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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와 달과 풀 Aug 25. 2021

독후감

2007.12.18

퇴근을 하고나자 규민이가 TV를 보고싶은 모양이다. 

나는 할 일 해놓고 TV를 보라고 했더니 규민이가 싫어한다.

 나는 엄하게 구몬숙제를 하고 보라고 얘기를 했다. 규민이는 홀로 방에서 대성통곡을 하고 나와서 숙제를 하기 시작한다. 내가 가서 같이 도와주려고했다.

 나랑 같이 수요일분까지 숙제를 다하고 규민이가 이젠 신이 나서 구몬학습지에서 주고 간 책을 가져왔다. 

공부를 더 할 요량인갑다. 그 책에는 짧은 이야기가 나오고 독후감을 짧게 쓰도록 하게 되어있는데 규민이가 써놓은 독후감 대부분이 “-----가 재미있었다” 위주였다. 

나는 속으로 좀더 규민이 생각을 잘 쓸 필요가 있을것 같아서 칸을 반으로 나누어서 반은 내가 쓰고 반은 규민이가 쓰기를 했다.

 다 쓰고 나서 내가 쓴 것이랑 저가 쓴 것을 비교했다. 

내가 어떤 것이 더 잘 썻느냐고 물었더니 엄마 것이 더 잘 썼단다.  내가 

“음..... 내용은 엄마게 좋고 글짜는 또박또박 규민이가 더 잘 썼다”

고 했다. 그런데 규민이가 엄마보다 독후감을 못 쓴 것이 영 맘에 들지 않는가보다.

엄마가 쓴 독후감 주위로 빨간색 테두리를 하더니 그 밑의 규민이 독후감도 테두리를 하는가 싶더니 크게 X표시를 하고만다. 

그리곤 표정이 많이도 어둡다.  영 상태가 심상찮아서 내가 이 종이 찢어버릴까? 했더니 규민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내가 종이를 쫙쫙 찢어버렸다.

 그랬더니 규민이 표정이 많이 밝아진다. 내가 규민이한테

 “엄마가 종이를 찢어버렸다고 선생님한테 일러줘”

 했더니 규민이가 밝은 목소리로 

"아기가 찢어버렸다고 말할래." 한다. ㅋㅋㅋ

내가 규민이한테 색다른 독후감은 이렇게 쓰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 것이 결국은 종이를 찢어버리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ㅋㅋㅋ

아이들 교육은 참고 기다리고 인내하고 아이들 마음을 읽어주고 존중해주는 가운데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 

나는 참 모자란 엄마이다. 


세상에 태어나서 엄마가 첨이라...

'응답하라 1988' 드라마에서 아빠가 딸아이에게 사과를 하는 장면에서 아빠가 딸에게 하는 말중에 '아빠가 첨이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몰라. 이해해줘." 이 비슷한 말을 하는 걸 본 적이 있다.

정말 그 말이 와닿았던 것이 나의 육아일기를 다시 보면서 가슴깊이 느껴진다. 엄마가 첨이라 아이들에게 대하는 나의 말과 행동이 참으로 미숙하기 짝이 없다.

세상에 태어나 미숙한 딸아이와 엄마가 첨이라 미숙한 엄마노릇하는 나를 보며 도찐개찐이란 요즘 말이 떠오른다.  아이보다 더 나아야 하는데 더 나은 부분이 없는 듯 하다.  

나이만 어른이지 미성숙한 엄마가 아이를 기르니 그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얼마나 갈피를 못잡았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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