금전적인 지원이 전무했었고, 친정으로부터도 혼수품도 지원받지 못해 내 돈으로 모든 예식을 치루었다. 그러다보니 직장생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나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지만 아이들에게는 많이 미안하고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