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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와 달과 풀 Dec 01. 2022

샤인머스켓


지인중에 샤인머스켓 포도농사를 짓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요즘 사람들이 이 포도를 비싼 가격에도 많이들 사먹는 모양이다. 나는 씨가 있지만 값도 싸고 달콤한 보라색켐벨포도를 더 좋아한다.

상주 화동에는 팔음산포도로 유명한 캠벨포도를 예전부터 생산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대부분의 캠벨포도를 뽑아버리고 샤인머스켓 포도를 심고 생산한다. 이유야 단순하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켐벨포도는 박스에 이만원이 되지 않는데 샤인머스켓은 한송이에 만원이 넘는다.

샤인머스켓은 일본에서 개발한 포도인데 제품개발에 따른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우리나라에서 재배가 가능하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제품개발만 하고 실제 생산과 판매는 우리나라에서 주로 하는 것이다.

샤인머스켓은 씨가 거의 없으며 맛과 향이 켐벨포도와 좀 다르다. 그런데 이 샤인머스켓은 지베린이라는 약품에 정기적으로 송이째로 담근다고 한다. 그렇게 해야 씨앗이 생기지 않는 포도로 자란다고 한다.

지베린이라는 약품은 인체에 무해하여 먹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고 한다. 인체에 무해하다고 하더라도 나는 무엇이든 자연스러운 것이 좋다. 인위적으로 약품에 정기적으로 담궈서 씨앗이 생기지 않게 포도를 키우는 그 자체가 자연스럽지 않다. 그리고 맛이 내 취향에 맞지 않다.

여하튼 이 샤인머스켓농사가 유행처럼 번져서 포도농사 짓는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그동안 재배하던 포도를 일제히 뽑아버리고 이 포도를 생산을 하게 되었다.

문제는 이 포도가 워낙 높은 가격에 거래가 되니 급히 소득을 올리려고 하는 농부들이 수확시기가 되기도 전에 따서 판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샤인머스켓 전체 품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가 떨어지게 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고 한다.

지인중에 작년부터 샤인머스켓 농사를 지으시는 분이 있는데 반드시 일정수준의 당도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따야지 상품가치가 있는데 일찍 따면 처음엔 높은 가격을 받지만 샤인머스켓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가 떨어져 같은 농사를 짓는 전체 농민들에게 간접적으로 해가 되는 일이 되기에 지양해야 된다고 했다. 그래서 그 집은 고집스럽게도 다른 사람이 미리 따서 팔 시기에도 따지 않고 당도가 잘 나오는 때가 되기를 기다렸다가 따서 판다고 했다. 그 시기는 추석도 한참 지난 후인 것이다.

배도 그렇다. 추석이 대목이라 그 시기에 돈을 벌고자 하는 농부들이 성장촉진제를 써서 일찍 크게 키워서 수확해서 시장에 내놓고 판다. 선물용 과일이 필요한 사람들은 그것을 구입한다. 그런데 이런 과일들은 보기에는 크고 좋으나 맛을 보면 제때에 딴 과일에 비해 식감이나 맛이 떨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다.

나는 세상 모든 일이 이 샤인머스켓처럼 때와 기다림이 참 중요하다고 여긴다.

시험을 칠 때도 노력을 다하고 때가 되어 무르익었을 때 결실이 맺고, 사랑도 무르익어 서로의 신뢰감이 쌓여서 함께 하고 싶을 때 해야 후회가 적다.

내 인생을 돌와보면 그렇게 적당한 때와 기다림이 적절했는가 돌아보면 아리송하다.

그리고 지금 나는 익지 않은 과일을 수확해서 결과를 보려고 하는 것처럼 조급해하는 부분은 없는지 반성이 되기도 한다.

익지 않은 샤인머스켓을 따다가 시장에 내다놓는 실수는 하지 않도록 애써야겠다.

* 동백이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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