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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와 달과 풀 Dec 19. 2022

철퍼덕

이곳 울릉도에 온 며칠 후 나는 관사에서 장을 보러 언덕길 아래로 내려가 가게에서 먹을거리를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날도 여전히 울릉도에는 길에 눈이 쌓이고 그 눈이 사람들의 발자국과 자동차바퀴에 다져져서 미끄러웠나보다.

도로가 다니는 길은 그리 경사가 지지 않았는 곳인데 내가 잘못하여 철퍼덕 길바닥에서 미끄러지며 다리가 과하게 접혀버렸다.

'악' 짧은 비명을 지른 후 나는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다리에 통증이 와서 꼼짝을 할 수가 없고 그저 눈에는 눈물이 났다.  그 상태로 나는 그냥 길에서 어쩔 수 없이 망연자실 두 다리를 쭉 뻗은 채로 다리가 아파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고 있었다.

몇 명의 사람들이 지나가고 멀지 않은 곳에서 차량이 내가 있는 곳으로 오고 있는데 나는 일어날 수가 없었다.  그 차를 쳐다보고도 일어날 수가 없이 그렇게 앉아있으니 어떤 아저씨가 '하이고 여 와이래 있노?'하며 나를 질질 끌다시피 하며 길가로 이동시켜주었다.

나는 그렇게 길가로 치워져서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시간이 지난후 겨우 나는 가게에서 산 물건들이 들어있는 검은 비닐봉지를 한 손에 움켜쥔채로 집으로 올라올 수 있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꼭꼭 아이젠을 신고 다니려고 애를 쓴다.

그런 끔찍한 경험을 다시는 하고싶지 않기 때문이다.

때때로 잠깐이든 긴 시간이든

정말 산다는 것은 견디는 것이라는 말이 새삼 와닫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다리의 고통을 참고 그 길바닥에서 몇십분을 눈물을 참고 견딘 후에야 걸을 수 있었고 그 시간이 지나간 후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견딘가는 것은 신체의 고통도 있지만, 정신적인 고통도 많다.

어쩌면 정신적인 고통을 견디는 일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견디다보면 어느날은 고통이 지나가고 안도의 한숨을 쉬는 시간이 오고야 만다.

그렇게 정신적인 휴식을 취하고 그땐 견디어낸 자신이 대견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상처를 입고 맘이 다쳤을 때는 다리를 다쳐 철퍼덕 땅파닥에 앉아서 잠시 시간을 견디었던 것처럼 잠시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고통이 조금 무디어졌을 때 일어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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