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꽃

by 도이

봄이 왔다. 딱딱한 아파트 빌딩안 우리집에도 봄이 왔다. 봄을 집에서 느껴보려고 봉숭아 꽃씨를 화분에 심기로 했다.

집에 있는 작은 화분 두개를 준비해서 하나는 큰 딸 다른 하나는 둘째 은결이의 것으로 정했다.

먼저 큰 딸 규민이에게 꽃씨를 골라라고 했더니 욕심을 내서 작고 이쁜 화분에 많이도 뿌린다. 그 많은 씨앗에서 싹도 나고 자라기도 잘 자란다.

은결이는 언니가 뿌리다 남은 씨앗 몇 개를 욕심없이 커다란 화분에 뿌렸다.

규민이의 화분에서 봉숭아 씨앗이 많이도 발아해서 씩씩하게 잘 자라나 싶더니 뒤늦게 은결이 화분에서 잒은 싹이 하나 겨우 뒤늦게고개를 내민다.

얼마나 지났을까? 규민이 화분에서 난 여러개의 싹중에 세 개의 보라색 봉숭아 꽃이 먼저 피기 시작한다.

은결이 화분에서는 싹이 한 개 겨우 올라와서는 그래도 튼튼하게도 잘 자란다. 그러던 어느날 아이들 장난에 은결이 화분의 봉숭아꽃 줄기가 똑 부러져버렸다.

내가 안타까운 마음에 부러진 가지에 대일밴드를 정성스레 감아주고 볼펜을 꽂아서 꽁꽁 묶어 지탱해주었다. 다행히 부러진 은결이 봉숭아도 잘 자랐다. 그 이후로 규민이 화분에서는 이쁜 보라색 봉숭아꽃이 은결이 화분에서는 하얀색 봉숭아꽃이 활짝 폈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이들은 쪼르르 자기의 화분에 가서 꽃이 얼마나 잘 자랐는지 관찰하고 구경한다.

오늘은 몇 개가 더 폈나?


봄은 듣기만 해도 기분좋은 말인데 아파트 안에서 봄꽃을 보기는 어렵다.

집 밖에 나가면 무수히 많은 야생의 꽃들이 있지만 직접 씨앗을 심고 꽃을 피우는 나만의 꽃은 없다.

우연히 생긴 봉숭아꽃씨를 아이들과 함께 심고 키워볼 요량으로 두 딸들과 함께 각자 나만의 꽃을 키워보기로 했다.

작고 큰 두 개의 화분중에 규민이는 작고 귀여운 화분을 선택해서 씨앗은 여러개 많이 심었는데 화분이 작아서인지 꽃이 많아서 그런지 여러개의 작은 보라색 꽃들이 소복이 피었고, 은결이는 언니가 고르고 난 커다란 화분에 겨우 몇 개의 봉숭아꽃씨를 심었는데, 화분이 커서 그런가 꽃은 많지 않지만 크고 건강하게 자랐다. 작고 많게 혹은 크고 적게 자란 두 화분은 잠시동안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는 것 같다.

들판의 수많은 봄꽃들이 있었겠지만 내 딸아이들에겐 직접 키운 소박한 봉숭아꽃 몇송이가 의미있고 고마운 것이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부러진 봉숭아꽃을 포기하지 않고 볼펜을 지지대삼아 꽁꽁묶어서 자라게 한 것은 참 잘한 일인 것 같다. 삶이 아름다운 것은 크고 위대한 것에만 있지 않고 이리 소박하고 작은 일에서도 비롯되는 것 같다.

쪼끄만 아이들이 아침마다 일어나서 오늘은 얼마나 자랐는지 지켜보고 물을 주고 그러다 어느날 예쁜 꽃봉우리를 맺는 것을 보고 그리고 어느날 드디어 그 작은 꽃봉우리가 활짝 핀 어느날 아침은 아이들에게 엄청난 기쁨을 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씨앗을 뿌리고 꽃을 필때까지의 기다림이 길었던 것만큼 꽃이 활짝 폈을 때 기쁨이 상대적으로 배가 될 것이다. 밖에 있는 수많은 꽃들은 내가 정성을 들이고 다친 줄기를 치료해준 적도 없고 피기를 간절히 기다린 적이 없어서 감동이 적다. 그저 지나가면서 이쁘다 하고 감탄사 한번 내뱉으면 그뿐이다.

내 꽃은 내가 물을 주고 정성을 들이고 또한 꽃줄기가 부러졌을 때 안타까운 마음으로 데일밴드를 붙여주고 볼펜을 지지대로 삼아 살려내고 했기 때문에 꽃은 피워냈을 때 더 큰 감동은 상대적으로 큰 것이다.

살면서도 우린 맘의 상처가 났을 때 맘에 상처를 치유하는 밴드를 붙이고 친구나 가족을 맘의 지지대로 삼아서 꿋꿋이 살아나가야 하는 것이다.

내 삶의 꽃이 활짝 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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